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혼자서 크는 나무(1)

[창작동화 2회 중 1회]

by 겨울나무

“민수야, 요즈음 너 공부하랴, 다리 운동하랴 너무 힘들지?”


“…….”


“민수야, 맨날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곧잘 하다가 오늘은 갑자기 왜 그러니, 응?”


“…….”


엄마는 아까부터 민수를 달래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수는 오늘따라 어찌 된 일인지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입을 굳게 다문 채,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전혀 이런 일이라고는 없었던 민수입니다.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하든지 엄마가 시키기도 전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에도 적극적으로 의욕을 보여주던 민수였습니다.


민수는 지금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합니다. 목발을 잡고 그것도 남의 부축을 받아야만 겨우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다리가 몹시 불편한 상태입니다.


"너 어제 혹시 병원에 갔다가 무슨 언짢은 소리라도 들은 거 아니니?“


민수가 이번에는 대답 대신 고개를 조금 흔들었습니다. 그런 민수를 보사 엄마는 여간 답답하고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조금만 더 열심히 치료를 받으면 전보다 더 건강하게 잘 걸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 너도 들었잖아. 그런데 여태까지 잘 해 왔는데 왜 갑자기 심통이 난 거니, 응?”


“…….”


“차암, 너도 들었지? 이대로 치료만 열심히 잘 받으면 걷는 것은 물론이고 옛날처럼 달리기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신 의사 선생님 말씀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부턴 더욱 용기를 내야지.“


엄마가 자꾸만 조르듯이 말을 시키는 바람에 민수는 그제야 참다못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엄만 그 말을 진짜로 믿구 있어? 그거 다 뻥이란 말이야.”


“아니, 뻥이라니?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니?”


엄마의 눈이 대뜸 둥그렇게 되면서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다 그만두란 말이야! 그건 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냥 해보는 거짓말이라니까!”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는구나. 왜 선생님이 너한테 쓸데없는 거짓말을 하시겠니?”


“금방 낫는다. 금방 낫는다 한 게 벌써 2년이 훨씬 넘었잖아! 그런데도 거짓말이 아니라고?”


민수가 갑자기 화를 내면서 퉁명스럽게 소리치는 바람에 이번에는 엄마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지 못하고 한동안 한숨만 내쉬고 있었습니다.


바로 2년 전까지만 해도 민수는 누구 못지 않게 몹시 다부지고 힘도 세었습니다. 그래서 학급에서 또는 운동회 때에 달리기를 해도 늘 1등만을 하며 건강하게 자라던 민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 있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민수 아빠가 다니는 회사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네에? 우리 애가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쳤다고요? 네, 네, 알았습니다."


아빠는 전화를 받기가 무섭게 그 길로 곧 허둥지 등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 응급실에는 이미 엄마도 어느 틈에 와 있었습니다.


아빠가 익사 선생님에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우, 우리 아이가 어떻게 된 겁니까?”


“아마 자전거를 타다가 쓰러져서 나동그라지는 바람에 다리에 타박상을 좀 입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좀 더 자세한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크게 걱정하실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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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이번에는 침대에 누워 있는 민수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빠가 항상 조심해서 타라고 그러지 않았니. 그래, 지금 심하게 아픈 데는 없구?”


"다리가 좀 아프긴 한데 괜찮은 것 같아.“


민수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대답을 하는 걸 보면 그다지 심하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일단 한숨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엇보다도 안정이 필요하니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간단한 치료만 받고 나면 그 날로 곧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의사 선생님은 검사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닷새 동안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며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마침내 닷새 후, 민수의 검사결과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동안 입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질 때 받은 충격이 안타깝게도 근육을 굳어지게 하는 희귀병으로 진행이 된 것 같은 소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앞으로……?“


아빠가 더럭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에게 더 물었습니다.


“글쎄요. 현재로서는 안타깝게도 일단 그 병에 걸리면 방이 더욱 발전되지 않도록 재활치료를 할 수밖에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의사 선생님의 실명을 들은 엄마는 갑자기 그 자리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빠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너무나 기가 막혀 무슨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채 정신이 없었습니다. 당장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늘이 갑자기 노랗게 보이는가 했더니 하늘이 금방이라도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 어린 우리 민수한테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일이……!”


엄마는 여전히 넋이 빠진 멍한 얼굴로 이렇게 혼잣말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그 날부터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링거 주사도 자주 맞고, 약도 먹으면서 열심히 치료를 받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재활의학과에 가서 열심히 다리 운동도 하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린 민수였지만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치료를 잘 견디어 내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그렇게 6개월이란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전혀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던 민수였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치료를 받은 결과 며칠 전부터는 기적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목발을 짚고 부축을 받아가면서 조금씩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입니다.


“이제 이만하면 퇴원을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재활의학과에 외래로 와서 열심히 진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퇴원을 해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엄마가 매우 궁금해진 얼굴로 물었습니다.


“그럼 우리 아이가 얼마나 치료를 더 받으면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될까요?”


“글쎄요. 어쨌든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민수의 병은 현재 상태에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만 해도 그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마시고 열심히치료를 하다 보면 혹시 뜻밖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엄마는 혹시나 하고 물었다가 또 다시 정신이 아득해 옴을 느꼈습니다.


민수가 그렇게 퇴원을 하자 엄마는 생각다 못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었습니다. 직장보다는 우선 민수의 뒤떨어진 공부와 뒷바라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그만둔 엄마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욱 바빠졌습니다. 엄마는 빈틈없이 짜여진 시간표에 의해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을 민수한테 매달려 열심히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걷기 연습을 시키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민수는 기특하게도 공부를 하는 일이나 걷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조금도 싫어하는 내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싫어하기는커녕, 엄마가 시키기도 전에 오히려 앞장서서 그때마다 적극성을 보이며 열심히 따라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 * )


(2회중 1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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