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Mar 10. 2021

지나치게 똑똑한 아들

[사고력신장 창작동화]

아주 오랜 옛날에 아들 하나를 둔 부모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어찌나 똑똑하고 영특한지 보는 사람들마다 신동이라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감탄을 하며 혀를 찰 정도였습니다.     


아들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서 어느새 공부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아들을 불러 놓고 말하였습니다.     


“얘야, 너도 이제 남들처럼 서당에 다닐 나이가 되었구나. 그러니 오늘부터는 당장 저 건넌 마을에 있는 훈장님 댁에 가서 글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하여라. 뭐니뭐니해도 장차 네가 남보다 더 잘 살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직 글공부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느니라.”   

  

아버지 앞에서 공손히 무릎을 꿇은 채,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들이 정중하게 대답하였습니다.    


“예, 아버님의 말씀대로 저도 오늘부터 열심히 공부를 하겠사옵니다.”     


그런 아들의 태도를 보자 아버지는 그렇게 흐뭇하고 대견스러우며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그 길로 서당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나절도 되지 않아 뜻밖의 일은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글공부를 하러 갔던 아들이 금방 집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깜짝 놀란 얼굴로 아들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아니, 어찌하여 하라는 글공부는 하지 않고 벌써 집으로 돌아왔느냐?“     


아들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아버님의 말씀을 거역하여 죄송하오나 저는 서당에 가자마자 글공부를 하지 않는 게 옳겠다고 생각하였사옵니다.”     


아들의 말을 듣자 아버지는 더욱 놀란 얼굴이 되어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지? 혹시 훈장님이 댁에 안 계시더냐?”     


“그게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글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거냐?”     


“예, 조금 전에 서당에 가서 훈장님을 뵈었더니 제 눈에는 훈장님의 형색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사옵니다.”   

  

“초라해 보이다니? 그래서?”     


“아버님께서 글공부를 열심히 하면 장차 남보다 더 잘 살 수 있고, 또한 훌륭한 사람도 될 수 있다고 분명히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암, 그랬지. 그, 그래서?“     


"그런데 글공부를 가르치는 훈장님이 입고 계신 옷을 보니까 여기저기 해진 것은 물론이고 옷에 때까지 꾀죄죄하였사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글공부를 많이 했다는 훈장님이 그런 초라한 형색이거늘 만일 제가 그 밑에서 글공부를 한다 해도 보나마나 저도 가난하게 살게 될 것은 뻔한 게 아니겠사옵니까? 그래서 글공부를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아니 뭐가 어쩌구 어째?”     


아버지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들의 말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들은 어느덧 의젓한 청년이 되었고, 노인이 된 아버지는 심한 병에 걸려 병석에 눕는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아버지가 다시 아들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얘야, 나는 이제 기력이 쇠잔해져서 더 이상 오래 살 수가 없을 것만 같구나. 그러니 마지막으로 저 건넌 마을에 있는 약국에 가서 약을 좀 지어 오너라.”     


“예, 알겠습니다.”


아들은 급히 약국으로 달려갔습니다. 약국에 갔던 아들이 빈손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눈이 둥그렇게 된 아버지가 힘이 없는 목소리로 겨우 물었습니다.     


"아니 약을 지어 오라고 했더니 어째서 그냥 빈손으로 되돌아 왔느냐?”     


아버지의 물음에 아들은 이번에도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예, 약국에 가보니까 약국쟁이가 건을 쓰고 있었사옵니다.”     


“그래? 그럼 누가 돌아가시기라도 했다더냐?”     


"예, 오랫동안 병으로 편찮으시던 약국쟁이의 춘부장님이 오늘 결국 돌아가셨다 하옵니다.”     


“허허, 저러언, 그거 참 안 됐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자기 아버지의 병도 약으로 고치지 못하고 결국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하물며 어찌 그런 약국쟁이가 파는 약으로 무슨 수로 남을 살려낼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  

   

”뭐어? 뭐가 어쩌구 어째? 과연 이 애비가 똑똑한 아들을 둔 것만은 틀림없구나! 쯧쯧쯧…….“   

  

아버지는 너무나 기가 막혀 더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연신 혀만 끌끌 차고 있었습니다. ( * )        





                 

< 더 생각해 보기 >     


1, 아들은 글공부를 하러 갔다가 꾀죄죄한 훈장님의 모습을 보자 당장 그 길로 되돌아 왔습니다. 아들의 태도

    를 보고 잘잘못을 따져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봅시다.     


2. 아들은 약을 지으러 갔다가 약을 짓지 않고 되돌아 왔습니다. 아들의 태도를 보고 옳고 그름을 따져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봅시다.     


3. 만일 여러분이 이 글에 나오는 아들의 아버지였다면 글공부를 하지 않고 되돌아온 아들에게 어떤 말을 하

    였겠습니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 봅시다.     


4. 만일 여러분이 그때, 그 아들이 사는 이웃이었다면 그 아들의 행동을 보고 어떤 말을 하였겠습니까? 생각한

    대로 글로 써 봅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는 왜 웃지 못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