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아들
[인터넷카페 글을 재구성한 유머]
지나칠 정도로 맹랑한 아들을 둔 부모님이 있었다. 아들의 이름은 경식이었다.
경식이는 부모님은 물론 이웃 어른들까지 가끔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말과 행동이 너무나 맹랑해서 어른들이 겁이 나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경식이가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어느 휴일이었다. 아빠가 목욕탕에 같이 가고 싶어서 경식이를 한창 달래고 있었다.
“경식아, 아빠가 오늘 목욕탕에 갈 텐데 같이 갈래?”
“싫어요. 난 안 갈래.”
“왜 싫은데?”
“난 뜨거운 물은 딱 질색이거든. 그래서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간다니까.”
“아니야. 그건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뜨거운 물도 있지만 미지근한 물도 있어. 그리고 미지근한 물부터 들어가 있다가 차츰 뜨가운 물에 들어가면 얼마나 시원한데. 그러니까 아빠 따라서 한 번만 가보자, 응?”
아빠가 자꾸 조르는 바람에 결국 경식이는 못이기는 체하고 아빠를 따라 목욕탕으로 갔다.
목욕탕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옷을 다 벗은 아빠는 목욕탕에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물 속으로 첨벙 몸을 담갔다.
“어이구, 시원하다! 시원해!”
아빠는 정말 시원한 듯 몇 번이고 이렇게 소리치며 밖에 서 있는 경식이를 향해 말했다.
“야, 임마, 너도 얼른 들어와 봐. 물속에 들어오면 엄청 시원하단 말이야.”
“싫어 뜨거워서 싫단 말이야.‘
”아니야. 너 아빠 말을 왜 그렇게 믿지 못하니? 일단 들어와 봐. 정말 시원하다니까.“
아빠의 말에 경식이는 쭈뼛쭈뼛하다가 뜨거운 물에 우선 발 하나를 첨벙 담가보게 되었다.
”어잇 뜨거워라! 어잇 뜨거워!“
경식이는 소스라치게 놀라 물 밖으로 뛰쳐나가더니 아빠를 향해 눈을 흘기며 신경질적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으이구, 뜨거워서 데어 죽을 뻔했네. 그러게 이 세상에 믿은 놈이란 아무도 없다니까.“
그 말을 들은 아빠는 성질이 나서 물 밖으로 뛰어나오더니 경식이를 두드려 패고 말았다. 어린 녀석이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한테 욕을 한다고 마구 패고 말았다. 그 바람에 경식이는 목욕은커녕 매만 실컷 두들겨 맞고 아빠와 같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빵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아빠는 아까 경식이를 두드려 팬 것이 좀 미안했던지 경식이를 달래며 빵집에 들어가서 빵을 먹고 가자고 하였다. 경식이는 아무 말없이 아빠를 따라 빵집으로 들어갔다.
”경식야, 아깐 좀 미안했다. 그러니까 이제 아까 일은 잊어버리고 빵이나 실컷 먹으란 말이야 알았지?“
그래서 빵을 한참 먹다 보니 아빠는 다섯 개, 그리고 경식이는 세 개를 먹어치웠다. 그러자 아빠가 다시 경식이에게 물었다.
“야, 경식아, 더 먹을래? 그만하면 배부르지?”
그러자 경식이의 입에서는 다시 엉뚱한 대답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어이구,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있는 거야? 빵 세 개 먹은 놈이 배가 부르다면, 다섯 개 처먹은 놈은 벌써 배가 터져 뒈져버렸겠다.”
“아니 뭐가 어쩌구 어째? 그게 아빠한테 할 소리야?”
아빠는 다시 화를 참지 못하고 경식이를 두드려 패고 말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아빠는 아직도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조금 전에 경식이와 목욕탕에서 벌어졌던 일과 빵집에서 있었던 사건을 엄마에게 자세히 설명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옆에서 끝까지 듣고 있던 경식이가 다시 한마디 거들게 되었다.
“어이구, 어른이 쩨쩨하게 고자질도 잘하고 있네. 이거 나처럼 마누라 없는 놈은 서러워서 어디 살 수가 있나!”
“뭐가 어쩌구 어째, 이놈아? 너 입좀 다물고 있으면 어디가 덧나니?”
아빠는 다시 성질이 나서 경식이를 붙잡아 실컷 두드려 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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