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이야기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62)]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어젯밤에 본 한국영화를 보고 몹시 재미있다는 듯 혜영이와 아내에게 줄거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성길 씨가 재미있게 보았다는 영화는 고망년(옛날)에 소설가 이문열이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란 소설을 각색해서 ①다가찍기를 하여 영화로 만든 것이었다.


“그 영화에 나오는 5학년 2반에서는 엄석대란 급장아이가 ② 깡툴이 노릇을 아주 단단히 하더군.”


혜영이가 궁금해진 얼굴로 물었다.


“급장이 어떻게 하는데?”


“교실 청소를 하게 되면 대개 선생님이 검사를 하잖아?”


“물론 그렇지.”


“그런데 그 영화에서는 청소 검사도 급장이 하는데 유리창이 ③ 깨끈하다고 퇴짜를 놓기도 하는가 하면, 시험을 보면 반 아이들의 시험지 채점도 급장이 맡아서 다하는 거야. 그리고 체육시간에도 선생님 대신 급장이 명령대로 축구도 하고, 뜀틀 운동을 할 때에도 운동장에 ④ 마다라스를 깔고 뜀틀 운동도 하고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급장이 너무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니까 선생님이 믿고 ⑤ 가강히 급장한테 모두 일임한 거지.”


“우와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그다음엔?”


그러자 갑자기 성길 씨가 목이 마르다며 혜영이에게 물을 떠다 달라고 요구했다.


“어이구, 말을 자꾸 하다 보니 갑자기 물이 먹히네. 혜영아, 너 ⑥ 부엌방 ⑦ 가시대에 가서 물 한 ⑧ 고뿌만 떠다가 줄래?”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그래서 그다음엔 어떻게 됐는데?”


물을 떠온 혜영이가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자 성길 씨가 단숨에 물을 쭈욱 들이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이구, 시원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그 급장이란 녀석이 순 ⑨ 협잡꾼이라는 게 들통이 나고 말았거든.”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러게나 말이다. 그 애가 그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을 속이며 깡툴이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애가 워낙 무서워서 반 아이들이 모두 꼼짝도 못하고 협조를 하고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나중엔 어떻게 됐어?”


“그런 사실이 새로 부임해 오신 선생님한테 들통이 나자 그 날로 교실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그 후엔 아무도 그의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는 거야.”


“우와아, 그럼 5학년 때 선생님이 아마 북한말로 ⑩ 밭쩡이였나 봐. 그치?”


“하하하, 그러고 보니 우리 혜영이 말이 맞는 것 같구나. 하하하…….”


성길 씨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껄껄 웃어대고 있었다. ( * )






※ 참고


① 이동촬영 ② 우두머리 ③ 더럽다 ④ 매트리스 ⑤ 과감히

⑥ 주방 ⑦ 싱크대 ⑧ 컵 ⑨ 사기꾼 ⑩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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