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창작동화 –5회 중 2회분-]
“너희들 내가 반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말이야.”
“그, 그래서?”
“내가 만일 반장이 되면 한 턱 쏘겠다고 약속한 공약 때문에 그러는 거 아냐?”
철구와 종찬이는 이제야 생각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아하! 그거? 그것도 그렇지만, 그거 말고도 더 큰 게 있단 말이야. 가만히 보니까 너 정말 한두 가지 죄를 저지른 게 아니로구나?”
철구가 이렇게 말하자 종찬이도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반장이 되면 크게 한 턱 쏘겠다고 네 입으로 말한 약속은 왜 아직까지 꿩 구워 먹은 소식이지? 너희 집이 굉장히 잘 산다고 그드름을 떨며 네 입으로 분명히 말했잖아?”
“그, 그건…….”
“그건 뭐야? 어물거리지 말고 어서 대답해 보라니까.”
“그건 요즈음 우, 우리 아빠가 몹시 편찮으서서 그래, 사정이 좋아지면 약속한 건 꼭 지킬 테니까 그때까지만 좀 이해해 줘.”
“짜아식, 핑계는……. 야, 임마, 한턱 내는 거 하고 너의 아버지가 편찮으신 거 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 너희 집은 잘 산다니까 넌 어쨌든 돈만 가지고 오면 될 거 아니야?”
“…….”
성호는 종찬이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종찬이의 말이 맞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다는 듯, 철구가 다시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물었습니다.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너 정말 또 잘못한 게 끝까지 생각이 안 난단 말이지?”
“응, 없어,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단 말이야.”
성호는 이번에도 어리둥절해진 표정이 되어 대답했습니다.
"어쭈, 이놈이 그냥 두니까 이젠 아주 오리발까지 내밀고 있잖아?“
"배짱이 아니라니까. 정말 생각이 안 나서 그러니까 말을 좀 해 봐.“
“우와아~~~ 이 자식 정말 배짱이 두둑한 놈이네. 너 말이야. 그 일을 나한테 순순히 불면 한번 눈감아 줄 용의도 있었는데 정말 안 되겠군. 이 나쁜 자식을 정말 어떻게 해야 되지?"
철구는 정말 하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종찬이의 눈치를 한번 슬쩍 바라보더니 다시 성호에게 물었습니다.
“좋아. 그렇게 끝까지 나온다면 내 입으로 시원스럽게 말해주지. 너 그 돈 그동안 다 어디에 쓴 거지?”
"그, 그 돈이라니……?“
순간, 성호의 안색이 금세 하얗게 질리고 말았습니다. 돈이라는 말에 문득 생각이 떠오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뭐어? 그래도 끝까지 시치미를 뗄 생각이란 말이지? 으이구, 이 도둑놈을 그냥 어떻게 한다? 너 그동안 반 아이들한테 걷은 돈 어디에 썼느냐 이 말이야? 선생님이 그걸 알면 넌 당장 퇴학이 아니라 빵감이란 말이야. 그래도 못 알아듣겠어?”
“…….”
성호는 철구의 입에서 마침내 돈 이야기가 나오자 입으 꾹 다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성호를 보자 철구는 금세라도 성호를 칠 듯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얼러대며 더욱 사나운 기세로 몰아붙이고 있었습니다.
철구가 그렇게 나오자 성호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온몸이 납덩이처럼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반 아이들한테서 걷은 돈 모두를 혼자 몰래 써버린 도둑놈이라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억울하다는 생각에 어처구니가 없어 입이 굳어진 채 입이 벌어지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입을 다물고 말을 안 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욱 도둑으로 몰릴 게 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그건 오해란 말이야. 내가 반 아이들한테 걷은 돈을 써버리다니, 난 지금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간단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지?”
성호가 너무 억울하다는 듯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리로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철구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야 너 그래도 생각이 안 난다 이 말이지? 너 그동안 교실 바닥에 휴지를 떨어뜨렸을 때마다 아이들한테 열심히 백 원씩 받은 거 정말 생각 안 난단 말이지?“
"어어, 그거? 그, 그건…….”
철구와 종찬이가 갑자기 그 문제를 들고 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성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더듬거리며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왜? 이제야 감이 잡히냐? 설마 이래도 모른다고 시치밀 떼진 않겠지? 어서 바른대로 말해 봐. 그 돈 어디에 썼느냐 이 말이야?“
”…….”
성호는 별 도리없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뭐라고 대답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도마 위에 오른 고기의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얼굴만 점점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아하, 철구가 나를 끌어낸 이유가 바로 그거였구나!‘
성호는 문득 학년 초, 반장 선거 때의 일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학년 초 성호네 반에서 반장 후보로 출마하게 된 것은 모두 세 명이었습니다. 종찬이, 성호, 그리고 경수 세명뿐이었습니다.
