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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07. 2021

남자들만 사는 나라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남자보다 여자의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는 살림을 꾸려 나가기에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각 가정마다는 물론이고, 나라로서도 정말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이 나라 임금님은 할 수 없이 대신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지금 남자보다 여자의 인구가 훨씬 더 너무 많은 관계로 이에 따른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외적의 침략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그들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이 너무나 약하니 이 일을 장차 어떻게 하면 좋겠소?”     


“……!”          


임금님의 물음에 대신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한동안 고개만 갸웃거리며 좀처럼 입을 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대신 하나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습니다.  

   

“전하! 앞으로 여자 아기를 낳게 되면 아기를 낳자마자 그 자리에서 죽여 없애는 것을 국법으로 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대신의 말을 들은 임금님은 벌컥 화를 내면서 펄쩍 뛰고 있었습니다.      


"아니 뭐가 어쩌구 어째? 허어, 저런 천벌을 받을 사람이 그래도 명색이 이 나라의 대신이라고 버젓이 버티고 앉아 있다니, 쯧쯧쯧……. 그래 생각한다는 것이 고작 그 소중한 생명을 죽이자는 말이오?“     


임금님의 서릿발 같은 호령에 섣불리 한 마디를 꺼냈던 대신은 그만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쥐구멍을 찾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어서들 서슴지 말고 말해 보시오!”     


임금님은 화가 난 마음을 잠시 진정시킨 다음 다시 말해 보았지만, 그다음에는 또다시 누구 하나 감히 입을 여는 대신이라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날은 아무 결론도 얻지 못한 채, 회의를 끝내고 말았습니다.     

다시, 이 나라는 별 대책이 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랜 세월을 보낼 수 밖에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신 한 사람이 임금님께 아주 기쁜 소식을 아뢰게 되었습니다.     


“전하! 기뻐해 주십시오. 이제 드디어 남자의 인구가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가 오고야 만 듯 하옵니다.”     


"기뻐해 달라니,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어디 차근차근히 소상히 말해 보시오.“     


임금님은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이 커다랗게 되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대신은 신이 나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마을에 몇백 년 묵은 고목 나무가 한 그루 있다고 하옵니다.”   

  

“오호! 그래서요?”   

  

"소문에 들으니 그 나무는 무슨 소원이든지 정성껏 빌기만 하면, 그 뜻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아주 신비롭고도 범상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사옵니다.”   

  

“허어, 그거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얘기로군. 그렇다던 그 나무가 남자 아기만 낳게 할 수 있는 신비한 재주라도 있단 말이오?”     


“그야 물론이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소문을 들은 많은 아낙네들이 그 나무앞에 가서 빌고 나서 남자 아기를 얻게 된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말을 들었사옵니다.”     


“그거참,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로군.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소?”    

 

마침내 임금님은 그 소문이 사실인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 길로 급히 고목 나무가 있다는 마을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 앞에서 빌고 나서  아들을 낳게 되었다는 백성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 그것이 사실인가를 직접 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신의 말이 틀림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을은 물론, 그 이웃 마을까지도 여자보다는 남자아이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봐라! 지금 당장 나라 방방곡곡 방을 써 붙이도록 하여라! 그리고 앞으로는 이 나라 아낙네들 모두가 그 나무한테 빌고 나서 아들만 낳도록 하렸다!”     


이렇게 엄명을 하고 있는 임금님의 어깨에는 전에 없던 힘이 절로 용솟음치는 듯 하였습니다.     

 

그 후, 다시 몇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나라는 임금님이 원하던 대로 여자보다는 남자들의 수가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허어, 어찌하여 진작에 그런 신비한 고목나무를 발견하지 못했었던고…….”     


임금님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몇 번이고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나라는 차츰 여자가 많았을 때의 불편하고 어려웠던 일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처럼 걱정을 하던 외적의 침략도 걱정이 되지 않을 만큼, 나라의 힘도 튼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몇십 년이 흐른 뒤의 일이었습니다.     


마침내, 이 나라는 여자라고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남자들만의 나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 나라는 다시 옛날에 여자들이 훨씬 더 많았을 때에 겪었던 어려움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도 큰 어려움이 닥쳐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는 전쟁이 일어나도 다시 큰 문제 거리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전쟁을 막기는커녕, 그 밖에 다른 아무 일들도 모두 제대로 할 수가 없는 힘없는 나라로 변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눈이 뒤집힌 임금님은 다시 호령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제발 여자 아기를 많이 낳게 하도록 하여라!”     


남자들만 사는 나라! 그러기에 이제 와서는 그 누구도 아기를 낳을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남자보다 여자의 인구가 더 많은 나라가 있다면, 어떤 불편한 일들이 생길까요? 생각이 나는 대로 모두 

    말해 봅시다.      


2. 여자보다 남자의 인구가 더 많은 나라가 있다면, 어떤 불편한 일들이 생기게 될까요?  

  

 3. 남자라고는 한 사람도 없고, 그 대신 여자들만 사는 나라에서는 어떤 불편한 일들이 생기게 될까요?    

 

 4. 여자라고는 한 명도 없는 나라, 그리고 남자들만 사는 나라에서는 그 밖에 어떤 불편한 일들이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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