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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02. 2021

엄마, 도대체 공부가 뭐야?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한동안 책상 앞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던 경은이가 문득 엄마를 향해 말을 걸었습니다.   

   

“엄마, 우리 반에 수철이라는 애가 있는데 말이지.”     


“그런데?“     


“그 애는 우리 반 반장이면서 공부를 아주 잘 하거든.”     


“그래서?”     


“그런데 말이지. 그 애는 아주 개구쟁이란 말이야.”     


“개구쟁이 짓을 어떻게 하는데?”     


"그 애는 한마디로 말해서 백로를 닮았단 말이야.“    

 

”백로를 닮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니?“     


“백로는 겉은 하얗지만 속은 검다고 하잖아?”     


“그래서?”     


“그 애는 있잖아. 선생님이 계실 때는 무슨 일이든지 아주 잘 하는 척하다가도, 선생님만 잠깐 눈에 띄지 않으면 아주 못된 짓을 하거든. 그게 백로가 아니면 뭐란 말이야.”     


“호호호……. 그래? 못된 짓을 어떻게 하는데?”     


“청소를 아주 잘하는 척 하다가도 선생님만 안 계시면 금방 장난을 걸기도 하고, 청소하는 아이들을 괜히 괴롭힌다니까.”     


"그래? 네 말대로 백로는 백로로구나. 그리고 또?“     


”그리고 공부 시간에도 선생님의 눈을 피해 은근히 장난만 치고 놀거든, 어떻게 그런 아이가 반장이 되었는지 이젠 꼴도 보기 싫어 죽겠어.”     


경은이는 영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연신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호호호……. 그래? 어쩌다 그런 아이가 반장이 돼서 경은이가 몹시 속이 상한 모양이구나?”     


엄마는 경은이의 그런 모습이 우스워 죽겠다는 듯 소리내어 웃고 있다가 경은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경은아, 그 애가 공부를 아주 잘 한다고 그랬지?”     


“그렇다니까. 그런 못된 놈이 공부는 어찌나 잘하는지 시험만 봤다 하면 우리 반에서는 그 애를 따라갈 아이가 아무도 없다니까.”    


“호호호……. 그래서 너희 반 아이들이 모두 그 애가 공부를 잘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렇다니까 왜 자꾸만 그걸 물어?”     


“네 말이 사실이라면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그 애는 결코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고 볼 수 없으니까 하는 소리란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지?”     


경은이가 궁금해진 표정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너 엄마가 하는 얘기 좀 들어볼래?“     


“무슨 얘긴데?”     


엄마는 한동안 경은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너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이야기를 배워서 알고 있지?”    

 

“응, 예수님이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나라 말이지?”     


“그래 맞았다. 어느 날 그 나라에 랍비가 말이지.”     


“랍비라니? 그게 뭔데?”     


“그 나라에서는 지혜가 아주 뛰어난 국민의 지도자들을 랍비라고 부른단다.”  

   

 “으응, 그렇구나!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랍비 한 사람이 책가방을 들고 학교를 향해 급히 걸어가고 있는 한 학생에게 말을 걸게 되었다는구나.”     


“무슨 말을 했는데?”     


"너 지금 어디를 그렇게 부지런히 가고 있느냐고 물었단다.”     


“호호호…….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어떻게 랍비가 됐지? 이제 보니까 순 엉터리구나!”     


"순 엉터리라니 그게 무슨 말이니?”     


“그렇잖아? 아침에 책가방을 들고 가고 있다면 어디를 가고 있다는 것은 너무 뻔한 일이잖아? 그건 그렇고. 그래서?”   

  

“푸후훗,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도 하구나. 그랬더니 그 학생이 ‘예, 지금 저는 학교에 가고 있습니다' 하고 공손하게 대답을 했단다.”     


"그 학생 정말 예절도 바르네.”     


"어째서?”     


“아마 나한테 누가 그런 걸 물었어도 그렇게 공손히 대답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서 하는 말이지.”     


“그럼 넌 뭐라고 대답했을 건데?”     


“가방을 들고 가는 걸 보면 모르겠느냐고 대꾸하지 그럼 뭐라고 대답해?”   

   

“이런 버릇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그래 어른이 묻는데 그렇게 건방진 대답을 하겠다는 거야.”     


"호호호……. 그건 그렇다 치고, 그다음엔 또 어떻게 됐는데?”     


“랍비가 다시 물었대요.”     


“뭐라고?”     


“그럼 너 학교에는 왜 가고 있느냐고 물었다지 뭐니.”     


경은이는 점점 더 재미있다는 듯 이번에는 입까지 실룩거리면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아이고, 그 사람 정말 랍비가 맞아? 가짜 아니야?”      


“아니야. 엄마 말을 좀 더 들어보렴. 그 학생은 이번에도 공손히 대답하더라는 거야.”     


“이번에는 또 뭐라고 대답했는데?”     

“예, 저는 지금 학교로 공부를 하러 갑니다' 하고 대답을 했다는 거야.”     


“그 학생 정말 착하기도 하네. 나 같았으면 바쁘다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학교로 갔을 텐데. 그랬더니?”     

"그랬더니 글쎄 그다음에 랍비의 입에서 나온 말이 엉뚱하더라는 거야.”     


“그래? 랍비가 무슨 말을 했는데?”     


“지식이나 쌓기 위해 공부하기 위해 학교를 가는 거라면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더라는 거야. 그리고 이 길로 바로 도서관을 가라고 하더라는 거야.”     


“뭐라고? 도서관을 가라고? 왜 그런 말을 해 주었을까?”    

 

“도서관에 가면 지식을 쌓기 위한 좋은 책들이 얼마든지 많다는 거야. 그러니까 도서관에 가면 학교 선생님한테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더라는 거야.”     

“……!?”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경은이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랍비의 말이 그럴듯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경은이가 문득 엄마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게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학생들이 도서관엘 가지 않고 학교에는 왜 가고 있는 거지?”     


"호호호……. 아닌 게 아니라 그 학생도 너처럼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랍비에게 그렇게 되물었더란다.”


“그랬더니?”     


경은이의 눈동자가 갑자기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반짝거렸습니다.   

  

“그랬더니 랍비가 이렇게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더라는 거야.”     


“뭐라고?”     


“너희들이 학교에 가는 목적은 말이지…….”   

  

엄마는 랍비가 학생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경은이는 흥미롭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열심히 귀담아 듣고 있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학교에서 시험 성적은 좋은데, 행동은 아주 개구쟁이며 말썽꾸러기인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 친구를 

    보고 경은이 엄마는 공부를 할 줄 모르는 아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경은이 엄마의 말은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니면 그른 것인지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 봅시다.     


2. 학교에서 시험 성적은 좋으면서도 나쁜 짓만 하는 아이,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교과 성적은 좋지 않으면서

   착한 일을 많이 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누가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그

   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 봅시다.     


3. 만일 이 글에 나오는 랍비가 어느 학생에게 질문을 한 것처럼 여러분이 랍비에게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답하였을 것인가를 생각하여 말해 봅시다.   

  

4. 랍비는 공부를 하려면 도서관엘 가리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럼 학교에는 왜 가고 있느냐고 묻는 학생의

   질문에 랍비는 또 뭐라고 대답하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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