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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Apr 17. 2021

운전대 잡기가 겁난다(1)

[선진 교통문화를 꿈꾸며 ]

우리나라의 교통문화 수준     


길거리에 자동차가 달리는 것을 보기가 드물었던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자동차는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며 사치의 상징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 자동차는 가진 사람들의 사치품이나 과시가 아닌 일상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신속하게 도와주는 필수 문명의 이기로 변해 버린 지 오래이다.    

  

거리에 자동차가 다니는 게 귀했던 옛날에는 어쩌다 흙먼지를 날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한 대를 보기가 무섭게 가까이에서 자동차 구경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한동안 숨을 헐떡이면서 쫓아가기에 바빴던 것이 엊그제 일인 것만 같다.      


자동차가 문명의 이기이며 편리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처럼 편리한 자동차로 인해 때로는 뜻밖의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고 천덕꾸러기가 된지 오래이다.      


해마다 명절이 돌아오거나 주말만 되면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또한 심각한 주차난으로 인해 이웃 간에 가끔 심한 다툼이 벌어지는 일도 일상화 된지도 오래이다.        


어딜 가나 ‘주차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어서 잠깐 볼 일을 보러 간다 해도 주차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자동차를 아예 집에 두고 걸어가서 용건을 보게 되는 일도 많아졌다.      


어쩌다 잠깐 볼일이 있어서 차를 몰고 나갔다가 잠시 주차를 했다가는 스티커 발부가 아니면 그놈의 CCTV에 여지없이 찍혀 범칙금 통지서가 날아오기가 일쑤이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소도시에는 주차단속이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심한 것 같다. 시청 소속의 주차단속 차량이 뻔질나게 거리를 누비고 맴을 돌아다니며 찍어대기에 바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시내에 잠깐 볼 일이 있어도 차를 두고 항상 걸어나가서 볼 일을 보게 된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나마 주차단속으로 범칙금을 물게 되는 것은 기분은 좋지 않지만, 그런대로 범칙금만 납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범칙금보다 더욱 겁이 나고 늘 긴장하게 되는 것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라 하겠다.      


가벼운 접촉 사고건, 좀 더 큰 교통사고이든, 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그처럼 번거롭고 힘든 일이 따로 없다.         

사람인지라 운전을 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간단한 사고는 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건 나 혼자만의 개인적이며 부질없는 생각이지 사고가 날 때마다 그렇게 간단하게 넘어가게 되기란 쉽지 않다. 사고가 크든 작든 보험사에 연락을 하여 신사적으로 간단히 쉽게, 그리고 기분 좋게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쉽게 넘어갈 것 같은 일도 서로 옥신각신하며 목청을 돋우고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복잡한 길거리에 욕지거리까지 하며 싸우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 하겠다.      


그냥 신사적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조금씩만 양보하면 될 일이지만 절대로 그게 아니다. 우선 목청이 커야 하고 으름장을 놓으며 겁을 주는 사람이 기선을 잡게 되어있는 교통문화로 굳어진 것이다. 아마 그래서 운전을 하게 되면 욕부터 배우게 된다는 말도 나온 것 같다.   

   

자동차의 범퍼는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서 만든 장치이지만 그것은 말만 그럴 뿐, 절대로 용납이 될 수 없다. 범퍼의 약간의 흠집만 났어도 조금만 손질을 하면 될 일을 가지고도 통째로 갈아 끼우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일단 목소리를 높이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교통문화 수준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트집을 잡고 늘어지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자동차의 약간의 흠집이 났다 하면 자신의 몸의 상처보다도 더 아프고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 가히 병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간단히 손질만 해도 될 흠집이라 해도 절대로 용납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테면 봉 잡았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단단히 보상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무서운 각오로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여 무섭게 대들고 물고 늘어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한마디로 교통문화의 후진국임을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겠다.    

   

운전은 나 혼자만 조심한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언제 어느 때 어느 자동차가 와서 충돌을 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어운전이란 말도 생기게 되었지만, 그러기에 운전대를 잡기가 항상 겁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유중국의 교통문화 수준     

우리나라의 그런 부끄러운 교통문화에 한창 젖어 있던 중 연수차 자유중국을 한 번 둘러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1985년도 초가을의 일이었다.   

   

어느 날 아침, 그 날도 연수 일정에 따라 30명 가까운 우리 일행이 탄 전용 버스가 자유중국의 어느 시가지를 달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너도나도 난생처음 보는 시가지 풍경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쿵!”     


예기치 않은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가 그만 길가에 정차해 있던 택시를 들이박고 만 것이다.  

    

우리 일행은 ‘이거 큰일 났구나!’ 하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되어 가만히 자리에 앉은 채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버스 운전사가 매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우리 일행을 향해 허리를 굽신거렸다. 그리고는 차를 세워둔 채 버스 출입문을 열더니 침착한 태도로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가이드를 하고 있던 안내양도 운전사를 따라 같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버스 운전사가 택시 앞으로 가자 택시 운전사도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주 섰다.      


우리나라 같았다면 두 사람이 서로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곧 뒷짐을 지고 핏대를 올리고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질러대고 싸워야만 당연히 공식에 맞을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그들은 뒷짐을 지기는커녕 성질을 내지도 않고 고성을 지르는 법도 없었다. 삿대질은커녕 어떻게 된 일인지 두 사람 모두 두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으고 마주 서서 굽신거리며 서로 미안한 표정이 되어 한동안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고 있었다.

      

정말 뜻밖의 희한한 광경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만에 두 사람은 서로 다시 굽실거리며 인사를 나누더니 마침내 버스 운전사가 버스에 오르자마자 우리 일행을 향해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얼굴로 허리를 굽실거리며 인사를 하고 나서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던 우리들 일행 중에 누군가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가이드에게 자초지종을 묻게 되었다.       


그러자 가이드가 밝은 표정으로 설명을 하게 되었다.      


일단 버스 운전사가 나가서 택시 운전사에게 내가 뒤에서 택시를 추돌하게 되어 매우 미안하다고 먼저 굽실거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택시의 뒷부분을 가리키며 택시가 흠집이 났으니 수리비용을 물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택시 운전사 역시 내가 여기 정차하는 곳이 아닌데도 정차해 놓은 것이 일단 잘못이라며 널리 이해해 달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버스 역시 앞 범퍼가 약간의 흠집이 생겼으니 오히려 수리비용을 물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은 서로 물어주겠다고 옥신각신하다가 피장파장으로 끝내고 말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와 너무나 다른 자유중국의 교통문화 수준에 대해 너무나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자유중국을 다녀온 지도 어언 3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길거리에 나가 보면 자동차 사고가 날 때마다 서로 핏대를 세우고 싸우는 광경을 심심치 발견할 수 있다.      


난 그런 광경을 목격할 때마다 문득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언제나 우리나라도 자유중국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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