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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05. 2021

여왕과 뱀

[사고력신장 창작동화]

어느 나라에 여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여왕은 늘 어진 마음으로 오직 백성들을 위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어서 백성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왕은 한 가지 유난히 특이하고도 이상한 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뱀을 지나치게 싫어하고 혐오하는 병이었습니다. 일단 뱀을 실제로 한번 보게 되면 너무나 놀란 나머지 며칠씩 누워서 앓게 되기 때문에 나랏일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뱀을 보았을 때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어쩌다가 그림으로 그린 뱀을  보기만 해도 열흘씩 누워 앓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누눈가가 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얼핏 듣기만 해도 적어도 며칠 동안은 몸살을 앓아야만 했습니다.     


여왕의 이 같은 희한한 병으로 인해 여왕 자신은 물론, 나라로서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생각다 못해 뱀이란 뱀은 보는 대로 모조리 죽여 없애거나 아예 씨를 말리도록 엄명을 내렸습니다.

      

그림으로 뱀을 그리지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뱀을 그린 그림은 모조리 불태워 없애도록 하였으며 뱀을 그리는 사람을 보면 엄벌을 주도록 법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는 또 한 가지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찌된 일인지 나쁜 마음을 가진 백성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왕이 그토록 백성들을 위해 어질게 나라를 다스리고 있음에도 그런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둑을 맞는 사람들, 그리고 주먹을 휘두르는 싸움질이며,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쉴 사이도 없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여왕은 여성스럽게 마음이 곱고 어질기도 하였지만, 그 대신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가장 싫어하고 가슴 아파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범인들이 잡혀 올 때마다 어김없이 엄벌에 처하곤 하였습니다. 인간 이하의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혹독하고 심한 고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런 사람들이 줄어들기는커녕,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어서 여왕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여왕은 결국 여러 날을 생각다 못해 대신들을 모아 놓고 의논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날이 갈수록 범법자들이 판을 치고 다니는 무서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으니 장차 어찌하면 좋겠소? 무슨 좋은 묘안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을 해보시오!”     


“…….”     


대신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조아린 채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대신들도 어러 가지로 최선을 다해 애를 써보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신들 모두가 머리를 조아린 채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자, 대신 한 사람이 침묵을 깨뜨리며 입을 입을 열었습니다.     


“대왕마나! 이렇게 하오심이 어떠하올는지요?”     


“어떻게 말이요? 어서 말을 해 보시오!”     


여왕은 정신이 번쩍 들어 반가운 얼굴로 되물었습니다.     


“지금까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발견할 때마다 호된 매를 치기도 하고, 모진 고문도 하였으며 극형에 처하기도 해왔사옵니다.”   

  

“그, 랬지요. 그래서요?”    


“그래도 별다른 효과가 있기는커녕, 오히려 벌죄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글쎄, 그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오. 그, 그래서요?”     


“그래서 앞으로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나타날 때마다 여왕 마마께서 가장 혐오하고 싫어하시는 그 징그러운 동물을 그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어떠하오신지요? ”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소.”     


여왕은 지금 대신이 하는 동물이라는 게 바로 뱀이라는 것을 일아차렸습니다. 그리고 대신의 입에서 뱀이라는 말이 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안색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그, 그래서요?”     


“그래서 그 동물을 범인들을 범인에게 보여 주고 겁에 질려 다시는 못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 소인의 생각이옵니다.”     

"허어, 그거참, 정말 좋은 생각이오.“     


여왕은 갑자기 무릎을 치며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아주 훌륭한 묘인이오.  내가 왜 진작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를 일이오. 그리고 앞으로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발견할 때마다 그 동물을 보여 주기만 할 게 아니라 그것을 아주 고아먹이도록 하시오!”     

“예잇! 대왕마마님의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그 뒤부터 여왕의 분부대로 범인이 잡혀 오기만 하면 그때마다 그 벌로 여지없이 뱀을 고아 먹이곤 하였습니다.     


“이노옴! 이렇게 징그럽고 무섭기 짝이 없는 뱀을 먹고도 또 못된 죄를 저지를 마음이 있단 말이더냐?”     


죄를 지은 범인들은 누구나를 가리지 않고 여지없이 그 징그러운 뱀을 고은 물을 받아먹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몇 년이 흘렀습니다. 갑자기 대신 한 사람이 다시 여왕마마 앞으로 달려와서 아뢰게 되었습니다.     

"대왕마마 ! 정말 큰 일이 났사옵니다. 범인들에게 그 동물을 고아 먹인 뒤부터, 기운들이 뻗쳐서 그런지 나라 안의 범죄가 전보다 더욱 늘어만 가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여왕은 의외라는 듯 금세 둥그렇게 된 눈으로 되물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요? 그 끔찍하고 징그러운 동물을 고아 먹였음에도 범법자들이 점점 늘어 가고 있단 말이오?”     


“예, 그렇사옵니다. 아마 그 동물이 몸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 그 동물을 먹겠다는 욕심이 나서, 일부러 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날이 갈수록 더욱 늘어가고 있는 듯 하옵니다.”     


“뭐, 뭐라고요? 그거참, 낭패로군! 그럼 또 장차 이 일을 어쩐다?”    

 

순간, 여왕마마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얼굴빛이 다시 어둡게 일그러지고 말었습니다. ( * )  





                  

< 더 생각해 보기 >     


1. 뱀을 몹시 싫어하는 여왕이, 죄인들에게 벌로 뱀을 먹이도록 엄명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뱀을 고아

    먹이게 된 여왕의 생각에 대해 느낀점을 말해 봅시다.     


2. 뱀을 보거나 심지어는 '뱀'이라는 말만 들어도 앓아 누울 정도로 여왕은 뱀을 지극히 무서워하였습니다. 

   여왕이 그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한 대로 이야기해 봅시다.     


 3. 이 나라 죄인들에게 그토록 징그러운 뱀을 먹이게 하였음에도 범인들은 더욱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4. 똑같은 ‘달'을 보고도 반가워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 이와 반대로 슬퍼하거나 기분이 

   언짢아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같은 색깔을 보고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까닭에 대하여 생각이 나는 대로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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