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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03. 2021

정은이의 고민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어느덧 기나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 날이 돌아왔습니다.     


한 달이나 넘게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서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느라 바쁩니다. 그리고 방학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들로 꽃을 피우기에 한창입니다.     


방학 내내 산으로 들로 그리고 해수욕장으로 쏘다녀서 누가 누구인지를 모를 정도로 마치 흑인처럼 얼굴이 까맣게 탄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뒤떨어진 공부와 피아노, 그리고 미술 학원을 열심히 다녀서 방학 전보다 오히려 피부가 하얗게 된 아이들도 더러 보였습니다. 그러나 활짝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방학 전보다 건강하고 좋아진 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마침 혜은이도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히야아~~ 반갑다. 혜은이 안녕?”     


“그래, 반갑다. 잘들 지냈니?”   

 

아이들이 이번에는 우르르 혜은이에게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예뻐진 혜은이의 얼굴을 본 아이들이 눈이 금세 둥그렇게 되어 한 마디씩 묻고 있었습니다.     


"어머, 이제 보니까 혜은이 너 전에는 쌍꺼풀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게 웬일이니?”     


“응, 사실은 나 이번 방학에 쌍꺼풀 수술했거든.”     


자세히 보니 혜은이의 눈에는 정말 쌍꺼풀이 예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쌍꺼풀 수술을 한 혜은이가 그토록 예뻐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럽다는 표정으로 다시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쌍꺼풀 누가 해준 거니?”     


“내가 조르고 졸랐더니 우리 엄마가 해 주신 거야.”     


“그래? 그럼 돈이 아주 많이 들었겠구나?”     


“그러엄, 비싸고말고.”     


친구들이 부러워서 모두 이쁘다고 법석을 떠는 바람에 혜은이는 흐뭇한 듯 생글생글 웃는낯으로 자랑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예뻤던 혜은이의 얼굴은 쌍꺼풀 수술을 해서 그런지 마치 인형처럼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야, 정말 혜은이는 좋겠다!”     


“어쩜 그렇게도 예쁠 수가 있니? 오늘 당장 탤런트나 모델로 나가도 되겠다, 얘.”    

 

아이들은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혜은이의 얼굴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늘 탤런트나 모델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혜은이였습니다. 그런데 쌍꺼풀 수술까지 하자 깜짝 놀랄 정도로 아주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친구들 모두가 혜은이를 부러워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그 누구보다도 혜은이를 몹시 부러워하게 된 것은 정은이였습니다.     

 

정은이는 태어날 때부터 코가 약간 납작하게 생겨서 늘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나도 코만 오똑하게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아마 혜은이 못지않게 예뻤을 거야! 그런데 이놈의 코 때문에 늘 걱정이란 말이야.’  

   

정은이는 거울 앞에 서서 납작하게 생긴 코를 바라볼 때마다 늘 얼굴을 찡그리며 투덜거리곤 하였습니다. 그놈의 코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엄마나 아빠한테 수술을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곤 하였습니다.     

 

"엄마, 나 코가 너무 납작하게 생겨서 고민이란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니? 엄마가 보기엔 이 세상에서 우리 정은이 코가 제일 예쁘던 걸.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두고 공부나 더 열심히 하렴. 그리고 코 수술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 뼈가 완전히 다 자란 다음에 하지 않으면 아주 위험하다더라.”     


엄마는 늘 이렇게 얼버무리곤 하였습니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하하……. 뭐야? 코 수술을 해 달라고? 우리 정은이 코가 어디가 어때서 수술을 해? 사람은 그저 생긴 그대로 사는 게 가장 좋은 것이란다. 자연 그대로가 더 좋은 것이란 말이야. 알겠니?”   

  

“피이, 우리 반 아이들 중에도 벌써 쌍꺼풀 수술은 물론이고 입술이나 눈 그리고 턱 수술을 하겠다는 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단 말이야.”     


“그래? 쯧쯧쯧……. 네가 몰라서 그렇지, 아마 그 아이들은 부득이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슨 이상한 병이라도 단단히 걸려서 그럴 거야.”     


아빠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는 는 듯 혀까지 끌끌 차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정은이가 아빠를 향해 다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는 뭘 몰라도 한참 몰라서 그래. 탤런트나 가수들, 그리고 웬만한 연예인들도 모두 수술을 한단 말이야.”     

“아니야. 그건 그런 사람들이니까 대중들 앞에서 특별히 잘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그런데 너처럼 예쁘게 잘 생긴 아이가 멀쩡한 코를 수술을 한다는 건 아무래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니까.”     


