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창작동화 4회중 2회분]
그 뒤로도 아빠는 틈만 나면 은근히 엄마를 귀찮게 따라다니며 졸라대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의 아빠는 영락없이 다섯 살도 안 된 어린애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여보, 나를 좀 봐서라도 그렇게 하자, 응? 그리고 나만 원하는 게 아니라 수미도 동생을 바라고 있잖아, 이제 더 이상 다른 부탁은 하지 않을 테니까 하나만 더 낳도록 합시다, 응?“
동생을 낳아 달라고 귀찮게 보채고 못살게 구는 것은 아빠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건 수미가 따끔 더했습니다. 수미 역시 아빠 못지않게 엄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까지 귀찮게 굴곤 하였습니다.
"이잉, 엄마, 동생 하나만 더 낳아 줘. 으응?“
듣다 못한 엄마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청소를 하던 손을 멈추고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듣기 싫어! 넌 아이 하나 낳아서 기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넌 아직 어려서 몰라서 그러는 거라니까.”
“힘들긴 뭐가 힘이 들어? 우리 반 친구 중에는 형제가 다섯이나 되는 친구도 있단 말이야.”
"그래? 그건 그 애 부모가 그만큼 자식을 키울 능력이 되니까 그렇게 많이 낳았겠지.”
“능력? 그럼 엄마나 아빠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는 거야?”
"그렇다니까.”
"아이를 기르는 데 무슨 능력이 필요한 건데?“
"아니 얘가 전엔 그렇지 않더니 언제부터 이렇게 버릇없이 꼬치꼬치 따지는 못된 버릇이 생긴 거지?“
엄마는 약간 짜증스러운 얼굴로 수미를 향해 눈을 흘겼습니다. 그 바람에 수미는 조금 시무룩한 얼굴이 되어 못마땅하다는 투로 여전히 대꾸하였습니다.
”이잉, 엄만 지금 내가 엄마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이러고 있는 줄 알아?”
"그럼 그게 아니면 왜 그러는 건데?”
“엄만 그럼 정말 아직도 내 맘을 모르겠다 이거지?”
"그래, 정말 모르겠다. 왜?“
"내 말은 왜 동생 하나 낳아달라고 하는데 뭐가 어려워서 그러는지 그게 궁금하단 말이야.”
“듣기 싫어! 또 그 소리니? 이제 제발 그만 좀 하고 어서 너 할 일이나 하란 말이야! 엄만 지금 몹시 바빠서 너하고 그런 쓸데없는 잡담이나 지껄이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엄마는 귀찮아서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이렇게 대꾸하고는 다시 집 안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피이, 엄마는 정말 내 말을 믿어 주지 않는 고집쟁이란 말이야.”
그 바람에 수미의 입이 금방 뾰로통해지면서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수미가 보기에도 엄마의 몸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배가 마치 풍선에 바람을 조금씩 불어 넣은 듯 하루가 다르게 차츰 불러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엄마는 그동안 수미와 아빠의 끈질긴 등쌀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수 수미의 동생을 갖게 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수미는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만저만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수미 못지않게 기분이 좋아진 것은 아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빠는 차마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불룩하게 나온 엄마의 배를 바라볼 때마다 입가에 저절로 흘러나오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싱글벙글 웃곤 하였습니다.
‘푸후훗……, 만일 엄마가 아기를 낳는다면 나를 닮은 여자 아기일까, 아니면 아빠처럼 잘 생긴 남자 아이일까?’
수미는 생각만 해도 너무나 기분이 좋아 신바람이 났습니다. 어찌나 신바람이 나는지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어서 하루라도 빨리 엄마가 동생을 낳아 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발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쑤욱 나와다오. 흐흐훗…….’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동안 다시 여러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침내 수미와 아빠가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미의 동생이 태어나는 날이 돌아온 것입니다.
아빠는 이른 아침부터 약국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급히 배가 아파 쩔쩔매고 있는 엄마를 자동차에 태우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날 오후, 수미는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곧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안절부절을 못하면서 초조한 표정이 된 채 병원에서 소식이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소식이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런데 마침 바로 그때였습니다.
“따르르릉~~~ 따르릉~~~.”
수미는 갑자기 요란스럽게 전화기의 벨이 울리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여, 여보세요?“
수화기에서는 반갑게도 수미가 그토록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아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아빠는 기분이 좋은지 매우 흥분이 된 듯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수, 수미로구나. 나 아빠야. 많이 기다렸지?”
“응, 전화가 오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기나 해? 그런데 엄마는 아기를 낳았어? 아직 안 낳았어?”
“응, 지금 막 네 동생을 낳았단다.”
“우와아~~~ 그게 정말이야? 엄마는 괜찮고?”
“그래, 엄마도 괜찮고 아기도 잘 낳았단다.”
