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창작동화 4회중 3회분]
“에구머니나! 이를 어쩌면 좋지? 아기가 차에 치었나 봐!”
“누가 경찰에게 얼른 신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람들은 약국에서 가까운 도롯가에 모여 선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하나 같이 눈쌀을 찌푸리며 떠들고 있었습니다.
밖으로 황급히 뛰쳐나온 엄마는 사람들이 모여 시끄럽게 웅성거리고 있는 곳으로 급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둥그렇게 빙 둘러서서 웅성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틈을 헤집고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엄마는 그만 못 볼 것을 본 듯 다시 한번 안색이 하얗게 질리면서 곧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앗! 아,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지금 도롯가 바닥에는 뜻밖에도 경수가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습니다. 엄마가 잠깐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어느 틈에 잠깐 밖으로 나간 경수가 그만 지나가던 트럭에 변을 당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엄마를 쫓아다니며 재롱을 부리며 마냥 평화롭게 놀고 있던 경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잠깐 아장아장 약국 밖으로 걸어나갔다가 그만 변을 당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야, 이놈아! 어떻게 할 거야? 당장 살려내지 못하겠어?”
번개처럼 엄마의 뒤를 쫓아 나온 아빠 역시 그만 두 눈이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다짜고짜 트럭 운전사의 멱살을 움켜잡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주,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사는 아빠한테 멱살을 잡힌 채 연신 허리를 굽히며 울상이 된 얼굴로 굽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였습니다.
“앵~~~ 애앵~~~ 애앵~~~.”
그 사이에 누가 신고를 했는지 요란스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관 아저씨들의 순찰차와 119구급차가 한꺼번에 몰려들었습니다.
경찰관 아저씨들은 민첩한 동작으로 사고 현장을 카메라로 찍기도 하고 거리를 재는 등, 몹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찰관 아저씨 한 분이 아빠에게 다가와서 다급하게 재촉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 이렇게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구급차에 올라타십시오.”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우선 피투성이가 되어 온몸이 축 늘어진 경수, 그리고 엄마가 구급대원 아저씨들의 부축을 받으며 급히 차에 올랐습니다.
“애앵~~~ 애앵~~~.”
구급차는 다시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병원 응급실을 향해 속력을 내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거리를 질주하던 모든 자동차들이 구급차 소리에 일제히 속력을 줄이거나 멈추면서 길을 비켜 주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아직도 넉이 다 빠진 상태로 경수 옆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습니다.
“경수야, 제발 살아만 다오, 응?”
잔뜩 울상이 되어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아빠도 안타깝고도 초조한 얼굴로 경수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몇 번이고 빌고 또 빌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지금 엄마도 엄마지만, 그보다는 경수가 더욱 걱정이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이대로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예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애를 태우는 사이에 마침내 구급차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앞세우며 마침내 큰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습니다.
경수와 엄마는 일단 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응급실로 들어갔습니다. 응급실까지 따라 들어갔다가 바로 쫓겨난 아빠는 별수 없이 병원 복도에 서서 안절부절을 못하며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빠는 너무나 초조하고 입이 바작바작 타는 바람에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목구멍으로 침을 삼키기도 힘이 들었습니다. 초조하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입에 대지도 않던 담배를 밖으로 드나들며 벌써 몇 개비나 연달아 피웠는지 모릅니다.
10분, 20분……. 1분이 한 시간 같고, 10분이 하루 같은 지루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은 피를 말리는 시간은 그렇게 계속 흘러만 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30분 가량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응급실의 중점치료실 문이 활짝 열리더니 간호사 하나가 그늘진 표정으로 얼굴을 삐죽 내밀더니 아빠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박경수 아기 보호자 분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잠깐 이리로…….”
아빠는 간호사가 안내하는 대로 허둥지둥 급히 응급실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
아아! 그러나 경수는 이미 침대에 눕혀진 채 하얀 시트로 얼굴까지 덮여 있었습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이 납덩이처럼 굳어지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어두운 표정으로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이거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어도 혹시 모를 일이었는데 그만…….”
“……!”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에 아빠의 표정이 더욱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져 주저앉는다더니 그런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였습니다. 아빠는 자신도 모르게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심한 현기증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눈을 감고 앉아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아빠가 힘없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그, 그럼 아이 엄마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인께서는 워낙 심한 충격을 받으셔서 한동안 안정을 취하시면 곧 회복이 되실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빠는 갑자기 한꺼번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서 움직이지를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넋이 빠진 사람처럼 한동안 움직이지를 못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엄마가 어느 정도 정신을 되찾게 되고 안정을 되찾고 퇴원을 하게까지 꼭 1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아빠는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지고 말았습니다. 전에는 그처럼 명랑하던 아빠의 표정에 서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엄마의 정신이 좀 이상해진 것도 걱정이었지만, 그보다는 경수를 잃어버린 슬픔을 감당하기가 더 힘이 들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의 몰라보게 달라진 이상한 증세는 퇴원을 한 뒤에도 별로 차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종일 방구석에 누워 있는 엄마의 곁에는 전에 경수가 입던 옷가지들과 갖가지 장난감, 그리고 젖병과 신발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엄마는 가끔 그런 물건들 중에 한 가지씩 번갈아 품에 꼬옥 껴안고 마치 경수가 옆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헛소리를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경수야, 이리 온. 착하지. 에이그, 너 바지가 몹시 지저분해졌구나. 남들이 흉보기 전에 어서 새옷으로 갈아입어야지. 자, 어서 이리 오지 않고 뭐하고 있니?”
