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물고기 잡는다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 (55)]

by 겨울나무
곧 창공을 날으려는 새는 날개를 옴츠리고, 상대방을 할퀴려는 동물은 발톱을 오무린다.

< 說苑 >




육중한 성곽으로 둘러싸인 웅장하고 멋진 성이 있었다. 성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아담하고 예쁜 연못이 있었다.


연못에서는 잉어랑 갖가지 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한가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노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물고기 한 마리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숨이 넘어갈 것처럼 소리치고 있었다.

“불이다! 불이야! 성에 불이 났다구! 얘들아! 우리 모두 변을 당하기 전에 당장 도망을 가아 하겠다!”


그러나 다른 물고기들은 콧방귀를 치며 비웃고 있었다.


“저런 겁쟁이 같으니. 성은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설마 여기까지 무슨 일이 있겠어?”


“맞아. 괜한 법석 좀 그만 떨고 가만히 힜기나 하란 말이야.”


“더구나 우린 깊은 물속에 있으니까 아무리 불이 났어도 아무 걱정이 없단 말이야.”

물고기들은 이렇게 빈정거리며 여전히 연못 물속을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그러자 도망을 치자고 고함을 지른 물고기는 하는 수 없이 연못에 연결된 작은 물도랑으로 혼자 헤엄을 치며 도망쳐 나가고 말았다.


“불이야! 불!”


“어서들 빨리 물을 퍼다가 불을 끕시다!”


그때 불을 끄기 위해 사람들이 소리소리 지르며 우르르 연못가로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각자 물통을 하나씩 가지고 와서 연못의 물을 퍼서 나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물을 퍼서 나르기 위해 물통에 물을 담을 때 물고기들도 가끔 물통에 들어가곤 하였다.


그리고 물통에 담긴 물고기들 중에는 운반을 하다가 엎질러지는 물과 함께 길바닥에 굴러떨어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길바닥에 떨어진 물고기는 사람들이 급히 왔다갔다 하는 발걸음에 무참히 짓밟혀 죽게 되었다. 그리고 물통 속에 들어가 있던 물고기들 대부분이 불에 던져저서 산 채로 불에 타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못에 남아 있던 물고기들은 물이 다 말라 질퍽거리는 흙바닥에에서 펄떡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성에 불이 다 꺼지자 사람들은 연못으로 다시 우르르 몰려왔다.


“허허허, 이거 고기를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거저 생으로 잡아먹게 되었군!”

그리고는 펄떡거리고 있는 물고기들을 모두 주워 통에 집어넣더니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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