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남방과일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아내가 느닷없이 식탁에 잘 익은 바나나 한 송이를 올려놓으며 방에 있는 혜영이를 향해 소리쳤다.


“혜영아, 이리 나와서 이것 좀 먹어 보렴!”


그 바람에 방에 있던 혜영이도 TV를 보고 있던 성길 씨도 밝아진 표정으로 식탁 앞으로 모여들었다.


성길 씨가 웬 떡이냐는 듯 반가운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


“허어, 이건 또 웬 바나나야? 요즈음엔 돈만 많으면 참 살기 좋은 세상이야. 겨울철에도 바나나 같은 ① 남방과일도 사 먹을 수 있고, 그리고 ② 딸기단졸임도 마음대로 해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이냔 말이야. ③ 고망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소리지.“


성길 씨의 말에 혜영이가 얼른 바나나 한 개를 떼어먹기 시작하며 물었다.


”그럼 아빠 어렸을 때는 이런 거 없었어?“


”아암, 그걸 말이라고 하니? 어쩌다 ④타개죽 같은 걸 먹고 허기진 배를 겨우 면하고 했는

데 이런 걸 먹어본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지.“


”으응, 그랬구나!“


”아암, 그렇고말고. 참 그런데 너 ⑤ 끌신을 신지 않고 왜 맨발로 다니니? 발 시렵지 않니?“


”발 시렵다니? 이렇게 날씨가 따뜻한데 무슨 발이 시렵다고 그래?“


”그래? 이제 보니까 우리 혜영이가 ⑥쌩하게만 생긴 줄 알았더니 아주 건강하구나.“


”그럼 당근이지 아빠 그걸 이제야 알았어?“


”허허허, 그래그래. 바나나도 ⑦ 꽝꽝 먹고 건강하게 자라야지. 이 세상에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란 말이야. 알았지?“


”알았어. 걱정 마.“


성길 씨는 그런 혜영이가 귀엽고 대견스럽다는 듯 껄껄 웃고 있었다. 그런데 바나나를 한꺼번에 많이 먹고 있던 혜영이가 목이 멘지 ⑧ 피게를 하며 갑자기 물을 찾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내가 혜영이를 향해 가볍게 눈을 흘기며 얼른 물을 떠다 주며 한마디 나무랐다.


”으이그, 많이 먹으랬더니 이게 뭐니, 미련스럽기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성길 씨가 껄껄 다시 한마디 했다.


”허허허, 괜찮아. 어쨌거나 그저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허허허…….“( * )






※ 참고


① 열대과일 ② 딸기잼 ③ 오랜 옛날 ④ 옥수수나 수수 따위로 만든 죽

⑤ 슬리퍼 ⑥ 건강하다 ⑦ 많이 ⑧ 딸꾹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