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은주의 생일

by 겨울나무

초가을이 차츰 다가오면서 교실의 유리창 밖으로 멀리 보이는 파란 하늘도 나날이 달라 보이게 노루꼬리만큼씩 높아가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늘의 마지막 공부 시간이 끝나가고 있지만 은주는 걱정거리 때문에 조금도 기쁘지 않습니다. 공부 시간이 끝나면 바로 닥쳐올 일을 생각하니 공연히 가슴이 뛰고 문득문득 숨이 막힐 것만 같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재미있게 가르치는 공부도 오늘따라 조금도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먼 꿈속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처럼 아득하게만 들려올 뿐입니다.


'아아!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은주는 더욱 불안하고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오늘 은주가 이토록 걱정과 근심으로 불안한 하루를 보내게 된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오늘이 바로 은주의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생일만 아니었어도 이런 걱정거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은주야! 너 오늘 우리 집에 꼭 와야 돼.“


은주는 그날 부반장인 영미네 집으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영미의 생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영미는 은주에게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너만은 꼭 와야 한다고 몇 번이나 졸라대곤 하였습니다.


”알았어. 고마워. 꼭 갈게.“


초대를 받은 은주는 엄마한테 졸라서 큰마음 먹고 비싸고 예쁜 선물을 샀습니다. 그리고 신바람이 나서 영미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우와아--- 드디어 은주가 약속을 지켰구나! 반가워. 어서 와.”


영미네 집에 도착하자, 영미는 몹시 반가운 얼굴로 은주를 맞이하였습니다. 미리 와 있던 몇몇 아이들도, 그리고 영미 엄마도 은주를 반가이 맞이하였습니다.


“히야! 영미네 집 정말 넓고 멋있다! 네가 이렇게 넓고 멋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던 친구들 중 하나가 몹시 부럽다는 듯 입이 크게 벌어진 채 말했습니다.


“멋이 있기는……. 요즘 우리 집보다 못한 집에서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니? 안 그러니?”


영미는 조금 쑥스러워진 얼굴로 대꾸했습니다.


은주 역시 속으로는 몹시 부러운 눈빛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절대로 그런 내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영미 엄마가 정성껏 푸짐하게 차려 놓은 갖가지 음식을 맛있게 실컷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노래와 무용, 재미있는 놀이까지 끝낸 다음 영미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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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이들 와서 생일을 축하해 주어 정말 고마워, 그런데 다음에는 누구 생일이지?”


"나는 11월이아.“


"난 12월이니까 아직 멀었어.”


"에이, 난 눈보라가 휘날리는 내년 1월이란 말이야.”


아이들은 저마다 제 생일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은주만 아무 말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궁금해진 영미가 은주에게 물었습니다.


“은주야, 네 생일은 언제나고?”


은주는 짐짓 놀라면서도 억지로 태연한 척 하면서 대답했습니다.


“난, 10월이야, 10월 25일…….”


“야! 그럼 다음에는 가장 먼저 은주네 집으로 모이면 되겠구나. 은주 너, 이번에도 네 생일날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 잘 됐어. 이제야 드디어 겨우 은주네 집에 가 볼 기회를 얻게 되었구나. 사실 말이지, 우리 친구들 중에 은주네 집을 가 본 사람 누구 있니?”


"그래, 그래, 요 깍쟁이가 즈이 집이 부자라고 늘 자랑만 늘어놓지 어디 집구경을 시켜 줘야지.”


아이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신바람이 나서 제각기 한마디씩 하며 떠들어댔습니다.


은주는 그날 얼떨결에 저도 모르게 모든 친구들을 초대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아! 정말 이 일을 어떡하면 좋담!’


시간이 자꾸만 흐를수록 은주는 더욱 초조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때 공연히 약속을 했다는 후회가 스멀스멀 구름떼처럼 몰려옵니다.


마침내 공부 시간이 모두 끝나기가 무섭게 초대를 받은 아이들이 은주한테로 우르르 모여들었습니다.


“자, 가자 은주야! 난 오늘 집에 늦게 가겠다고 엄마한테 허락까지 받았거든.”


“나두! 오늘은 은주네 집에 가서 실컷 놀다가 와야지. 호호호…….”


아이들은 벌써부터 처음 가보는 은주네 집에 가서 즐겁게 놀 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신바람이 나서 한 마디씩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어서들 가볼까?"


은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렇게 대꾸하고는 바로 앞장을 섰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신바람이 나서 조잘거리며 은주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맨 앞에 앞장을 선 은주는 큰 거리를 지나 골목을 몇 개 돌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느새 으리으리한 고급 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어느 집 앞에 다다르자 문득 걸음을 멈추고는 아이들을 향해 자랑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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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왔어. 이 집이 바로 우리 집이거든. 어때? 이만하면 괜찮지?”


순간 아이들의 눈이 모두 둥그래지면서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은주네 집은 차가 드나들 수 있는 대문도 따로 있고, 잔디가 깔린 정원도 꽤 넓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이층으로 올린 건물은 대궐처럼 으리으리한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자, 은주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자,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난 저기 잠깐 가서 뭘 좀 사올 게 있거든.”


은주는 이렇게 말하고는 아이들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어디론가 서둘러 힘껏 달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골목 밖으로 사라지고 있는 은주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이 멀뚱해진 표정이 되어 은주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은주야! 어디 가니?”


“갑자기 뭘 사러 간다는 거야?”


아마 아이들은 지금 은주의 속이 타는 마음을 전혀 상상조차 못 하고 있을 것이 뻔합니다.


저 건너 산기슭 달동네 가난한 집에 단칸방을 세로 얻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오래전부터 병든 아빠를 간호하며 엄마와 함께 고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은주의 속타는 가슴 아픈 마음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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