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엄마, 그럼 또 쌀까?

by 겨울나무

금요일, 학교 공부가 끝나는 벨 소리가 학교 가득 울려 퍼져나갑니다.


“딩동~~~ 딩도옹~~~”


아이들은 벨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신바람이 나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늘 그랬습니다. 저마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재웅이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잔뜩 찡그린 우거지상이 되어 자리에 앉은 채 좀처럼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재웅아, 넌 왜 집에 안 가고 이렇게 엎디어 있는 거니?”

“…….”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 명구가 몇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재웅이는 여전히 책상에 엎드린 채 좀처럼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아무 대꾸도 없습니다.


“어유, 이거 정말 답답해 미쳐버리겠네. 무슨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명구가 답답해서 죽겠다는 듯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내자 재웅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립니다.


“으아앙---”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직 교실에 남아 있던 몇몇 아이들도 웬일인가 하고 재웅이 곁으로 우르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재웅이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던 한 아이가 갑자기 낯을 찡그리며 소리쳤습니다.


“어이구, 이게 무슨 냄새지? 이거 지린내 아니야?”


그러자 아이들은 그제야 재웅이 궁둥이 가까이에 코를 대고 번갈아 가면서 냄새를 맡아봅니다. 그리고는 저마다 코를 틀어막으며 한 마디씩 지껄입니다. 그리고 재웅이는 곧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재웅이가 오줌을 싼 모양이야.”

“맞아. 여기 엉덩이 좀 봐. 바지가 흠뻑 젖었는걸. 어이구, 냄새야.”

“정말 이상한 일이다. 공부는 잘하는 아이가 왜 오줌을 싸지?”

“누가 아니래. 호호호…….”

“하하하…….”


아이들은 얼른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줄로만 알았던 재웅이가 오줌을 쌌다는 게 더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아이들이를 보고 제멋대로 떠들자 명구가 갑자기 화가 난 얼굴로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야, 그럼 너희들은 지금까지 오줌을 싼 적이 한 번도 없니?”

“하하하…….”

”호호호…….”


명구가 화가 나서 소리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더욱 큰소리로 킥킥거리며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깔깔대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날, 재웅이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릅니다.

집으로 돌아온 재웅이는 이번에는 엄마한테 꾸중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이구, 4학년이나 된 녀석이 이거 창피해서 이거 어쩌누? 그러게 엄마가 미리미리 정신을 차리라고 했지? 이제 당장 내일부터 창피해서 무슨 낯으로 학교에 가겠니?”


엄마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보면 어지간히 속이 상한 모양입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한도 끝도 없었습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그 누구보다도 영리하고 똑똑한 재웅이였지만 단 한 가지 가끔 오줌을 싸는 바보 같은 버릇은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잠을 자다가 실수를 해서 요에 자주 지도를 그리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할만 합니다. 그런데 멀쩡한 대낮에도 가끔 그런 수치스러운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게 그게 바로 문제였습니다.


병원에도 여러 번 가고 좋다는 약도 많이 먹여 보았지만 그 모두가 모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날 밤, 재웅이는 자리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학교에서는 그런 실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침내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그만 들통이 나고 만 것입니다.


“에이, 그놈의 오줌이 오늘은 하필 학교에서 나와 가지고…….”


재웅이는 몹시 속이 상합니다. 이만저만 속이 상한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고 엄마 말대로 내일부터 얼굴을 들고 학교에 갈 일이 큰 걱정이었습니다.


재웅이는 이런저런 걱정으로 겨우 늦게야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늦게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 그런데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재웅이는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두 눈이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엊저녁에 깔고 잤던 요입니다. 그런데 그 요에 큼직한 지도가 그려진 채 저만치 방바닥에 널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재웅이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사타구니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엊저녁에 팬티를 입고 잔 게 분명한데 지금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아니겠어요.


어제 친구들 앞에서 그토록 큰 망신을 당하고 하룻밤 사이에 다시 또 이런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에이 참, 이 일을 또 어쩌면 좋담!”


엄마와 아빠한테 꾸중을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겁이 태산 같은 재웅이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여보, 이 녀석은 여태 안 일어났소?”


아침 일찍 운동을 나갔다가 돌아온 아빠가 재웅이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재웅이는 더럭 겁부터 났습니다.


“밤에 오줌을 또 잔뜩 싸놓은 것도 모르고 아직까지 골아떨어져 자고 있는 모양이에요. 저렇게 잠이 많아서야 어디 워언…….”


그런데 오늘따라 참 이상한 일입니다. 다른 날 같으면 으레 화가 잔뜩 나 있어야 할 엄마와 아빠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엉?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재웅이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자 엄마와 아빠가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재웅이 녀석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지 뭐야. 하하하…….”

“누가 아니래요. 오줌싸개도 때로는 쓸모가 있나 봐요. 호호호…….”


재웅이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갈피를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의 아리송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보, 밥이 다 됐으면 나부터 먼저 줘요.”

“왜 어딜 나가시려고요?”

“그녀석 덕분에 화를 면할 수 있게 되었잖아. 그러니까 그녀석이 늘 사달라고 노래를 하던 스마트폰 하나는 사줘야 할 거 아니겠소.”


“어머! 이제 보니 그 녀석, 오줌도 싸고 갖고 싶어 하던 선물도 생기고 정말 횡재하게 됐네요. 호호호…….”


재웅이가 숨을 죽여가며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을 바로 그때 방문이 슬그머니 열리면서 성큼 아빠가 들어왔습니다. 재웅이는 창피하고 쑥스러운 생각에 이불자락을 얼른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녀석, 아빠가 왔으면 아는 체를 해야지 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지?”


아빠는 곧 재웅이가 덮고 있던 이불자락을 잡아당겼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재웅이는 이불자락을 뺏기지 않려고 힘껏 잡아당기며 얼굴을 들지 못했습니다.


“어이구, 우리 싸개가 그래도 창피한 건 아는 모양이지. 엊저녁에 말이다. 네가 마침 그때 오줌을 싸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 집은 큰일이 나고 말았을 거야. 지금 아빠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넌 아직도 전혀 모르겠지?”


“……?”


“자, 이제 어서 일어나서 아침이나 먹자. 엊저녁에 네가 오줌을 싼 대가로 아빠가 오늘은 네 스마트폰을 사주신대요. 호호호…….”

이번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엄마도 덩달아 소리내어 웃으면서 재웅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


재웅이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여전히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그러자 아빠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재웅아, 어젯밤에 갑자기 요가 축축해지는 바람에 아빠가 잠이 잠이 깨지 않았겠니? 아니라 다를까 네가 또 오줌을 흠뻑 쌌더구나. 그래서 얼른 일어나 불을 켰더니 글쎄 그때 갑자기 마루에서 누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니? 그때가 밤 12시쯤이었거든…….”


’아하! 일이 그렇게 된 거였구나!‘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재웅이는 그제야 자초지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오줌을 흠뻑 싸놓고 칭찬까지 받고 게다가 선물까지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네가 그때 오줌만 싸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지 뭐니.자, 어서 일어나서 아침부터 먹고 아빠와 같이 스마트폰이라 사러 가보자꾸나. 하하하…….”


재웅이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제야 겨우 이불 속에서 머리만 빼꼼히 내민 채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나 그럼 오늘 저녁에도 또 쌀까?”


“호호호……. 아니 이 녀석 그래도 말하는 것 좀 봐. 도둑은 맞아도 좋으니까 제발 그놈의 버릇이나 좀 버리란 말이야.”

“하하하……. 녀석 넉살하고는.”


아빠와 엄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또다시 한바탕 웃음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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