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61)]
성길 씨 부부가 모처럼 함께 시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시장을 본 물건이 좀 많아서 시장바구니를 둘이 같이 들고 성길 씨의 한쪽 손에는 큼직한 ①방막까지 들고 있었다. 시장바구니 속에는 ② 가두배추도 한통 들어있었다. 오늘 저녁때는 특별 메뉴로 돈가스를 해먹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걷던 아내가 못 볼 것을 보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며 입을 열었다.
“어머! 저 애들 좀 봐요.”
아내가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따라 성길 씨의 눈도 그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서너 명의 남녀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서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얼른 보기에도 중학생쯤은 된 것 같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숨어서 몰래 피우는 것도 아니었다. 보란 듯이 담배를 입에 물고 태연한 표정으로 피우고 있었다.
“아니 왜 그래? 저런 거 처음 봐?”
“요즈음엔 저 애들보다 더 어린 학생들도 담배를 피운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어른들이 지나가건 말건 저렇게 버젓이 피우고 있으니까 하는 소리죠.”
“그걸 이제 알았어?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북한에서는 ③소학교 학생들도 ④ 담배질꾼들이 엄청 많단 말이야.”
“그래요? 담배는 백해무익하다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좋아서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피우는 거죠?”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도 소학교 다닐 때부터 담배를 배웠거든.”
“그래요? 그럼 당신은 왜 그렇게 어려서부터 담배를 피우게 되었어요?”
“아마 모르긴 해도 너무 답답하고 속이 상해서 그랬을 거야.”
“뭐가 그렇게 답답했는데요?”
“생각을 좀 해봐. ⑤ 가가시절부터 ⑥ 타개죽 한 그릇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매일 노력동원에 끌려다니며 ⑦ 로동개미처럼 일만 하는데 견뎌낼 사람이 어디 있겠어. 사람이 속이 상하고 답답하면 담배부터 피운다고 하잖아. 그래서 나도 ⑧가담가담 애꿎은 담배를 피우게 된 거지.”
“으응,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아내는 조금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럼 배가 고플 때는 그대로 굶고 견디어야 하나요?”
“먹을 ⑨ 량식이 없는데 별수 있어? 굶다가 정 견디기 힘들 땐 들로 나가 나물이라도 해서 끓여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곤 했지.”
“그랬구나! 그럼 그때 주로 어떤 나물을 해 먹었어요?”
“냉이랑 쑥이랑 먹을 수 있는 나물이란 나물은 다 해먹었지. 그리고 그때 가장 많이 해먹은 나물이 아마 ⑩길장구 였던 것 같아. 그걸 가지고 국도 끓여먹고 무쳐서 먹기도 했던 것 같아.”
“으음, 그랬구나!”
아내가 안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표정이 왠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 * )
① 비닐봉지 ② 양배추 ③ 초등학교 ④ 애연가 ⑤ 어린 시절
⑥ 옥수수 또는 수수로 만든 죽 ⑦ 일개미 ⑧ 가끔
⑨ 양식 ⑩ 질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