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만용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60)]

by 겨울나무

어리석은 자는 천사도 두려워 감히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곳에 뛰어든다.

< A. 포우프 >


파리는 양촛불 둘레에서 날개치다가 결국은 타죽고 만다.

< 영국 속담 >





어느 날, 저녁 오후였다.


늑대 한 마리가 넓은 들판길을 혼자 어슬렁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여서 늑대의 그림자는 어머어마할 정도로 크게 뻗어 있었다.


문득 제 그림자를 보게 된 늑대는 자신의 몸이 그렇게 크다는 것을 보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문득 엉뚱한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며 어깨까지 으쓱해졌다.


"히야! 이제 보니 나도 꽤 큰 동물이구나. 내가 이렇게 큰 줄은 미처 몰랐는걸!”


우쭐해진 늑대는 갑자기 엉뚱한 용기가 생겼다.


"우와아~~~ 내가 이렇게 멋있고 큰 동물이라니! 그런데 이제까지 공연히 사자만 보면 기겁을 하고 무서워하며 바보처럼 미리 쩔쩔매고 도망을 치곤 했다니……!“


그런 생각을 하자 늑대는 자신만만해졌다.


"오늘부터 이 산속의 왕은 나란 말이야. 내가 이 숲속의 왕이란 말이야.”


늑대는 이렇게 말하고는 배를 쑥 내밀고 숲속을 자신만만한 태도로 숲속을 성큼성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사자가 늑대의 그런 모습을 아니꼬운 눈으로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늑대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는 늑대는 여전히 배짱을 부리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흥, 그까짓 사자따위는 이제 조금도 무서울 게 없다, 이 말씀이야.“


이렇게 지껄이며 뒤가 이상해서 흘끔 돌아보는 순간 정말 사자가 사나운 목소리로 ‘어흥’ 하고 소리치며 머리를 쑥 내미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사자 왕이로구나!”


늑대는 그만 기겁을 해서 간이 오르라들며 온몸이 납덩이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 사자는 재빨리 억세고 날카로운 앞발로 늑대의 얼굴을 힘껏 쥐어박고 말았다.


늑대는 그만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고놈의 그림자 때문에 순식간에 사자의 밥이 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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