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색동다리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오늘은 성길 씨네 가족이 저녁을 먹고 모처럼 바람을 쐬려 밖으로 나왔다. 한동안 걷고 있다가 문득 하늘을 바라보던 성길 씨가 먼저 아내에게 물었다.

“오늘이 음력 며칠이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그건 왜요?”


“보름이 가까운 것 같은데 하늘이 뿌옇고 ① 옹근달이 통 보이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야.”

아내는 급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나서 당달아 하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맞아요. 오늘이 음력 보름이네요. 요즘 미세먼지가 온통 하늘을 뒤덮고 있어서 안 보이네요.”



“아참,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그렇구나! 오늘 하필이면 ②짬수를 잘못 택해서 외출을 나온 것 같은걸. 내가 어렸을 때 ③고망년만 해도 하늘에는 볼거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보기가 어렵더라고.”

“볼거리가 많았다고요? 무슨 볼거리들이 많았는데요?”


“우선 여름밤에 마당으로 나와 보면 하늘에서 수많은 ④별찌들이 마치 불꽃놀이라도 하듯 이 지구를 향해 ⑤허양 내려오곤 했거든.”


“맞아요. 그땐 공기가 맑아서 어디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요?”


“그리고 또요?”


“그리고 여름철이면 비가 온 뒤에는 어김없이 하늘에 일곱 빛깔로 반원을 그리며 어김없이 나타곤 했던 ⑥ 색동다리는 또 얼마나 멋있었다고.”


“그렇네요. 철이 없던 나도 어렸을 땐 그게 하늘에 뜨기만 하면 친구들과 같이 신바람이 나서 쫓아가 보겠다고 얼마나 뛰어가며 좋아했는지 몰라요. 호호호…….”


“그랬군. 그건 나도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좋았던 것 같아. 차암, 그리고 우리도 이번에 그놈의 ⑦ 왁친을 맞아야 될지 안 맞아야 할지 그것도 걱정이란 말이야. 그걸 맞고 죽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고 방송에 자주 나오니 하는 말이야.”


“그렇긴 하지만,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들은 그걸 맞고 사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하니까 정부를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도 정부를 믿고 기회가 되는 대로 얼른 맞아야 하겠지?“

성길 씨는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이번에는 문득 옆에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는 혜영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혜영아, 우리끼리만 얘길 해서 미안하구나. 아빠가 북한에서 사용하는 북한말 문제를 하나 낼 테니 한번 맞혀 볼래?“

”응 그래. 말해 봐.“


”좋아. ⑧ 하늘소가 뭘까?“


”으음, 하늘소? 하늘에 소가 있다고?“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육지에 살고 있는 동물 이름이거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는걸.“


혜영이가 모른다고 하자 성길 씨가 이번에는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도 모르겠어?“


”네 아까부터 생각해 봤는데 나도 모르겠는걸요. 호호호…….”


“좋아. 그럼 당신한테는 한 가지 속담 문제를 낼 테니 알아맞혀 보겠어?”

“그래요. 말만 해봐요.”


“좋았어. ⑨ ‘구운 게도 다리를 떼고 먹어라’ 란 말이 있는데 그게 어떤 속담이겠어?”


성길 씨가 속담 문제를 내자 아내도 혜영이도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생각다 못한 혜영이가 한참만에 못마땅한 듯 입을 열었다.

“에이, 모르겠는걸. 세상에 그런 엉터리 같은 속담이 어디 있어?”


“하하하……. 엉터리 문제라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⑩ 건승맞게 넘어가지 말고 생각이 날 때마다 더 열심히 노력을 해야지.”


“……?”


“……?”


아내도 혜영이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걷고만 있었다. 밤이 되면서 기온은 차츰 내려가며 한기를 느끼게 되었다.

이른 봄날의 저녁은 그렇게 점점 깊어만 가고 있었다. ( * )






※ 참고


① 보름달 ② 기회, 찬스 휴대폰 ③ 아주 오랜 옛날

④ 유성, 별똥별 ⑤ 거침없다 ⑥ 무지개 ⑦ 백신 ⑧ 당나귀

⑨ 돌다리도 두르려 보고 건너라 ⑩ 대강대강 넘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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