매거진 창작동화

[공포] 가위에 눌린 선영이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금년에 3학년이 된 여고생 선영이는 요즈음 더욱 바빠진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고3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듯 선영이 역시 힘겹고 고달픈 수능 준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선영이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특이한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잠을 자다가 자주 가위에 눌려 끔찍한 상황에 괴롭힘을 당하곤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전에도 그런 증세가 가끔 일어나곤 하였지만, 요즈음 들어서는 그 증세가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있어서 그게 큰 문제였다.


가위에 자주 눌리게 된 영이는 일단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게 되었다. 혹시 신체상에 어떤 이상이 일러난 게 아닌가 해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신경정신과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 세밀한 검사를 다 해 보았습니다만, 지금 상태로서는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극히 정상입니다. 아마 요즈음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고 신경이 좀 예민해지고 강박관념까지 겹쳐져서 더 심해진 게 아닌가 하는 소견이 보여집니다.”


선영이의 부모님은 혹시나 오진이 아닌가 하여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가서 검사를 받아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병원을 몇 군데나 돌아다니면서 검사를 해보았지만 역시 별다른 증세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하면서 되도록이면 한동안 안정을 취하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병원 측의 설명을 들은 부모님이나 선영이는 큰 병이 아니라는 말에 일단 안심은 하게 되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꾸준히 약을 타다가 먹어보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선영이의 병 증세는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영이의 어머니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버지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여보, 의사 선생님의 말만 믿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안 되겠어요.“


“가만히 있지 않으면 그럼 어쩌려구?”


”어쩌기는요. 선영이가 저렿게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의사들 말만 믿고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달리 무슨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글쎄, 하긴 나도 그 애 생각을 하면 걱정이 돼서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아요. 그러니 당신 생각이 정 그렇다면 당신이 좀 신경을 써 보도록 해봐요.”


결국, 그다음 날부터 어머니는 유명하다는 약국과 한의원을 찾아다니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뒤로 좋다는 약도 여러 차례 지어다 먹여 보았다. 하지만 역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니, 효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병 증세는 더욱 나빠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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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가위에 눌려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가위에 눌린다는 그 경험 자체가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운가를 아무리 설명해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결국 모든 병이 다 그렇듯 가위에 눌린다는 일 역시 직접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그 고통과 괴로움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선영이는 그런 병에 자주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별수 없이 매일 늦은 밤까지 무리를 해가며 공부를 하다가 혼자 잠자리에 들곤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마악 잠이 들었다 싶으면 그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지곤 하여 본인 자신으로도 이만저만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가위에 눌림을 당하고 난 뒤에는 그 공포를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방으로 달려가서 잠을 잔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선영아, 아무리 공부가 중요하긴 하지만, 수능을 포기해야지 이러다가는 정말 큰일나겠다. 우선 사람부터 살고 봐야 할 일이 아니겠니, 네 생각은 어떠니?“


선영이가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어머니는 당장 수능 고시를 포기하라고 권하곤 하였다. 그리고 그런 증세가 다 나은 뒤에 진학을 하라고 달래보았다. 대학보다는 단 하나 밖에 없는 딸의 건강이 더욱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엄마, 너무 걱정 마세요. 이러다가 차츰 괜찮아지겠죠, 그러니까 해보는 데까지 해볼 거에요.”


선영이는 선영이대로 수능고사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차일피일 오늘날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결국 또다시 그 힘겨운 가위 눌림은 벌어기고 말았다.


그날도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공부를 끝낸 선영이는 두려운 생각에 잠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나 오늘밤에도 그 무서운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걱정 때문이었다.


“오늘도 안방에 가서 엄마랑 같이 잘까?”


바로 오늘 저녁에도 어머니는 자주 가위에 눌림을 당하는 선영이가 안쓰러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니 오늘 뿐만이 아니라 틈만 나면 그런 말을 해주곤 하던 어머니였다.


