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훈아와 동생

by 겨울나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엄마한테 투정을 부리며 못 살게 굴었던 훈아입니다. 그러다가 저도 지쳤는지 제풀에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워언, 녀석두, 그래 그렇게 엄마의 진을 쏙 빼놔야만 직성이 풀린담!“


그래도 엄마는 잠이 든 훈아의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잠이 든 훈아의 궁둥이를 서너 번 토닥거려 주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눕혔습니다.


지금 훈아의 표정은 조금 전에 칭얼거리며 떼를 쓸 때와는 아주 딴판입니다. 마치 활짝 피어난 함박꽃송이처럼 밝기만 합니다.


훈아는 올해 여섯 살입니다.


요즈음 부쩍 심술이 늘고 엄마한테 매달려 떼를 쓰는 일이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습니다.

훈아가 그렇게 엄마한테 매달려 떼를 쓰게 된 것은 아직 동생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 아침의 일만 해도 그랬습니다.


훈아는 아침밥을 먹는둥만둥 하고는 뭐가 그리 급한지 장난감 상자부터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훈아 착하지. 노는 것도 좋지만 제발 조금만 더 먹고 나가렴."


훈아는 지금 엄마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장난감 트럭과 비행기, 그리고 인형 등, 장난감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너 그렇게 엄마 말 자꾸 안 들으면 또 병원에 데리고 갈 거다.“


훈아는 병원이라면 아주 질색을 합니다. 얼마 전에 치과에 갔다가 겁에 질려 혼이 나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 뒤부터 엄마는 병원 덕분에 아주 좋은 무기가 하나 생겼습니다. 훈아가 말을 잘 듣지 않을 때마다 병원에 데리고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 있었으니까요.


엄마의 입에서 병원이란 말이 나오자 훈아는 더럭 겁이 난 모양입니다.


”엄마, 나 절대로 병원엔 안 갈래. 그러니까 조금만 놀다가 와서 이따가 많이 먹을게.“


훈아는 급히 나가려던 발걸음은 잠시 주춤하더니 이렇게 대꾸하고는 그예 밖으로 뛰어나가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밥을 잘 안 먹다가도 병원 얘기만 나오면 억지로라도 곧잘 먹던 훈아였습니다.


그러나 그 무기도 이제는 약발이 떨어졌나 봅니다. 툭하면 병원 이야기를 너무 들어서 그런지 쇠귀에 경 읽기가 되고 만 것입니다.


엄마는 훈아가 이렇게 급히 나가는 이유를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습니다. 보나마나 오늘도 옆집에 사는 미나와 민수를 불러내어 공터로 달려갔을 것이 뻔합니다.


미나는 훈아와 나이가 똑같은 여섯 살입니다. 그리고 민수는 미나의 동생입니다.


”워언, 녀석도 저렇게도 좋을까!“


엄마는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노는 일에 정신이 팔린 훈아 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늘 그렇듯 민수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곳은 주택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조그만 놀이터입니다. 꼬마 아이들이 모여 안심하고 놀이를 하기에는 아주 그만입니다.


”미나야, 여기 어때? 여기 좋지?“


훈아는 어느새 미나와 민수를 데리고 공터로 달려나왔습니다. 그리고 모랫더미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민아에게 물어봅니다.


”그래 그래, 여기서 놀자.“


미나가 벌써부터 신이 나서 손뼉을 치며 좋아합니다.


”어저께처럼 난 아빠이고 넌 엄마하는 거다. 그리고 민수는 우리 아들로 하자 응?“

”그래그래. 네 맘대로 해.“


훈아는 흐뭇한 표정이 되어 이번에는 민수를 향해 물어봅니다.


”민수야, 너 우리 아들 할래?“

”응.“


민수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자 미나가 다시 물어봅니다.


”너 정말 우리 아들할 거지?“

”응, 그렇다니까.“

”너 정말 약속한 거다, 알았지?“


민수는 이번에도 서슴지 않고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훈아와 미나는 그런 민수가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손뼉을 치며 펄쩍펄쩍 뛰고 있었습니다.


한바탕 펄쩍펄쩍 뛰고 있던 미나가 다시 민수를 향해 물었습니다.


”민수야, 너 그럼 지금부터는 나를 누나라고 부르지 말고 엄마라고 불러,응?“

”알았다니까.“

”훈아한테는 아빠라고 부르고 알았지?‘

“글세, 알았다니까 자꾸만 그러네.”


이번에도 민수의 시원스런 대답에 두 아이는 다시 깡충깡충 뛰면서 좋아했습니다.