엄마는 자리에 누운 채 경수가 입던 바지를 두 손으로 펴들고 혼자 중얼거리며 헛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아빠가 안타까운 얼굴로 엄마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여보, 이제 제발 정신 좀 차려요. 도대체 경수가 어디 있다고 만날 이 야단이냔 말이야?“
아빠는 차마 그런 엄마의 안타까운 모습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는 듯 외면을 한 채 가슴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아빠의 눈에서도는 어느새 굵은 이슬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습니다. 그냥 예사 눈물이 아닌 피눈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를 바라보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여전히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당신은 왜 번번이 소리는 지르고 이 야단이야? 조금 전에 우리 경수가 약국에서 노는 소리가 분명히 들리던데 당신은 못 봤다고요?”
“글쎄, 제발 이제 그만 잊으란 말이야. 당신이 자꾸만 이러니까 우리 수미도 덩달아 자꾸만 이상해지고 있단 말이야.”
“우리 수미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아빠의 말에 엄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당치도 않은 소리 그만하라는 듯 아빠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니? 그럼 난 이제부터는 절대로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당신 마음대로 직접 나가서 옷을 입히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보란 말이야!”
답답함을 견디다 못한 아빠는 더 이상 곁에서 지켜볼 수 없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잘해 오던 아빠가 그렇게 크게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아들 경수를 잃게 된 가정, 그리고 엄마까지 정신이 나가게 되자 단란했던 가정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미의 성격이나 생활 태도도 덩달아 전과 달리 차츰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공부를 좋아하고 열심히 하여 학업 성적이 뛰어났던 수미의 성적은 날이 갈수록 차츰 뒤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항상 미소 띤 웃는 표정으로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어울려 놀던 수미의 밝기만 하던 표정도 몰라보게 그늘이 지고 어둡기만 하였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모두는 물론 그 누구와도 일체 어울리지를 않고, 누가 말을 걸어와도 못들은 체하고 외면을 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는 선생님이 무슨 말을 시켜도 여간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입을 꼭 다문 채 못 들은 척하고 있는 것이 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수미의 그렇게 달라진 태도는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서 일단 방구석에 틀어박혔다 하면 온종일 밖에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그렇게 엉망이 되고 보니 수미네 가장은 이제 답답하다 못해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밖에서는 여느 때와 같이 스피커를 통해 경쾌한 동요 소리가 차츰 수미네 집을 향해 가까이 들려 오고 있었습니다.
‘누가누가 놓았나 조그만 돌다리
깡충깡충 건너는 징검다리 ’
그것은 보나 마나 목마 할아버지가 끌고 다니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 소리라는 것을 수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 목마 할아버지다!”
그날도 하루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던 수미는 동요 소리를 듣기가 무섭게 갑자기 생기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용수철에라도 튕겨진 듯 밖으로 급히 뛰쳐나가고 있었습니다.
“수미야! 너 어딜 또 그렇게 급히 가는 거니?”
약국에 있던 아빠가 어리둥절해진 얼굴로 수미를 향해 크게 소리쳐 물었습니다.
"아빤 몰라도 돼!”
수미는 이렇게 큰소리로 대꾸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딘가로 달려가고 말았습니다.
"아니 저, 저 애가 점점……?"
아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어디론가 황급히 달려가고 있는 수미의 뒷모습을 한동안 멀거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하늘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
수미는 목마에서 흘러나오는 동요 소리가 들려 오고 있는 곳을 향해 힘껏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이! 안녕하셨어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수미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활짝 웃는 얼굴로 할아버지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마냥 어둡고 우울해 보이기만 했던 그런 표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어이구, 우리 공주님이 또 나오셨구먼! 네가 이렇게 찾아오면 할애비야 반갑고 고맙기 이를 데 없지만, 번번이 이렇게 자꾸 신세를 져서 어떡하지?”
지금 막 비탈진 골목길의 언덕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겹게 목마를 끌고 있던 할아버지도 활짝 밝아진 표정으로 수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성구야, 우리 같이 힘껏 밀어 드리자, 응?”
“……."
지금까지 목마를 뒤에서 밀고 있던 성구도 몹시 반가운 기색으로 수미를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영차! 여엉차……!”
성구과 수미가 힘을 합쳐 뒤에서 힘껏 미는 바람에 목마는 아까보다 속력이 빨라지면서 언덕길을 쉽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목마 할아버지는 수미네 집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 산기슭 허술한 움막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일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어린 성구와 단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목마를 끌면서 이 동네 저 동네로 돌아다니며 몹시 가난하고도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건강도 다른 할아버지들과 달리 좋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목마를 끌고 있던 할아버지가 몹시 숨이 찬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어이구, 이거 너무 숨이 차서 좀 쉬었다 가야 하겠구나!“
”네, 그럼 할아버지, 잠깐만 쉬었다 가세요.”
“그래. 그러자꾸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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