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외출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65)]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빌딩 10층에 자리 잡은 커피숍이었다. 커피숍에 도착해 보니 아직 친구는 도착하기 전이었다.

성길 씨가 문을 열고 들어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자, 커피숍 아가씨가 ① 청온한 목소리로 반갑게 맞이하였다.


“어서 오세요. 저쪽 자리로 가서 앉으실까요?”


성길 씨는 아가씨가 안내하는 대로 자리에 가 앉으며 아가씨에게 말했다.

“친구가 곧 오기로 했는데 주문은 그때 같이 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아가씨가 여전히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가씨로 카운터로 돌아가기가 무섭게 친구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성길 씨가 반색을 하며 친구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여어, 여기야. 반갑네 어서 오게나!”


둘은 서로 두 손을 굳게 잡고 한동안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가 늦게 온 것이 좀 미안했던지 먼저 입으 열었다.


“거 ② 계단식승강기를 타고 올라오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리는걸.”


“그래? 왜 ③ 수직승강기를 타고 올라오지 않고?”


“그렇지 않아도 그걸 타고 올라오려고 했더니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더라고.”


“아하, 그랬군. 그나저나 무얼 마실까? ④ 미제숭녕을 마실까, 에네키모(아메리카노)를 마실

까?”


“자넨 뭘 마실건데?”


“난 에네키모.”


“그럼 나도 같은 걸로 마시지 뭐.”


두 사람은 일단 에네키모를 주문했다. 그러자 친구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조금 늦게 올 거라고 자네한테 ⑤ 깨톡을 몇 번이나 보냈는데 왜 소식이 없었지?”


“어어, 그랬어?”


성길 씨는 그제야 주머니에 있는 ⑥ 손전화를 꺼내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미안한 듯 대답했다.

“어이구, 이러언, 마침 무음으로 해놓아서 까맣게 모르고 있었군. 어이구, 이거 미안하게 됐네. 이렇게 펀리한 세상에 이걸 안 쓰고 있었다니. 참 좋은 세상이야. 자네 전에 생각나지? 그땐 ⑦ 귀증폭기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얼마나 으스대며 자랑스러워 했느냔 말이야.”


“아암, 그렇고말고. 차암 그런데 요즈음에는 ⑧ 판형콤퓨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더라고.”


“그래. 맞아. 아마 무겁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간단한 손전화기가 많이 나와서 그런 거 아닐까?”


“맞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그건 그렇고 우리 이렇게 ⑨ 얼굴가리개를 벗고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도 되나?”


“아참 그렇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자 그럼 우리 얼른 얼굴가리개 쓰고 이야기를 계속하세.”


“그건 그렇고 우리 오늘 저녁은 무얼 할까? 우리 오랜만에 ⑩스시로 할까, 뭘로 할까? 오늘 저녁은 내가 쏠 테니 아무 걱정말고 말해 보게.”

“아니야. 저녁은 내가 낸다니까. 그리고 스시는 난 기분 나빠서 안 먹겠네. 웬수놈의 왜놈들의 음식이어서 말이야.”


“아하, 그렇지. 그럼 뭘로 한다?”


“으이구, 만나자마자 저녁 타령부터 하지 말고 우리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그동안 쌓인 이야기나 실컷 하다가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세.”


“그래그래. 알았어, 하하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 * )





※ 참고


① 말쑥하고 상냥하다 ② 에스컬레이터 ③ 엘리베이터 ④ 커피 ⑤ 카톡

⑥ 휴대폰 ⑦ mp3 ⑧ 태블릿pc ⑨ 마스크 ⑩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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