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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16. 2021

엎질러진 물

[사고력 창작동화]

오늘은 학교에서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은주는 아침을 먹기가 바쁘게 책가방을 챙기고 있습니다. 엄마도 부지런히 이것저것 챙겨주며 물었습니다.     

“너 오늘 너무 덤벙거리지 말고 몇 번씩 잘 읽어보고 답을 쓰도록 해. 알았지? 그리고 너 오늘 시험 자신은 있는 거지?”     


“글쎄, 그건 시험지를 받아봐야 알겠지 뭐.”


은주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면서 약간 자신이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였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달리 그동안 네가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그러니까 우리 은주 파이팅!”     


엄마는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쳐주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은주의 등을 쓰다듬어주었습니다. 그러자 문득 생각이 난 듯 은주가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엄마와 다짐하듯 입을 다시 열었습니다.     


“엄마, 이번에 성적이 잘 나오면 틀림없이 약속은 지켜 주는 거지?”     


"약속이라니? 무슨 약속?“
 

엄마는 이미 은주의 속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되물었습니다.     


“에이, 벌써 까먹었어? 이번에 시험을 잘 보면 그동안 내가 갖고 싶어했던 선물을 사 준다고 약속했잖아.”      

“오라, 이제 알겠다. 그러고 보니 네가 시험도 보기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구나? 아암, 이번에 시험만 잘 보면 사 주고 말고…….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아빠도 출근하시기 전에 그 말씀을 하고 회사에 일찍 나가셨는걸.”     


“그래? 우와~~~ 신난다!"    


은주는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금세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크게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호호호….… 얘 좀 봐. 미리부터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은 아니지 않니? 뭐니뭐니해도 결과가 좋게 나와야 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러다가 실망하게 되면 어쩌려구.”     


“치이, 그럼 엄만 지금 내가 시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기라도 바라고 있다는 소리야, 뭐야?”     


"아니. 엄마가 그럴 리가 있니? 이번에는 우리 은주가 특별히 다른 때보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까 아마 모르긴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그러니까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히 시험을 잘 보고 오도록 해. 알았지?“  

   

“응, 알았어. 염려 마, 엄마, 그럼 다녀올게.”     


"그래, 제발 잘 보고 와야 된다.”     


은주는 신바람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집을 나섰습니다.          




마침내 학교에서 첫째 시간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첫째 시간은 국어시험이었습니다. 은주는 문제가 쉬웠던지 그런대로 답을 잘 써 나갔습니다. 국어시험에 이어 둘째 시간에는 은주가 가장 약한 수학시험이었습니다.    

 

산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문제가 많이 나왔습니다. 은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열심히 산수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수는 워낙 어려운 문제가 많이 나와서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풀리지를 않았습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은주는 안타까운 마음에 금방 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며칠 전에 아빠가 해주신 말이 은주의 귓가에 생생하게 맴을 돌며 들려옵니다.  

    

“이번에 시험을 잘 봐서 1등을 하면 우리 은주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최신  컴퓨터를 한 대 사 주마.”    

 

그러니까 이번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에 따라 은주한테는 컴퓨터 한 대가 왔다 갔다 할 판인 것입니다.   

  

은주는 문득 반에서 항상 공부를 잘 하는 정아와 선주, 그리고 정식이와 영철이의 모습을 힐끗 곁눈질로 바라봅니다. 아이들 모두가 한결같이 머리를 짜내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저마다 답을 써 나가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은주는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시험을 망치면 컴퓨터 한 대가 날아가는데 이를 어쩌면 좋지?”     


은주의 눈앞에는 그동안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컴퓨터의 모습이 선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시험을 잘 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은주가 이번에는 슬그머니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선생님은 다행히도 책상 앞에 앉아서 무슨 일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반 아이들도 모두 시험을 열심히 보기 위해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은주는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면서 책상 서랍 속에 있는 참고서를 슬그머니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몰래 참고서를 보면서 답을 써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시험지에 나와 있는 그토록 어려운 문제들은 전과에 마침 자세하게 잘 나와 있었습니다.    

  

그다음 시간은 사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연 시험을 끝으로 드디어 모든 시험은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 뒤의 일이었습니다.     


“히야! 우리 은주가 이번에는 반에서 1등을 했다고?”     


“우와! 우리 은주가 드디어 어려운 일을 해냈구나. 해냈어!”     


학교에서 받아온 은주의 시험지를 받아 본 엄마와 아빠는 너무나 기쁨을 참다못해 어린애처럼 펄쩍펄쩍 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계속해서 뽀뽀를 해 주기도 하고 아빠는 은주를 얼싸안더니 번쩍 들기고 하면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야단법석들이었습니다.  

    

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고만 있었지만 오랜만에 엄마 아빠의 그런 칭찬을 듣고 보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은주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 그럼 나 이번에 약속한 대로 그거 사 주는 거지?”    

 

“아암, 당장 사 주고말고. 가만히 있자. 이번 토요일이 좋겠구나. 네 생각은 어떠니? 그때 사 줘도 괜찮겠지?”     

“토요일이라면 이틀밖에 남지 않았잖아?”     


“그렇지.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모레가 바로 토요일이구나.”     


“응, 좋아, 아빠.”     


은주는 그만 너무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 은주를 아빠가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은주야, 어떠니? 아빠 말이 틀림없지?”     


“아빠가 무슨 말을 했는데?”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한 말 말이야. 보렴. 이번에도 네가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까 너보다 공부를 잘 하던 너희 반 아이들을 모두 보기 좋게 젖혀 놓고 1등을 하지 않았니, 안 그러니?”  


"……. "

   

아빠의 그 말을 듣고 있는 은주의 가슴이 갑자기 뜨끔해지면서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 실력으로 1등을 한 게 아니라 참고서를 보고 컨닝을 한 것이라고 솔직히 말을 해 버릴까?‘     


그러나 은주는 곧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만일 그랬다가는 엄마와 아빠의 실망이 너무나 클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토록 평소에 갖고 싶어하던 컴퓨터를 포기하기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은주야, 너 왜 그러니? 갑자기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걸. 어디 몸이 안 좋으니?”     


눈치가 빠른 엄마가 은주의 눈치가 갑자기 이상하다는 걸 금세 알아차리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습니다.      

"아, 아니야. 아마 오늘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봐.”     


“그래? 요즈음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너무 무리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럼 오늘은 일찌감치 네 방에 건너가서 푹 좀 쉬렴. 엄마가 오늘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맛있는 간식도 해줄게.”    

  

“응, 엄마 고마워. 좀 그렇지 않아도 좀 쉬어야 될 거 같아.”     


은주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제 방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이 일을 정말 어떻게 하면 좋지?’     


은주는 찔리는 양심 때문에 도무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고 무거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컨닝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꼴찌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컨닝을 하지 말고 차라리 컴퓨터를 포기하는 편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고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해 본들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미 그 모두가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 * )          






               

< 더 생각해 보기 >     


1. 은주는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였지만, 모르는 문제가 나와 컨닝을 하였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그때, 은주의

    경우였다면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2. 은주가 1등을 하게 된 것은 컨닝을 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온주의 입장이었다면 끝까지 컨닝을

   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컴퓨터를 선물로 받겠습니까, 아니면 컨닝을 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빌겠습니까?     


3. 만일 부모님에게 컨닝을 하여 1등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였다면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

    게 되었을까요? 상상한 대로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 봅시다.     


4. 사람의 경우에 따라서는 누가 나쁜 짓을 하라고 시켜도 안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일부러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며 사람의 양심에 대해 아는 대로 이

     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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