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Mar 06. 2021

상태와 오락기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상태는 요즈음 그렇게 신바람이 날 수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휴대용 오락기를 샀기 때문이었습니다.     


“상태야, 나도 잠깐만 해 보면 안 되겠니?”     


“야, 넌 아까 학교에서 많이 해 봤잖아. 이번엔 내 차례란 말이야.”     


요즈음 상태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인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집에 와서도 마찬기지였습니다. 친구들이 주르르 따라다니며 귀찮을 정도로 오락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매달리고 애원을 하며 따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태는 그런 친구들이 좀 귀찮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오락기 하나 때문에 이렇게 인기가 좋아질 줄은 짐작조차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사실 상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오락기 하나를 사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먹고 싶은 과자나 떡볶이도 사 먹지 않고, 용돈이 생기는 대로 꼬박꼬박 돼지 저금통에 돈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오락기 하나를 갖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그마치 6개월이 넘도록 저축을 하였지만 오락기를 사기에는 조금 부족한 돈이었습니다. 오락기가 그만큼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점심시간의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놀러 나가고 교실에는 상대 혼지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 날은 마침 상태가 당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엉! 이게 웬 돈이지?”     


이곳 저곳 교실 절리를 하고 있던 상태는 갑자기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교실 바닥에 웬 돈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태는 저도 모르게 사방을 한 번 두리번거리고는 슬그머니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웠습니다. 교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천 원짜리 돈을 세어 보니 5천원이나 되었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지?‘     


상태는 눈이 둥그렇게 된 채 공연히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하는 바람에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손도 발도, 그리고 온몸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돈을 주웠을 때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생님께 드려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이 돈만 있으면  그토록 갖고 싶었던 오락기를 오늘이라도 당장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에이, 누구의 돈인지도 모르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설마 들키지는 않겠지!’     


이렇게 생각하자 상태의 가슴은 아까보다도 더 사정없이 뛰고 있었습니다. 누가 옆에 있다면 가슴이 뛰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날, 저녁때였습니다. 상태는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돼지저금통을 뜯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아까 학교 교실에서 주운 돈과 함께 가지고 장난감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이거 얼마에요? ”     


상태는 망설이지도 않고 늘 갖고 싶어서 눈독을 들이고 있던 오락기를 가리키며 주인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락기의 값은 상태가 가지고 있는 돈보다 2천 원이나 더 비쌌습니다.     


“왜? 돈이 모자라니?”     


“네. 2천 원이 모자라요.”     


상태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주인아저씨가 잠깐 생각하더니 큰 인심을 썼습니다.     


“2천 원이 모자란다고? 에라 모르겠다. 너한테만 밑지고 인심 썼다. 그냥 가지고 가렴.”   

  

주인아저씨는 군소리 없이 진열장에서 오락기를 꺼내더니 건네주었습니다. 상태는 너무나 신바람이 나서 또다시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그리고는 그 길로 오락기를 들고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상태는 그 뒤로 틈만 나면 엄마나 아빠 몰래 오락기를 가지고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갈 때도 엄마나 아빠 몰래 숨겨 가지고 다니게 되었던 것입니다.    

        

“야, 그래도 너희들은 많이 해 보았잖아? 그다음에는 내 차례란 말이야.”  

   

이번에는 영수가 끼어들며 딱 한 번만 해보자고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영수는 상태와 반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얼른 돌아오지 않게 되자 영수가 몹시 못마땅한 목소리로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에이, 재수없어. 나도 얼마 전에 학교에서 5천 원만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금방 오락기를 살 수 있었는데…….”     


영수의 말을 들은 상태는 그만 가슴이 뜨끔하고 놀라서 금세 맥이 빠지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겨우 정신을 차리고 태연한 척하면서 영수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돈을 잃어버렸다구? 그게 언제인데?”    


“언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학교에서 잃어버린 것 같아. 나 참 재수가 없으려니까…….”  

   

“잃어버린 돈이 얼마였는데?”     


“5천 원.”     


“그래애?”     


상태는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곧 숨이 멎을 것처럼 불안했습니다. 큰 죄를 저지른 듯 얼굴이 화끈거려서 영수를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습니다. 보나마나 그돈은 바로 영수가 잃어버린 돈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럴 수가!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의 돈으로 장난감을 사다니!’   

  

상태는 여전히 태연한 척하고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가슴은 여전히 몹시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 일을 정말 어떻게 하면 좋지? 이제 와서 솔직하게 말하기도 그렇고, 또 말을 해지 않고 가만히 있자니 죄를 지은 것 같아 견딜 수도 없고…….'      


상태는 점점 더 불안하고 초조한 복잡한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은 상태의 그런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오락기를 가지고 노는 일에만 정신을 팔고 있었습니다. ( * )    





      

 < 더 생각해 보기 >     



1. 상태는 반에서 가장 친한 영수가 잃어버린 돈을 주워 오락기를 사게 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상태였다면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2. 상태는 갖고 싶었던 오락기를 사기 위해 용돈을 쓰지 않고, 오랫동안 꼬박꼬박 모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부족한 돈을 줍게 되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상태였다면 그런 경우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3. 비록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남의 물건이나 돈을 보고도 절대로 욕심을 내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가끔 

    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양심적으로 살아갈까요?     


4. 집안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남의 물건이나 돈을 훔치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느낀 점이 있으면 말해 봅시다. ( * )                                                                                                           

매거진의 이전글 여왕과 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