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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11. 2021

귀가 달린 물고기

[사고력신장 창작동화]

민호와 찬주가 아까부터 말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분명히 있단 말이야!”


"글쎄 우기지 마. 분명히 없다니까 자꾸만 그러네.“     


민호와 찬주의 입씨름은 좀처럼 끝이 나지를 않습니다.


“네가 귀가 달린 걸 봤다고?”     


“귀는 보이지 않지만 어항 앞에서 소리를 지르면 분명히 도망치던걸.”    

 

“거짓말 하지 마. 내가 소리 지를 땐, 도망가지 않던데?”     


“네가 몰라서 그렇지, 소리를 지르면 도망치는 걸 난 분명히 봤다니까.”   

  

“아니야. 그건 물고기가 움직이려고 할 때 그때, 마침 소리를 지른 거란 말이야.”     


“아니야, 분명히 있다니까.”     


“아니야, 물고기는 분명히 귀가 없다니까.”    

 

지금 민호와 찬주가 다투고 있는 것은 바로 물고기의 귀 때문입니다. 민호는 물고기의 귀가 분명히 있다고 믿고 있었고,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것이 찬주였습니다.      


잠시 뒤에 민호가 다시 찬주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찬주야, 그럼 너 말이지.”     


“어서 말만 해봐.”     


“그럼 넌 말이지. 이 세상에 제가 없어서 소리를 못 듣는 동물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니?”     


“그야 물론이지.”     


“그게 어떤 동물들인데?”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선 물고기와 뱀이 그렇고, 그 밖에 자벌레나 파리 등, 우리들이 몰라서 그렇지, 얼마든지 많단 말이야.”     


“뭐어? 뱀이나 자벌레, 그리고 파리도 귀가 없다구?”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니? 그럼 넌 귀가 달린 파리나 뱀을 본 적이 있단 말이니?”     


“그런 걸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찬주의 질문에 민호는 그만 어리둥절해지면서 말끝을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그때를 놓지지 않고 찬주가 다시 다그치며 물었습니다.   

  

“그런 걸 본 적은 없지만, 또 뭐란 말이야?”     


“귀는 달려있지 않지만 그런 동물들도 모두 소리를 듣기는 듣는단 말이야.”     


“이런 바보 같으니. 귀가 없는데 어떻게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그런 것까지 내가 어떻게 아니? 어쨌든 듣는단 말이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     


“왜 대답을 못 하니?”     


“……?”     


민호는 찬주가 계속해서 다그쳐 묻는 바람에 마침내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겨 있던 민호가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손뼉을 치며 소리쳤습니다.     


“참! 찬주야, 너 시골에 가 본 적이 있니?”   

  

“있지. 그런데 그건 왜?”     


“그때, 혹시 산에 올라가 본 적도 있었어?”     


"그럼 시골에 갔는데 산에 올라가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그런데, 그런 건 갑자기 왜 묻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라구. 그렇다면 너 산에 올라갔을 때, 송충이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니?”  

   

“아니.”     


“송충이는 소나무 잎을 갉아 먹는 징그러운 벌레란 말이야.”     


“그건 나도 알아. 그래서?”     


“송충이들도 겉으로 보기에는 귀는 보이지 않거든.”     


“그래서?”     


“그런데 소리를 아주 잘 듣는단 말이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찬주가 자꾸 물어오자 민호는 신바람이 나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언젠가 여름 방학 때였거든. 그때 난 시골에 갔다가 그 동네 아이들하고 산에 올라갔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런데 동네 아이들이 그 송충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더니 소리를 지르지 않았겠어.”     


“어떻게?”     


 “'송충아, 도리도리’ 하고 소리를 질렀단 말이야.”     


“그랬더니?”     


“그랬더니 글쎄 소나무에 주렁주렁 징그럽게 매달려 있던 송충이들이 고개를 번쩍 들고 고개를 막 흔들고 있더라고.”   

  

“송충이들이 귀가 없다면서?”     


“응, 아무리 살펴보아도 귀는 보이지 않는데 소리를 아주 잘 듣더란 말이야.”     


“하하하, 야아, 그런 엉터리 같은 소리 좀 그만해라. 그런다고 누가 속을 줄 알고? 귀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소리를 듣는단 말이니?”     


“정말이야. 몇 번을 되풀이해서 소리를 질러보았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고개를 몹시 흔들던걸.”     

"하하하, 너 이제 보니까 순 거짓말쟁이로구나?“     


“아니야. 진짜라니까. 하도 재미가 있어서 나중에는 징그러운 줄도 모르고 나도 직접 해 보았는걸.”


“그랬더니 정말 송충이들이 도리질을 하면서 머리를 흔들었어?”     


“그렇다니까. 한두 마리만 흔드는 것도 아니고 송충이들이 모두 다 똑같이 머리를 흔들더라니까.”     


“하하하……. 네가 아무리 날 속이려고 그런 말을 하지만 난 안 속는단 말이야.”     


찬주는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끝까지 믿지 않았습니다. 민호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믿어주지 않는 찬주가 밉기도 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너 그럼 언제 나하고 시골에 한번 가 볼래?”     


“그래, 가보자면 내가 못 갈 줄 알고?”     


찬주의 여전히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민호는 그런 찬주에게 더 이상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정말 물고기나 뱀, 그리고 송충이 같은 동물들은 전혀 듣지를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적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지?’     


민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찬주의 말이 옳은 것 같기도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 * )    







         

< 더 생각해 보기 >     


1. 물고기들은 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을까요, 아니면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경험이나 이유를 들어 설명해 봅시다.     


2. 송충이는 가까이에서 소리를 지르면, 머리를 들고 흔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소리를 듣고 그런 행동

    을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소리의 진동을 어떤 기관을 통해 느끼는 것일까요? 생각한 대로 이야기해 봅시

    다.   

  

3. 뱀이나 자벌레, 그리고 파리 등은 귀가 없습니다. 그것들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소

    리를 전혀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까?     


4.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동물들 중에,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동물들의 이름을 아는 대로 모두

    적어 봅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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