아빠는 수술 이야기만 나오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무조건 반대였습니다. 정은이는 아빠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몹시 속이 상하고 답답했습니다. 그렇지만 참고 있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윽고 첫째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여러분, 방학 동안 즐겁고 재미있게 잘들 지냈어요?”     


“예!”     


아이들도 모두들 반가운 얼굴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힘찬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선생님도 반가운 얼굴로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다가 문득 혜은이에게 시선을 멈추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습니다.   

   

"예은이 너 방학 동안에 쌍꺼풀 수술을 한 모양이구나?“     


”…….“      

혜은이는 여전히 자랑스럽다는 듯 대답 대신 고개만 약간 끄덕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정은이가 큰 소리로 선생님을 향해 물었습니다.     


“선생님, 혜은이가 너무너무 예뻐졌죠?”     


어떻게 된 일인지 정은이의 물음에 선생님은 왠지 모르게 못마땅하다는 듯 말끝을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 글쎄에. 수술을 해서 예뻐지기는 했다만…….“      


그러자 정은이가 의아한 얼굴로 선생님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왜 그러세요? 선생님은 혜은이의 쌍꺼풀이 예쁘지 않으세요?”     


"예쁘지 않다니……. 선생님이 보기에도 아주 예쁘고말고.”     


“그런데 대답이 그러세요?”     


“예쁘긴 하다만, 사람의 얼굴이란 원래 특별한 병에 걸렸거나 목적이 없는 한 함부로 수술을 해서 뜯어고치는 게 아니란다.”     


“……?”     


선생님의 엉뚱한 대답 소리를 들은 혜은이는 얼굴색이 금세 빨갛게 물들면서 실망의 빛이 가득하였습니다. 여러 아이들 앞에서 크게 칭찬을 받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은경이가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특별한 목적이라는 게 뭐예요? 누구나 자신의 얼굴보다 더 예쁜 얼굴을 가지고 싶은 게 특별한 목적이고 본능이 아니겠어요?”     


“그건 은경이 말이 맞는 말이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혜은이처럼 수술을 했다고 생각해 보렴. 만일 그렇게 되면 모두가 쌍꺼풀이 있는 사람으로 변하지 않겠니?“     


“그렇죠. 그렇게 되면 모두가 다 예뻐지지 않겠어요?”     


“그러나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해서 누구나 다 예뻐지는 것은 아니란다. 수술을 하기 전보다얼굴 모양이 더 흉해질 수도 있지 않겠니?”     


“……?”     


아이들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아무 말없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의 이야기는 다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렴. 집에서 기르는 돼지나 소, 그리고 강아지나 토끼들도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해서 모두가 다 예뻐지는 것은 아니지 않겠니? 그러니까 사람도 수술을 해서 더 예뻐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이란다. 그리고 옛날에는 부모님이 물려준 귀한 몸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여 여자가 머리가 길어져서 자를 때도 부모님의 승낙을 꼭 받았단다.”     


“그렇지만 혜은이는 수술을 해서 더 예뻐졌잖아요?”     


온경이의 물음에 선생님이 다시 대답하였습니다.     


"그래, 맞았어. 혜은이는 수술을 해서 물론 더 예뻐진 것은 사실이지. 아주 잘한 일이고. 그러나 조금 전에도 선생님이 말했지만 여러분들 모두가 혜은이처럼 수술을 한다면 각자가 지니고 있어야 할 모습의 특징이 죽어 없어지는 것이란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벌써부터 어린 나이에 학교 공부보다 얼굴 모습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선생님으로서는 칭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생각을 좀 해 보렴. 사람이란 누구나 모습이나 생김새의 특징이 있어야 하는데 마치 공장에서 인형을 만든 것처럼 똑같은 사람들만 모여 산다면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겠니? 모두가 인형이 아니면 로봇과 뭐가 다르겠니?”     


“…….”     


선생님의 길고 장황한 설명에 아이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습니다. 더욱 얼굴이 빨개진 것은 바로 혜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코 수술을 하고 싶었던 정은이도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듯 계속 고개만 갸웃거리고있었습니다. ( * )           





              

< 더 생각해 보기 >     


1. 여러분은 얼굴이 더욱 예뻐 보이게 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수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예뻐지려는 욕망 외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말해 봅시다.     


2. 요즈음 예쁜 얼굴을 꾸미기 위한 욕망에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느낀

   점이 있으면 말해 봅시다.      


3. 이 세상 사람들이 예쁘게 보이기 위해 누구나 다 수술을 한다면 그 뒤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말해 봅시다. 

   

4. 만일,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코, 귀, 입, 눈의 모양을 그대로 본을 떠서 수술을 하게 된다면 누구나 예뻐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잘 생각하여 그 이유를 들어 의견을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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