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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18. 2021

두 개의 화분

[사고력신장 창작동화]

따뜻한 어느 봄날 아침이었습니다.     


“얘들아! 이리 좀 나와 보렴.”     


엄마가 안에다 대고 남매를 부르는 목소리가 앞마당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응, 엄마, 금방 나갈게!”     


방 안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던 수철이와 수진이가 무슨 일인가 하고 앞마당으로 급히 뛰어나갔습니다.     

앞마당에서는 지금 한창 엄마가 화분에 정성스럽게 꽃씨를 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수진이가 둥그렇게 된 눈으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보면 모르겠니? 꽃을 심고 있는 거란다.”     


수철이도 덩달아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꽃씨들인데?“     


"글쎄다. 지금은 당장 가르쳐 주고 싶지 않은걸.”     


"그건 왜?”     


"호호호……. 이다음에 싹이 튼 다음에 그리고 얼마 더 있다가 꽃이 피면 저절로 알게 될 게 아니겠니?“     


엄마는 몹시 즐거운 듯 흐뭇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두 개의 화분에 꽃씨를 정성껏 심으면서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꽃인지 미리 좀 알려주면 안 돼? 그리고 우리들은 왜 부른 거야?“     


”으응, 그건 비밀이야. 그리고 엄마가 너희들을 부른 것은 너희들한테 꼭 보여줄 게 있어서 그런 거란다.“ 


”보여 줄 게 있다고? 그게 뭔데?“     


”자 이 화분 좀 보렴. 이건 거름이 좋아서 흙 색깔이 아주 시커먼 거란다. 그러니까 이 흙에 꽃씨를 심으면 아주 잘 자라겠지?“   

  

”그야 그렇겠지.“   

  

”그래, 맞았다. 지금부터 엄마가 이 똑같은 흙을 넣은 화분에 똑같은 품종의 꽃씨를 심을 거란다.”     


엄마는 이렇게 말하고는 갈색으로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는 예쁜 꽃씨를 세 알씩 두 개의 화분에 정성껏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남매를 향해 물었습니다.     


“자, 이제 다 됐다. 이 두개의 화분에 심은 꽃씨들이 이다음까지 둘이 똑같이 잘 자랄 것 같으니, 아니면 다르게 자랄 것 같으니?“     


”……?”     


”……?”     


엄마의 물음에 남매는 잠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서로 멀거니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수철이가 먼저 머뭇거리며 대답하였습니다.  

   

“그야 물론 똑같은 씨앗이고, 똑같이 정성을 들여서 키우면 똑같이 잘 자라게 되는 게 아닐까?”     


"그래, 수철이 말이 맞았다. 그런데 너희들 이다음에 이 화분에 무슨 꽃이 피어나게 될지 궁금하지 않니?“  

   

“그야 물론 궁금하지. 그런데 엄마가 조금 전에 이다음에 꽃이 피면 알게 된다고 하지 않았어?”    

 

수진이의 말에 엄마가 다시 웃으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아참, 그랬구나. 그럼 엄마가 너희들에게 이 화분을 각각 하나씩 나누어 줄 테니까 누가 가꾼 화분의 꽃이 더 튼튼하게 잘 자라게 될지 오늘부터 둘이 경쟁을 해보지 않겠니?"     


“엄마, 그게 정말이야? 우리가 길러도 돼?”     


“아암, 너희들이 길러보라고 심은 꽃씨인걸.”     


“으음, 그런데 우리들을 나오라고 부른 진짜 이유는 뭐야?”     


수진이가 다시 이렇게 묻자, 엄마는 여전히 미소를 띈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그게 그렇게도 궁금하단 말이지?”     


“그러엄. 궁금하고말고. 한장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나오라고 하니까 이상하잖아?”    

 

“오호, 그랬구나. 하지만 엄마가 너희들을 나오라고 한 것은 꼭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단다.”   

  

“그럴만한 이유? 그게 뭔데?”     

엄마는 그제야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설명을 해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식물들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란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한마디로 말해서 어느 식물이든지 가꾸는 대로 자란다는 말이지. 정성을 다해서 가꾸면 무럭무럭 잘 자라는 것이고, 그와 반대로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는 말이지.”    

 

그러자 이번에는 엄마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수철이가 얼른 끼어들었습니다.     


“엄마, 그런 얘기는 언젠가 실과 시간에 우리 선생님도 해주시던걸.”     