“그럼 남자 아기야, 여자 아기야?”
“으음, 수미, 네 생각에는 어떤 아기를 낳았을 것 같니?”
“그, 글쎄에, 난 아무래도 좋아. 그리고 궁금하니까 얼른 말해 봐."
“아주 잘생긴 아들이란다. 수미야, 너 남자 동생이 생겨서 기분이 너무 좋지?”
“그러엄, 그걸 말이라고 해. 우와! 우리 엄마 정말 짱인데!”
“그래, 그럼 수미 너 지루하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으렴. 엄마가 회복되는 대로 곧 아기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갈 테니까. 알았지?”
“응, 알았어.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엄마가 회복되는 대로 조심해서 천천히 와.”
“그래. 알았다.”
수미는 너무나 기쁨에 넘친 나머지 혼자 겅중겅중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야단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빠는 마침내 엄마와 아기를 자동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수미는 아기가 집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아기의 생김새부터 이리저리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동안 이리저리 아기를 유심히 살펴보던 수미가 좀 마음에 차지 않았던지 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아기가 왜 이렇게 생겼어?”
"이렇게 생기다니? 아기가 어때서?”
"너무 조그맣기도 하고 좀 이상하게 생겼잖아.”
수미의 대답에 엄마가 힘없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아기 때는 다 그런 거란다. 그리고 차츰 자라면서 더 예뻐지게 되는 거란다.”
"그럼 나도 처음에 태어날 때는 이랬다고?”
"호호호……, 넌 이 아기보다도 훨씬 더 보기 싫게 생겼었다니까.“
수미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이번에는 옆에 있는 아빠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아빠, 그게 정말이야?“
"아암, 정말이고말고.”
아빠는 여전히 너무 기분이 좋아서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서슴지 않고 대답하였습니다.
“피이, 거짓말 마.”
“아니야. 정말이라니까. 네가 어렸을 때는 정말 어찌나 보기 싫게 생겼는지 엄마가 창피하다고 밖에 나갈 때는 너를 제대로 데리고 다니지도 않았단다. 그런데 차츰 크게 자라면서 이렇게 예뻐진 거지. 두고 보렴. 네 동생은 이제 자랄수록 더욱 남자답고 의젓한 모습으로 자랄 테니까, 하하하…….”
“……?”
수미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조금 쑥스러운 표정이 되어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수미의 동생이 태어난 뒤부터 수미네 집안은 날이 갈수록 생기가 넘쳐흘렀습니다. 밤과 낮이 없이 웃음꽃이 그치지 않는 전보다 더욱 행복한 가정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아빠는 동생이 보고 또 보고 싶어서 약국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틈만 나면 아기 곁으로 달려와서 어르면서 놀곤 하는 것이 하루 중의 가장 큰 낙이요, 일과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이구, 경수 이 녀석 싱글벙글 웃는 것 좀 봐. 장차 틀림없는 장군감이라니까, 허허허…….”
아빠는 아기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그렇게 대견스럽고도 흐뭇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말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은 건 수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미는 수미대로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경수와 같이 놀기 위해 전과 달리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오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동생을 내려다보던 수미가 갑자기 호들갑스럽게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우와, 내 동생 정말 짱이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엄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습니다.
“짱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니?"
“엄만 여태 짱이란 말도 몰라? 그건 우리 경수가 미남으로 아주 잘생겼단 소리란 말이야. 이 다음에 탤런트나 영화배우를 하고도 남겠는걸. 그치, 엄마?”
“그래? 동생이 그렇게 잘 생겼니? 동생이 이상하고 보기 싫게 생겼다고 할 때는 언제고?”
“후후훗, 엄마, 그땐 정말 경수가 이상하고 못생겼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단 말이지?"
"그렇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니까. 내가 보기엔 우리 경수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미남이라니까.”
수미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해죽해죽 웃고 있는 경수의 뺨에 살짝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엄마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수미의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엄마와 아빠의 말대로 경수는 날이 갈수록 남자답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온 식구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잘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늘 행복하고도 단란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2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러니까 경수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뒤에는 두 돌이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경수는 이제 제법 여기저기 제멋대로 아장아장 걸어다니면서 있는 대로 재롱을 떨었습니다. 엄마는 이제 그런 경수를 따라다니며 돌보는 일이 너무나 힘에 부치고 진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힘이 들어도 조금도 귀찮거나 싫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입가에도 항상 즐거운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마침 약국을 찾아온 손님들이 많아서 엄마도 잠깐 아빠의 일을 같이 돕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의 일이었습니다. 밖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 큰 소리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습니다.
‘앗! 혹시 우, 우리 경수가……!’
엄마는 순간, 깜짝 놀란 표정이 하던 일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허둥지둥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습니다. ( * )
- 4회 중 2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