세 아이는 모두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들이었습니다. 집안 형편 역시 세 아이 모두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부유한 편이었습니다.
어느 학교나 그렇듯 성호네 반에서도 투표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후보자들이 앞에 나와 각자 자기 소개와 선거 공약을 해야 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어찌 됐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이 기회에 반 아이들의 환심을 모두 모으기 위한 막바지 유세전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반장 후보로 나온 아이들은 물론이지만, 유권자들 역시 이 마지막 유세가 대단히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후보자들이 각기 자기 소개를 얼마나 잘하고 못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바꾸리 수도 있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보자들이 차례대로 앞에 나와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반 아이들은 목구멍이 터질 정도로 고래고래 환성을 지르며 응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자신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자기 소개를 할 때에는 더욱 소리소리 지르며 응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박수 소리가 교실이 떠나갈 정도로 울려 퍼지기도 하였습니다.
이윽고 두 명의 소개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으로 성호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별로 실력도 뛰어나지 않고 자랑할만한 것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반장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제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께서 혹시 저를 반장으로 밀어주기만 한다면 저는 우리 반, 그리고 더나아가서는 우리 학교의 발전과 명예를 위해 비록 부족한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어 굳게 약속드립니다…….“
성호의 겸손하면서도 믿음직한 태도에 솔깃했는지 반 아이들의 박수 소리는 조금 전에 다른 후보들이 나왔을 때보다 더 요란스립게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제멋대로 한마디씩 지껄이는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히야! 말 한 번 정말 잘 한다. 이제 보니까 진짜 반장감인걸.”
“난 이번엔 무조건 성호를 찍어 줄 거야. 넌 어떻게 할래?”
“야 임마,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떻게 하니? 넌 아직 선거법도 모르고 있니? 이런 때 아무렇게나 지껄이다가는 선거법 위반으로 걸린단 말이야.”
아이들이 제멋대로 지껄이고 떠들고 있는 사이에 성호의 소개가 다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여러분 앞에 분명히 약속드릴 것이 있습니다.”
성호의 말에 왁자지껄하던 교실 안이 갑자기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지면서 일제히 궁금한 표정이 되어 성호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일 운이 좋아서 반장이 된다면, 고급 음식점으로 여러분을 꼭 초대해서 일류 요리집에 가서 일류음식으로 한턱 크게 쏘겠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어 굳게 익속하는 바입니다!“
반 아이들은 일류 요리를 한 턱 쏘겠다는 말에 모두들 입이 찢어질 것처럼 좋아하며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치며 환성을 올렸습니다.
“앗호! 반장이 되면 일류 요리를 한 턱 쏘겠단다!”
“어쨌든 반장감으로는 성호가 최고다! 최고야!”
그러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성호를 향해 큰소리로 물었습니다.
"야! 너 지금 한 말 혹시 공수표로 날려 버리는 건 아니냐?“
그러자 성호는 과거 어느 대통령 후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면서 더욱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였습니다.
“이 사람 그렇게 흐지부지하는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이 사람 믿어 주십시오.”
"하하하…….”
"호호호…….”
그 바람에 교실은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 됐어. 그만하면 반장감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하하하…….”
성호가 반 아이들은 항해 공손한 태도로 까듯이 인사를 하고 자리로 들어오자,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성호네가 그렇게 부자니?”
“넌 아직 소식이 깡통이구나, 성호 아버지가 어느 무역 회사의 사장님이라는 걸 말이야. 회사도 보통 큰 회사가 아니라더라.”
“그래애? 그럼 우리 반 아이들한테 한 턱 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그러엄.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니? 성호 옷 입고 나니는 걸 좀 보렴, 아마 우리 반에서는 물론이고 성호네가 전교에서도 가장 부자일걸.”
“아하, 그렇구나! 그런데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어.”
“뭐가?”
“그런데 왜 가끔 점심을 싸오지 않고 굶고 다니지?”
"그건 성호가 워낙 입이 짧아서 그렇대, 왜 그런 사람 있잖아. 금방 요리한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는 까다로운 사람 말이야. 아마 성호도 너무 잘 사는 집이니까 그런 종류겠지 뭐.“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구두쇠 노릇을 하지?”
“구두쇠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어쩌다 같이 떡볶이 집에 들렸을 때에도 그 애는 얻어먹기만 하고 떡볶이를 사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거든.“
"너 요즈음은 돈 있는 집 아이들이 더 무섭다는 걸 모르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래서 그런 건가? 어쩐지 보통 아이들하고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었지.”