"선영이, 괜히 고생하지 말고 공부가 끝나는 대로 안방으로 건너와서 자렴, 그런 무서운일을 자주 당하다 보면 나중에 아주 큰 병이 될 수도 있단 말이야. 알겠지?“


그러자 아버지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엄마 말대로 그렇게 하렴. 그리고 말이지. 만일 네가 안방으로 오기 전에 그런 귀신들이 나타나면 당장 안방으로 내쫓아 보내렴. 아빠가 단 한방에 콩가루로 만들어버리고 말 테니까. 허허허…….”


아버지는 아무 걱정 말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주먹까지 불끈 쥐어보이며 크게 소리내어 웃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선영이는 안방으로 건너가기가 왠지 조심스럽고 금은 미안했다. 곤히 자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단잠을 그때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오늘 밤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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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이는 이렇게 일단 안심을 하고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곧 바로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다가 이상한 예감에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자지러질 듯한 신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앗! 으아악!“


어느 틈엔가 방안에는 여느 때처럼 소복 차림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처녀 귀신이 들어와서 선영이를 독사처럼 무섭고 끔찍하게 생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귀시의 입에서는 늘 그랬듯 마치 선지 같은 시커먼 피까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고 눈에서는 서릿발 같은 찬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


기겁을 해서 소스라치게 놀란 선영이는 마음 같아서는 급히 안방으로 도망을 치고 싶은 마음만은 굴뚝 같았다. 그러나 가위에 눌리면 언제나 그렇듯 몸은 이미 납덩이처럼 굳어진 채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지겹고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가위에 눌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도, 도대체 다, 당신은 누, 누구세욧!“


선영이는 몇 번이고 이렇게 소리를 질러보려고 있는 힘을 다해 기를 써봤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마음뿐이지 마치 전신 마취라도 한 것처럼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선영이는 꼼짝없이 누운 채로 귀신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귀신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선 채 선영이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 여자가 무얼 어쩌자는 것일까? 그리고 왜 밤마다 나에게 나타나서 이러는 것일까!


그때 문득 선영이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생각이 떠올랐다.


‘맞아. 이럴 때 귀신한테 눈싸움으로 지면 내가 먼저 죽게 된다지!’


선영이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귀신한테 지지 않기 위해 귀신 못지 않게 무서운 눈을 부릅뜬 채 귀신을 마주 노려보고 있었다.


사실, 지금 선영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그 방법 한 가지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음은 물론, 말은커녕 조그만 소리조차 전혀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신은 계속해서 그 자리에 선 채 선영이를 당장이라도 물어뜯어 죽일 듯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고, 선영이 역시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고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귀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때 선영이의 머릿속에 문득 아까 저녁때 아버지가 선영이에게 자신만만하게 해준 말이었다.


"선영아, 만일 귀신이 나타나면 당장 내 방으로 보내란 말이야. 아빠가 보란 듯이 콩가루를 만들어 놓고 말 테니까. 하하하…….”


선영이는 용기를 내서 귀신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더 이상 눈싸움을 하고 싶지 않으니 이번에는 어서 안방으로 가보라는 신호였다. 그러면서도 선영이는 계속 눈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 귀신을 무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처럼 끔찍스럽고 무섭게 보이던 귀신의 눈은 차츰 힘을 잃어가며 스르르 풀리고 있었다. 그리고 눈싸움으로는 결국 선영이한테 이길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는가 했더니 슬그머니 방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선영이의 방에서 나온 귀신은 어느새 아버지와 어머니가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안방으로 바람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사, 사람 살려요!”


"으아아악!”


마침내 이번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곧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이 새벽 공기를 요란하게 흔들었다. 그제야 간신히 최면술에서 풀려난 선영이는 비명 소리에 놀라 한달음에 안방으로 달려갔다.


“으아악~!”


안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던 선영이는 방 안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을 보고는 그만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몰라 손바닥으로 입을 막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느 틈에 귀신이 물어뜯었던 것이다. 역겹도록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안방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에서는 시뻘건 선지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방바닥에 나뒹굴며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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