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제작꾼과 삐짜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68)]

by 겨울나무

아내가 금방 머리를 감았는지 머리에 약간 물기로 젖어 있었다. 그러자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던 성길 씨가 아내를 힐끗 바라보더니 불쑥 말을 걸었다.


”여보, 머리에 물기가 아직도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①머리건조선풍기로 잘 말리지 그랬어? ② 헹금물비누도 사용하고 말이야.”


”왜 안 좋아보여요? 그렇지 않아도 여태 그걸로 말렸거든요.“


”아아, 그런데 덜 마른 모양이군.“

”그런데 무얼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요?“

”으응, ③ 류튜브 좀 보고 있던 중이야.“


”뭐 재미있는 거라도 있어요?“


”재미있기는……. 그냥 심심하니까 보고 있는 거지. 여보, 그런데 말이야. 난 처음에 류튜브를 볼 때는 그 내용을 모두 그대로 믿고 사실인 줄로만 알았거든.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엉터리 내용들이 많은 것 같아. 그저 돈벌이를 위해 ④ 동화상제작꾼들이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내용들이 수두룩한 것 같단 말이야.“

”맞아요. 엉터리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보게 하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당신 말이 맞아요. 그저 돈에 눈이 어두워 그럴듯하게 만드는 ⑤협잡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실망했어. 이래서야 어느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건 일반 유튜브 내용들뿐만 아니라 이번에 보니까 정치적인 내용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거 참 걱정이로군. ⑥안전원들이 이런 걸 단속하고 걸러내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지 않아도 벌써부터 그런 걸 단속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정말 돈에 눈이 멀어 꼴뚜기도 망둥이도 뛰는 세상이니 ⑦겡치없는 짓들은 하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란 말이야. 참 속이 좀 출출한데 어제 먹다 남은 ⑧ 삐짜 있지?“


”그게 여태 남아있을 리가 있어요? 어젯밤에 혜영이가 다 먹어치웠죠. 그렇게 출출하시면 내가 나가서 하나 사 올까요?“

”아니야. 괜찮아. 그럴 것까지는 없어. 다음에 또 사먹지 뭐.“

”아무래도 지금 입이 심심하신 것 같으니까 내가 곧 사 올게요. 혜영이도 아주 좋아하니까 말이에요.“


아내는 곧 외출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역시 우리 마누라가 최고야. 고마워. 허허허…….”


그런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 성길 씨가 매우 흐뭇한 듯 너털웃음을 웃고 있었다. ( * )








< 북한말 풀이 >


① 헤어드라이어 ② 린스 ③ 유튜브 ④ 유튜버 ⑤ 사기꾼

⑥ 경찰 ⑦ 지저분하다. ⑧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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