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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12. 2021

전쟁을 자꾸 일으키자고?

[사고력신장 창작동화]

모처럼 기분 좋게 큰마음 먹고 아침 일찍 외출을 했던 엄마였습니다. 그리고 저녁때 집으로 돌아올 때는 영락없이 파 주검이 된 채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한껏 멋을 내기 위해 곱게 차리고 입고 나간 엄마의 옷은 어떻게 된 일인지 수세미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그런 표정을 보자, 현희는 둥그런 눈이 되어 급히 물었습니다.  

   

“엄마,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얘, 말도 마라. 가는 곳마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워언…….”     


엄마는 대답조차 하기 귀찮다는 듯 겉옷을 벗지도 않은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몹시 피로한 기색으로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현희는 엄마의 눈치를 한동안 살피고 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어딜 가셨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어요?”     


“글쎄 가는 곳마다 사람들 틈에 끼고 치어서 살 수가 없었다니까. 이 옷 좀 보렴, 글쎄 모처럼 전철을 한 번 타려니까 그건 전철이 아니라 차라리 전쟁이 따로 없더구나, 어이구, 생각할수록 진절머리가 나서 워언…….“     

엄마는 이렇게 겨우 대답하고는 더 이상 말도 하기 싫다는 듯 다시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엄마, 그러니까 요즈음은 지하철이 아니라 지옥철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래, 맞았다. 오늘같은 날은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더라. 그리고 지하철뿐인 줄 아니? 어딜 가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람이 마치 짐짝 취급을 받게 된다니까.”     



현희는 문득, 지난번 사회 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주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나날이 불어나는 인구 문제로 인해 큰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아니,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인구의 증가 문제로 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인구 증가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현재, 해마다 1년에 대구시의 인구만큼 불어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앞으로 약 2백 년이 지나면, 전 세계의 인구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불어나서 모든 사람들이 서 있는다 해도, 발을 딛을 틈조차 없을 것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너무나 기가 막혀 입을 딱 벌린 채, 할 말을 잃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지금 태어난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긴다는 눈치가 얼굴에 역력하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정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지금도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 그리고 길거리, 시장, 극장, 병원, 백화점 등, 어딜 가나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많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동안 생각이 잠겨 있을 때,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혹시 인구 증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해 보세요”     


그러자 처음으로 영구가 벌떡 일어나서 대답하였습니다.     


“지금처럼 아파트를 계속 짓지 말고 앞으로는 지하 도시를 건설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겠지. 그러나 인구가 더욱 불어나서 지하 도시도 더 이상 건설할 자리가 없다면 그땐, 어떻게 하면 될까요?”     


“……?“     


선생님의 질문에 영구는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문 채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희가 벌떡 일어서서 대답하였습니다.      


“선생님, 인구가 많아지면 지금보다 아파트를 더 높이 지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하늘은 끝없이 높으니까 말이에요.”   

  

"그것도, 당분간은 좋은 생각이지, 그러나 아파트를 너무 높이 올리다 보면 대기권 때문에 사람이 숨을 쉴 수가 없게 되거든. 그리고 사람들 모두가 높은 아파트 꼭대기에 올라가서 가만히 앉아 있다면 생활은 어떻게 할 수 있지?”     


선생님의 물음에 현희도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번에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영구가 다시 대답하였습니다.     


“어떻게 말이니? 어서 말해 보렴.”    

 

“현재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세계는 지금 산지가 육지보다 더 넓지 않겠어요?”     


“그야 그렇지.”     


“이제부터 당장 산이란 산은 모두 무너뜨리고 바다나 강을 메우면 땅이 더 넓어질 게 아니겠어요?”     


“그럼 해산물은 어디서 얻고, 또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물의 이용은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게 아니겠니?”     


“……?“     


영구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자, 이번에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철구가 벌떡 일어나서 대답하였습니다.     


“아하, 좋은 생각이 났어요. 그럼 이렇게 하면 간단할 것 같아요.”     


“어떻게 말이니?”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철구에게로 쏠렸습니다.     


“전쟁을 자주 일으켜서 사람을 자꾸만 죽여 없애면 되지 않을까요?”  

   

“으하하하……. 웃긴다.”     


“전쟁을 일으켜서 사람을 죽여버리면 된대. 호호호…….”     


"갑자기 재가 미쳤나 봐. 하하하…….”


철구의 엉뚱한 대답에 아이들은 갑자기 배꼽을 잡으며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만일 인구가 지금처럼 자꾸만 불어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반 아이들 모두가 눈만 깜박거리고 있을 뿐, 그다음에는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한 채, 오랫동안 침묵만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인구의 증가로 빌딩이나 아파트가 한없이 높아진다면, 그 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2. 인구의 증가로 지하도시를 계속 건설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3. 인구의 증가로 산을 모두 무너뜨리고, 강과 바다를 메운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4. 앞으로 200년 후에는 사람이 서 있기만 해도 지구가 만원이 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이에 따른 어떤 

    대책들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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