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더위에 약간 짜증이 난 성길 씨가 혼잣말로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우리 집은 창문을 모두 열어놓아도 사방이 막혀서 그런지 ①바람갈이가 잘 되지 않아 더 더운 것 같아.”
그러자 아내가 대답했다.
“그걸 이제 알았어요?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아니야. 그건 알겠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더운데 앞으로 다가올 그 무더운 복중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겠어. 그러니까 우리 눈 꾹 감고 이번에 ② 랭풍기 하나 장만해 놓을까?”
“그거 좋고말고요. 하지만 이게 있어야 하잖아요?”
아내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며 대답했다.
“맞아. 그렇긴 하지만 허름한 중고라도 잘 골라서 들여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안 돼요. 그러다가 잘못 사면 고장만 나고 수리비만 더 나가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아요.”
“헛허어, 그거참. 늘 그놈의 돈이 웬수로구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동안 하다못해 ③모연금이라도 장만해 놓을 걸 그랬나 봐.”
“누가 그걸 몰라서 못 모았나요?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그런 돈을 모을 새가 어디 있어요. 안 그래요?”
“맞아. 그건 그래. 그런데 당신 말이야. 이렇게 먹고 살기도 어려운 세상에 북한의 김일성 일가가 가지고 있는 ④특각(초대소)이 혹시 몇 개나 되는지 알고 있어?”
“어머나, 별장이 한 개도 아니고 여러 개 있단 말인가요?”
“한 개가 뭐야. 특각이 수십 개나 되니까 물어보는 거지. 우선 평양에 있는 고방산 초대소, 백화원 초대소, 압록강가에 있는 창성 초대소, 그리고 양강도 삼지연 부근에 있는 소백수 초대소 등 수십 군데나 되거든. 그리고 북한에서는 특각을 초대소라도 달리 부르기도 하거든. 아마 모르긴 해도 백화원 초대소에는 묘향산으로 오르내리는 ⑤삭도도 설치되어 있을걸.”
“북한 동포들은 굶주림 속에서 노동만 한다던데 왜 그렇게 초대소가 많대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가고 말도 안 되네.”
“그러게나 말이지. 하지만 초대소가 그렇게 많이 짓게 된 것도 그들 나름대로 다 목적이 있다는 거야. 김일성이 처음에 정권을 잡을 때는 모든 주민들을 기와집에서 살게 해준다고 호언장담을 했거든. 그런데 그런 약속을 한 지 80년이 다된 지금도 북한 동포들은 움막 같은 오막살이 집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언젠가 방송에서 백화원 초대소라는 말은 들어본 것 같아요.”
“백화원 초대소는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아마 들어봤을 거야. 백화원 초대소는 말 그대로 그 초대소 정원에는 갖가지 예쁜 꽃을 100가지 이상이나 기르고 있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거야. 그리고 과거에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 그리고 우리나라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초대했던 초대소로도 아주 유명하지. ”
“그건 그렇고, 왜 북한 주민들은 그렇게 불공평한 사회에서 살아가면서도 아무말도 못할까요? 우리나라 대통령이 그렇게 많은 초대소를 지었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잖아요?”
“그건 어림도 없는 소리지. 만일 불만이 쌓여서 김정은이를 ⑥불신제거하겠다는 말이 나오기라도 하면 당장 사형감이거든. 그러니까 독재정치라고 하는 거지.”
“후유, 말만 들어도 저도 모르게 답답하고 화가 나네요.”
아내는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자신도 모르게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