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새똥이 된 꽃씨(1)

[고난과 역경 –2회 중 1회-]

by 겨울나무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입니다.


이따금 불어오는 봄바람의 향기가 상큼하고도 감미롭습니다.


동구 밖 산모롱이에서는 아지랑이가 아물거리며 피어오릅니다. 멀리 들판에서는 종달새 고운 노랫소리도 정겹게 들려옵니다.


소녀는 임마와 함께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앞마당가에 있는 꽃밭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엄마와 함께 열심히 꽃씨를 심고 있습니다. 꽃밭은 제법 넓은 편이었습니다.

엄마는 밭이랑을 만들며 꽃밭을 예쁘게 일구어 나가고 있습니다. 소녀는 엄마가 예쁘게 일군 꽃밭을 따라다니면서 정성스레 꽃씨를 심어 나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벌써부터 땀방울이 송송 맺혀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예쁘고 탐스럽게 피어날 꽃들이 눈에 어리어 조금도 힘든 줄을 모르고 열심히 심고 있습니다.


“엄마, 이 꽃씨는 심지 말고 버릴까?”


꽂씨를 심고 있던 소녀가 찌그러지고 못생긴 꽃씨 하나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왜 심지 않구?”


한쪽에서 꽃밭을 열심히 일구고 있던 엄마가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이걸 좀 봐. 이 꽃씨는 생긴 것도 이상하지만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할 것 같은걸.”


소녀는 손에 쥐고 있던 꽃씨 하나를 엄마가 잘 보이도록 불쑥 내밀어 보였습니다.


“정말 그렇구나. 그럼 꽃씨는 넉넉하니까 네 마음대로 하렴.”


“그럼 이 꽃씨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야 되겠어. 에이잇!”


소녀는 엄마의 승낙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에 들고 있던 꽃씨를 멀리 힘껏 던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마침 참새 한 마리가 꽃밭 위를 힘찬 날갯짓을 하면서 날아가다가 소녀가 던진 꽃씨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짹짹짹……, 아니, 이게 웬 떡이지?”


그 가뜩이나 배가 고팠던 참새는 꽃씨를 보자,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꽃씨를 콕 쪼아먹고는 어디론가 포로롱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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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짹…….“


어제 꽃씨를 삼켰던 참새가 마을을 떠나 어느 산기슭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면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산속에 살고 있는 친구의 생일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모처럼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실컷 먹을 생각에 신바람이 나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힘이 드는 줄도 모르고 계속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어이구, 배야!”


참새는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나 힘에 거울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 계속 날아왔는지 그만 뱃살이 땅기기 시작한 것입입니다.

“찌지지익~~~”


참새는 결국은 높은 하늘을 날아가면서 저도 모르게 '찌지직' 소리가 날 정도로 똥을 씨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어제 삼켰던 못생긴 꽃씨는 참새가 싼 똥에 섞인 채, 높은 하늘에서 그만 곤두박질을 하면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에이구머니나, 무서워라. 엄마야!“


꽃씨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꽃씨가 떨어진 곳은 하필이면 어느 산기슭에 있는 집채만큼이나 큰 바위 위였습니다.


“여,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한참만에 겨우 정신을 차린 꽃씨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혼자 신음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모습들이 온통 낯설고 처음 모든 것들뿐이었습니다.


“아아! 어쩌면 좋담!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고 말았지!”


꽃씨는 마침내 저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신세가 너무나 억울하면서도 처량해졌다는 생각에 큰 소리로 서럽게 서럽게 어깨를 들먹이며 정신없이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허어,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울고 있는 거냐?“


”……?“


가만히 살펴보니 그렇게 묻고 있는 것은 바로 집채만큼이나 큰 바위의 우람스립고 굵직한 목소리였습니다. 그토록 우람스럽고 무서울 정도로 굵직한 목소리를 들이 보기는 난생 저음이었습니다.

꽃씨는 화들짝 겁에 질린 얼굴로 울음을 뚝 그치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허어, 도대체 너는 누군데 여기에 와서 그토록 서럽게 울고 있느냐고 묻지 않더냐?”


바위가 이번에는 안심을 하라는 듯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가에 미소까지 흘리면시 묻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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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꽃씨는 너무나 겁이 나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더듬거리고 있었습니다.


"허어, 내 목소리가 워낙 커서 아마 겁이 난 모양이구나, 조금도 두려워 말고 어서 말을 좀 해 보념,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겠니?“


꽃씨는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바위님,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저 아래 멀리 보이는 산 밑에 있는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던 꽃씨였답니다.“


"으음, 그랬었구나. 그런데?“


”그런데 저는 자나 깨나 오직 한가지 꿈이 있었어요.“


“꿈이라고? 그 꿈이라는 게 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싶은 것이 저의 꿈이었거든요.”


“그야 그랬을 테지. 그래서?”


“그런데 저는 어제 꽃밭에 심어지기도 전에 그만 버림을 받고 말았어요.”


꽃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슬픔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바위는 어리둥절해진 얼굴로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버림을 받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저는 바위님이 보시다시피 예쁘게 생기지도 못했고 더구나 잘 여물지도 못한 못생긴 꽃씨였거든요.”


"으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그래서 어제 저를 꽃밭에 심으려던 소녀가 저를 심지 않고 멀리 던져 버리고 말았거든요.”


“아니 왜 심지를 않구?"


“조금 전에 제가 얘기했잖아요. 전 잘 생기지도 못했지만 게다가 잘 여물지도 못했다구요.”


“으음, 그래서?”


“그래서 저와 함께 지내던 친구들은 어제 모두 정성껏 꽃밭에 심어졌는데 서만 버림을 받았다니까요. 흐흐흑……."


꽃씨는 설명을 끝내기도 전에 다시 서러움에 못 이겨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지러언, 쯧쯧쯧……, 그거 정말 안 됐구나! 그런데 그건 그렇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소녀가 저를 하늘 높이 던졌을 때, 그때 마침 꽃밭 위를 날아가고 있던 참새 한 마리가 저를 단번에 쪼어먹어버지지를 않았겠어요.“


“원, 저런 가엾은 일이 또 있니! 그래서?”


“그리고는 저를 쪼아먹은 바로 그 참새가 오늘 마침 이 산 위의 하늘을 날아가다가 ‘찍’ 하고 똥을 싸는 바람에 그만, 흐흐흑…….”

꽃씨는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또다시 서러움을 견디다 못해 어깨까지 들먹이며 흐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꽃씨의 이야기를 나 듣고 난 바위가 갑자기 큰소리로 껄껄 웃으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 * )



- 1회 끝- 2회로 이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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