미나는 곧 자리를 펴더니 장난감들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훈아도 미나가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일을 열심히 도와주느라 분주합니다.


“자, 그럼 우리 아들 민수는 아기 좀 잘 보고 있어. 엄마는 부엌으로 나가서 밥할 게,응?”


미나는 민수가 엄마라고 불러주는 바람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인형 하나를 민수 품에 안겨주고는 곧 부엌으로 나갔습니다.


“여보, 그럼 난 회사에 갔다가 올게.”

“네, 오늘 저녁에는 제발 술 좀 그만 마시고 일찍 들어오셔야 해요. 알았죠?”

“응, 알았어. 걱정마라.”


훈아는 이렇게 대꾸하고는 곧 장남감 자동차 위에 올라앉더니 입으로 시동을 거는 시늉을 했습니다.


“부르릉, 부르르릉~~~”


훈아는 대답하기가 무섭게 트럭을 몰고 신이 나서 저쪽으로 달려갑니다.


“아 참, 이 녀석아 너도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알았어.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민수는 미나의 꾸지람을 듣기가 무섭게 얼른 큰소리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이만하면 훈아네 가정은 그 어느 가정 못지 않은 행복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민수는 엄마를 도와 아기를 봅니다.

미나는 부엌에서 밝은 표정으로 맛있는 음식을 장만합니다.


“부르릉, 부르릉~~~”


훈아는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트럭을 몰고 부지런히 빙빙 돌고 있습니다.

세 아이는 그렇게 행복한 가정 놀이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입니다.


그때까지 트럭을 몰고 주변을 빙빙 돌고 있던 훈아가 민수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야 임마! 인형을 그렇게 때리면 어떡해?”


어떻게 된 일인지 민수가 인형을 마구 때리고 발로 걷어차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훈아는 곧 민수한테로 달려가서 머리통을 쥐어박았습니다.


“으아앙~~~”


민수는 너무 아팠든지 곧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야! 너 왜 내 동생을 때리고 야단이야?”


그 모습을 본 미나가 재빨리 훈아한테 달려들더니 훈아를 밀어뜨립니다.

두 아이는 한 덩어리가 된 채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기운이 센 훈아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미나가 힘을 쓰지 못하고 불리해지자 이번에는 민수가 나서서 훈아를 밀어뜨렸습니다. 훈아는 아무리 이겨보려고 했지만 미나와 민수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그 날은 심통이 잔뜩 난 얼굴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작전상 후퇴를 하게 된 것입니다.


”엄마, 난 왜 동생이 없는 거야? 어서 동생 하나만 낳으란 말이야.“


집으로 돌아온 훈아는 엄마한테 동생을 낳아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밑도 끝도 없이 웬 동생 타령이니?“


그 뒤에도 미나와 사이좋게 곧잘 어울려 놀다가도 툭하면 집으로 달려와서 엄마한테 떼를 쓰곤 하는 훈아였습니다.

엄마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보나마나 미나 남매한테 지고 온 것이 분명합니다.


”얘는 동생이 무슨 장난감 만들 듯 그냥 생기는 줄 아나 봐. 우리 훈아 뭐가 먹고 싶으니? 엄마가 사줄게. 응?“

”싫어 싫어. 난 그딴 건 안 먹는단 말이야.“

”그럼 장난감 사줄까?“

”싫어, 그런 건 다 싫다니까.“

”그럼 뭘 어떻게 해줄까?“

”다 싫어. 어서 동생 하나만 낳아 달라니까.“


엄마는 그만 진이 빠질 지경입니다. 이런 때는 맛있는 것도 장난감도 다 싫다는 훈아입니다. 오직 미나처럼 동생 하나를 갖는 것이 단 한 가지 소원이었습니다.


평소에 미나와 민수는 사이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훈아가 미나나 민수를 잘못 건드렸을 때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둘이 함께 훈아에게 덤벼드는 바람에 훈아는 도무지 두 남매를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훈아는 그런 미나와 민수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훈아야, 나와서 노올자아!“


어느새 왔는지 밖에서는 다시 미나와 민수가 부르는 소리가 들여오고 있었습니다.


“쉿! 지금은 우리 훈아가 자고 있으니까 이따가 놀아라, 응?”


손가락을 입에 댄 엄마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미나와 민수를 돌려보냅니다.


그때 갑자기 인형을 꼬옥 껴안은 채 깊은 잠이 든 훈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버지고 있습니다.


아마 훈아는 지금쯤 꿈나라에서 민수보다도 힘이 더 세고 귀엽게 생긴 동생과 같이 사이좋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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