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빗나간 가르침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어느 날 저녁이었다.


오늘따라 혜영이가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며 성길 씨에게 매달리며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성길 씨는 생각다 못해 이솝 이야기 한 가지를 들려주기로 하였다.




옛날에 한 ①오마니가 외아들을 하나 데리고 살고 있었단다.


어느 날 ②소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오마니 앞에 연필 한 자루를 내보이며 자랑을 하게 되었단다.

“엄마, 이거 말이지, 우리 반 아이한테서 몰래 훔쳤어.”


자세히 보니 그것은 한번도 사용하지도 않은 새 ③기름숯연필 이었어.


④기래, 기래, 그거참, 잘 했구나!”


오마니는 몹시 기뻐하며 아들을 칭찬하지 않았겠니.

그리고 다음 날 아들은 또다시, 공책 한 권을 훔쳐와서 자랑하게 되었어.

“오마니, 이 공책 참 멋지고 고급이지? 이것도 우리 반 아이한테 슬쩍 훔친 거야.”

오마니는 이번에도 아들이 몹시 대견스럽다는 듯 덥석 껴안아 주기까지 하면서 칭찬을 하게 되었어.

“기래기래, 그거 참 잘 했구나. 우리 아들 재주도 좋지!”


아들은 오마니가 물건을 훔쳐올 때마다 칭찬을 해주는 바람에 신바람이 났어. 그래서 매일 뭐든지 훔쳐오는 게 습관이 되고 말았지 뭐니.


그리고 날마다 국어책도 훔쳐오고 수학책도 닥치는 대로 훔쳐오게 되었어.


그럴 때마다 오마니는 ‘기래기래, 우리 아들 갈수록 점점 더 잘하는구나! 하고, 그런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듯 그때마다 껴안아 주고 난리였어.

그러자 아들은 어느 날, 같은 동네에 사는 ⑤송아지 동무의 옷까지 훔쳐오게 되었거든.

“오마니, 오늘은 이걸 훔쳐왔어. 애길 들어보니까 이거 아주 비싼 옷이래.”


“어머나! 정말 훌륭한 ⑥금복이로구나, 잘 했다, 잘했어!”


오마니는 이렇게 여전히 아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단다.


그러자 아들은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여기저기서 점점 많은 물건을 훔쳐오게 되었어. 그럴 때마다 오마니는 여전히 ’기래기래, 참 잘 했다‘ 하고, 칭찬을 하기에 바빴어.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들은 어느덧 겉으로 보기에도 그럴듯해 보이는 ⑦호한으로 성장하게 되었단다. 호한이 된 아들은 배짱과 욕심이 더 커졌어. 그래서 이제는 작고 값이 나가지 않는 시시한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지. 그만큼 배짱이 커진 거란 말이야.

’큰 벌이를 해야겠는데, 뭐 좋은 일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호한은 날마다 크고 값진 물건을 훔칠 생각만 하게 되었지. 그리고는 어느 날 대궐로 숨어 들어가서 임금님의 보물을 훔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어느 날 밤, 아들은 마침내 높은 성을 넘어 겨우 대궐로 숨어 들어가게 되었지. 그리고 금과 은을 가득 훔쳐 나오다가 그만 문지기에게 들켜 ⑧훔침범으로 잡히고 말았어.


그리고는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바로 ⑨극죄를 받고 사형을 받게 되었어. 그리고 사형대로 끌려가고 있었어.


아들이 사형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오마니도 허둥지둥 사형장으로 달려왔지. 그리고 그제야 오마니는 가슴을 치며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사형장으로 끌려가고 있는 아들한테 매달리며 울며불며 묻게 되었어.

“얘야, 글쎄, 어쩌자고 용서받지 못할 그런 못된 일을 저질렀니?”


그러나 아들은 마침내 사형대 위로 올라가서 굵은 밧줄이 목에 걸리게 되었지.

그때 청년은 죽기 바로 전인 ⑩마감고비에 가서 한 가지 소원이 있다고 애원을 하게 되었어.

“부탁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마니에게 꼭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자 사형 집행관이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어. 그리고는 곧 오마니가 아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형대로 올라가게 되었지. 그러자 아들이 오마니에게 이러게 말했단다.

“오마니, 귀를 좀 더 가까이 대주세요.“


오마니는 아들이 시키는 대로 아들의 입에 귀를 갖다 대게 되었거든.


“으아악! 나 죽는다. 어이구, 이놈이 미쳤나. 어쩌자고 그래 귀를 물어뜯는단 말이냐?”


순간 오마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말았어. 아들이 그만 오마니의 귀를 물어 뜯어버리고 말았거든. 물어뜯긴 오마니의 귀에서는 시뻘건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어.

그러자 아들이 오마니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쳤단다.

“오마니, 제가 처음에 연필을 훔쳤을 때 왜 칭찬만 하셨죠? 그때 꾸지람을 하셨더라면 이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요?”


아들은 몹시 억울하고 화가 난다는 듯 성이 난 목소리를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단다. ( * )






※ 참고


① 어머니 ② 초등학교 ③ 콩테 ④ 그래그래 ⑤ 소꿉친구 ⑥ 비단옷 또는 화려한 옷

⑦ 훌륭한 사나이 ⑧ 절도범 ⑨ 엄중한 죄 ⑩ 일의 마지막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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