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들판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62)]

by 겨울나무

오늘따라 저녁을 일찍 먹은 혜영이네 가족이 모처럼 산책을 하기 위해 교외를 걷고 있었다.


옷깃을 스치는 ①가능바람이 더욱 신선하고 상쾌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들판 논바닥 여기저기에는 벌써부터 못자리를 만들기 위해 논바닥을 단정하게 다듬고 물을 채워 놓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혜영이가 먼저 물었다.


“아빠 저건 왜 저렇게 예쁘게 다듬어 놓은 거야?”


“으응, 저건 못자리를 만들려고 미리 준비해 놓은 거란다. 저기다가 일단 볍씨를 심고 어느 정도 모가 자라면 그것을 뽑아다가 논바닥에 옮겨심게 되는 것이지.”


“으응,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자라게 하면 쉬울 텐데 힘들게 왜 옮겨 심는 거야?”


“으응, 그건 어떤 식물이든지 옮겨 심어야 더 잘 자라기 때문이란다.”


“그럼 저걸 일일이 옮겨심으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많이 들겠네.”


“그렇지. 옛날에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모를 뽑아서 논으로 날은 다음 일일이 손으로 심었는데 지금은 ② 모개미 꽂는 기계가 있어서 그렇게 힘이 들지 않는단다.”


“으응, 그렇구나!”


“그렇고말고. 옛날보다 많이 편리해지고말고. 과거에는 소가 ③ 가대기를 끌고 다니면서 논을 갈았지. 그리고 논에 풀이 자라면 일꾼을 사서 일일이 호미로 ④ 풀잡이를 했는데 지금은 ⑤김약을 주기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게 되었으니 얼마나 편한 세상이냔 말이야.”


“우와아, 그럼 농사꾼들이 그만큼 편리해졌으니까 일이 별로 없겠네.”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란다.”


“무슨 일이든지 사람이 편하면 편해질수록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그게 걱정이란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겨울에 따뜻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⑥ 구획난방이니 개별난방이니 해서 가스비가 들어가지 않겠니?”


“그럼 그런 걸 때지 않으면 추워서 어떻게 살아? 다른 방법이 없잖아?"


“그렇지. 그래서 북한에서는 지금도 난방 장치를 아예 하지 않고 아궁이에 나무를 때기 위해서 가끔 ⑦ 화목동원을 시킨단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는 지금도 ⑧ 벌거퉁이 산이 많단다. 계속 나무를 하는 바람에 나무가 자랄 틈이 없기 때문이지.”


“아하, 그렇구나! 어쩐지 가끔 TV로 북한이 나오는 걸 보면 나무가 울창한 산이 별로 보이지 않더라고.”


세 식구가 한가로이 걷고 있는 길은 ⑨ 골탄길이 쭉 깔려 있어서 걷기에도 아주 편하고 좋았다. 그러자 문득 성길 씨가 혜영이에게 물었다.


“혜영아, 너 지금 신고 있는 ⑩헝겊신 혹시 불편하지 않니?”


그러자 혜영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내가 얼른 대답했다.


“그거 새로 산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불편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 묻는 거지. 새로 산 신은 길이 들지 않아서 가끔 불편할 때가 있잖아.”


“아빠, 아니야. 아주 편하고 좋아.”


“그럼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모두 구두를 신고 다녔는데 요즘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헝겊신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더라고.”


“그건 그래요. 아마 그것도 유행인가 봐요.”


“아마 그런가 봐. 이대로 나가다 아마 구두 공장들이 모두 망하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어이구, 봄이 돼서 그런지 요즘은 아무리 쉬어도 몸이 늘 피곤하고 ⑪ 날끈하단 말이야.”


성길 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몹시 피곤한 듯 기지개를 활짝 펴보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가족끼리의 오붓한 산책을 만끽하고 있었다. ( * )







※ 참고


① 미풍 ② 이앙기 ③ 쟁기 ④ 김매기 ⑤ 제초제 ⑥ 중앙난방

⑦ 땔감동원 ⑧ 벌거숭이 ⑨ 아스팔트길 ⑩ 운동화 ⑪나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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