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23)]
♣ 탐욕 때문에 모든 덕이 빛을 잃었다. 그러나 실은 그 하나의 악이 다른 모든 덕보다 세었다.
< 플루타아크 영웅전 >
♣ 탐욕을 제거하려면 먼저 그 어미가 되는 사치를 제거해야 한다.
< S. A. 키에르케고오르 >
♣ 자부(自負), 질투, 탐욕은 사람의 마음에 불을 놓는 세 개의 불꽃이다.
< A. 단테 >
♣ 탐욕은 얻은 것을 다 삼키곤 입만을 더 크게 벌리는 것, 제 아무리 큰 은혜를 받을지라도 탐욕의 갈증은
더해만 가니 그 누가 끝없는 욕망을 제어하랴? 겁내어 탄식하며 자기를 가난하고 불행하게 여기는 자는
결코 부자로는 살아보지 못하리라.
< A.M.S. 보에티우스 >
나라의 빚이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오직 출세와 사리사욕에만 눈이 어두운 탐관오리들만이 판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생활은 비참하다 못해 기아에 허덕이다가 죽어가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그러나 탐관오리들의 눈에 그런 백성들의 모습들은 안중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어느 날, 지방 사또 하나가 그 지방의 순시를 나서게 되었다. 그나마 명색이 민생을 보살핀다는 허울 좋은 구실이었다. 사또의 얼굴빛은 기름기가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한참 지방을 순회하던 사또가 아주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웬 사람이 가랑이를 벌리고 서서 허리를 잔뜩 굽힌 채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사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봐라! 보아하니 저 사람은 정직하고 학식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김 선비가 아니더냐?”
사또가 문득 가던 걸음을 멈추고 형방과 이방에게 물었다.
“예, 사또, 그런 줄로 아옵니다.”
김 선비는 어질고 실력은 뛰어났지만, 탐관오리들에게 밀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재야에 묻혀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쯧쯧쯧, 저 사람이 그동안 못 먹고 배가 고파서 아마 정신까지 돌아버린 게 아니더냐? 어떻게 된 사연인지 연유나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꾸나.”
“예이!”
사또의 명에 따라 그들 모두가 김 선비 앞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그러나 사또가 다가가도 김 선비는 꼼짝도 없이 그대로 가랑이 사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또가 직접 엄한 목소리로 물어보게 되었다.
“무엄하도다! 어찌 명색이 이 고을의 사또를 보고도 이런 해괴망측한 꼴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더냐?”
그러자 김 선비는 여전히 가랑이 사이로 사또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예, 죄송합니다. 저는 세상이 온통 뒤집혀 있어서 이렇게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니, 세상이 뒤집혀서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니?”
김 선비는 여전히 머리를 들지 않고 가랑이 사이로 사또를 바라보며 다시 대답했다.
“예, 저는 똑바로 서서 세상을 보면 모두 뒤집혀 보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가랑이 사이로 거꾸로 세상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된지 오래입니다.”
“……!!”
사또는 그만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