아이는 그제야 조금은 이해가 간다는 듯 저 멀리 앉아있는 성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성호는 친구들이 보기에 늘 식성이 너무 까다로운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갈아입고 다니는 옷이나 신발, 그리고 학용품만 보아도 성호네가 얼마나 잘 사는 집인가를 금방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고급스러운 것들이었습니다.
성호는 또한 마음씨가 곱고 착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도 뛰어나게 잘하는 그가 반장으로 뽑히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성호는 결국 아슬아슬하게도 한 표 차이로 종찬이와 경수를 물리치고 반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반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각축전을 벌인 결과 경수가 당선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당히 반장이 된 성호는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학급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해나갔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나 반 아이들은 그런 성호가 반장으로 선출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성호는 느닷없이 반 아이들 앞에 나와 엉뚱한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교실 바닥이나 복도에 휴지를 함부로 버리고 어지럽히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점심 시간에도 밥풀이나 반찬을 마구 흘리고도 그냥 내버려 두는 친구들도 너무 많다고 봅니다. 그래서 교실은 점점 지저분해지고, 엉망이어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아무래도 공부의 능률을 높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성호의 말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습니다. 성호의 말이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좀 더 깨끗한 교실을 유지시키기 위한 좋은 의견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
성호의 물음에 아이들은 서로 한동안 눈치만 살피고 있을 뿐, 아무도 입을 열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성호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럼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
”……?”
아이들은 모두 궁금한 표정이 되어 일제히 성호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성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반장으로서 앞으로 그런 행위가 발견된 때마다 그 사람에게 돈을 받아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을 받겠다는 엉뚱한 말에 아이들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돈을 받겠다니 그럼 어떤 때 얼마씩 받겠다는 겁니까?“
맨 먼저 지금까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성호를 바라보고 있던 종찬이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저는 백 원씩 받아낼 생각입니다.“
“그럼 그렇게 받아서 모은 돈은 어떻게 할 생각이란 말입니까?”
이번에는 철구가 못마땅하다는 듯 사나운 눈을 부라리며 거만스럽게 물었습니다.
“그 돈은 앞으로 얼마든지 쓸데가 많이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 학급에 필요한 비품을 사거나, 혹시 여러분들한테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마다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돈이 없는 게 문제이지 아무려면 쓸데가 없겠습니까?”
성호의 말에 반 아이들은 대부분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또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한 아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휴지를 떨어트릴 때에도 돈을 받겠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백 원을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반을 많이 한 사람은 천 원을 벌금으로 물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도 겁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가 조심만 한다면 1년 내내 한 푼도 안 낼 수가 있을 것이니까요.”
성호의 의견에 반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장 불만스러운 표정이 된 아이는 바로 철구와 종찬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됐든 교실과 복도를 좀 더 깨끗이 유지하기 위한 건설적인 의견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반대를 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반 아이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살피기 위한 성호의 눈초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무서울 정도로 돌변하고 말았습니다. 성호가 그렇게 무서운 아이가 될 줄은 감히 아무도 짐작조차 못했던 일이 있습니다.
성호는 그 뒤부터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에 나오는 게 아니라 마치 휴지를 버리는 아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나오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철저하고 무서웠습니다. 휴지를 함부로 버리거나 떨이뜨리는 모습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그때마다 어김없이 돈을 요구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침내 또 한 아이가 걸려들었습니다. 책상 밑에 휴지가 떨어져 있는 것을 성호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습니다.
“너, 여기 휴지 떨어뜨렸어. 안 보여?”
그러자 성호에게 지적을 당한 아이가 펄쩍 뛰면서 소리쳤습니다.
“뭐라구? 이건 내가 버린 휴지가 아니란 말이야.”
“그럼 누가 버린 건데?”
“그건 나도 몰라. 아까부터 여기 있었단 말이야.”
그러나 성호는 지지 않고 무섭게 명령했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래도 내야 된다구. 누가 자신이 버린 휴지를 자신이 줍고 있을 바보나 멍청이가 어디 있겠니? 그러니까 그런 변명하지 말고 지금 돈이 없으면 내일까지 꼭 가지고 와! 명령이야, 알겠어?”
”……!”
자신이 버린 휴지가 아니라고 펄쩍 뛰던 아이는 억울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대꾸할 말을 잊은 채,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성호의 말이 백 번이고 옳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성호가 아이들에게 돈을 걷는 일은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만 갔습니다. 처음에는 휴지를 버리거나 떨어트린 아이에게만 돈을 내게 하더니 요즈음에 와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슬그머니 단속 방법이 점점 더 확대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 )
< 5회 중 2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