"으응, 그랬구나. 자, 그럼 엄마의 말을 조금만 더 들어보렴. 이 두 개의 화분에 똑같은 날에 똑같이 기름진 거름흙을 넣었지? 이렇게 말이야. 그러니까 너희들이 화분에 심은 꽃씨가 어떻게 자랄지 궁금하지 않느냐구?“     

”응, 똑같은 흙을 넣는 걸 우리들도 아까 다 보았잖아.“     


그러자 엄마는 남매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너희들이 하나씩 맡아서 정성껏 길러보는 게 어떻겠니? 어떻게 자라는지 보기 위해서 말이야.“     


수철이와 수진이는 화분을 나누어 준다는 말에 그만 신바람이 났습니다.     


“우와아, 신난다. 그거 재미있겠다. 응, 그럼 엄마, 열심히 길러 볼게.”     


“그래, 그럼 오늘부터 너희들 재주껏 정성을 다해서 길러보렴. 어떻게 자라는지 말이야.”     


엄마는 곧 남매에게 금방 심은 화분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날 이후부터 남매는 틈만 나면 화분을 들여다보면서 정성을 다해 꽃씨를 가꾸게 되었습니다.     

 

수진이는 혹시 오빠한테 지지 않기 위해 매일 물을 주고 잡초까지 뽑아 주면서  꽃씨를 정성껏 가꾸었습니다. 수철이는 수철이 대로 동생한테 지지 않기 위해 짬이 나는 대로 꽃을 기르는 일에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 달이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에이, 속상해 못 살겠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수진이의 화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수철이는 몹시 속이 상한다는 듯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수철이의 화분보다는 수진이가 가꾸고 있는 화분의 새싹이 더욱 싱싱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진이가 가꾸고 있는 화분은 어느새 보랏빛으로 곱게 피어난 꽃이 귀엽게 그리고 튼실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철이가 가꾸고 있는 화분의 꽃은 어딘지 모르게 생기가 없고 시들시들하며 볼품이 없었습니다.     

 

수철이는 동생한테 진 것이 은근히 창피하기도 하고 속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연히 엄마한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내 화분에는 아무래도 상한 꽃씨를 심었나 봐.”     


“아니, 왜?”     

“수진이가 기른 꽃에 비하면 내 꽃은 이상하게도 생기가 없고 볼품이 없으니까 그러지.”     


“그래? 그건 둘 다 싱싱하고 좋은 꽃씨였단 말이야. 아마 네가 제대로 관리를 못한 모양이지.”     


엄마의 말에 수철이는 더욱 약이 오르고 화가 났습니다. 지금까지 그처럼 정성을 다해 길렀는데 엄마의 말이 그렇게 야속하고 억울하게 들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아니란 말이야, 나도 수진이 못지않게 정성을 다해 길렀단 말이야.”     


“그럼 물을 너무 많이 주었거나 햇빛을 덜 쏘여준 게 아닐까?”     


“아니라니까. 물도 수진이 만큼 적당히 주고, 햇빛도 알맞게 쏘여 주었는걸.”    

 

"그래? 그렇다면 그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구나. 너도 보았지만, 거름흙까지똑같은 걸 주었는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걸 모르니까 내가 지금 엄마한테 묻는 게 아니야!”     


수철이는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엄마한테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엄마가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게나 말이다. 사람도 같은 나이에 똑같이 밥을 먹고, 또 똑같은 학교에서 똑같은 공부를 해도 성적이 1등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꼴등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니? 그러니까 아마 식물들도 그런 거겠지 뭐.”     


”……?”     


수철이는 엄마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의 말이 모두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꽃씨를 가꾸어 보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 )           






    

< 더 생각해 보기 >     


1. 남매가 가꾼 화분 중에 수진이가 가꾼 화분의 꽃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수철이가 가꾼 꽃은 잘 자라지 못

   했을까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생각이 나는 대로 이야기해 봅시다.     


2. 엄마가 남매에게 화분 하나씩을 나누어 주면서 정성껏 가꾸어 보라고 한 것은 어떤 목적이나 생각 때문이

    었을까요?     


3. ‘식물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을 아는 대로 이야기해 봅시다.   

  

4.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교육을 받고도 어떤 사람은 훌륭하게 성장하고, 또 어떤 사

    람은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각이 나는 대로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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