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64)]
♣ 거지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 W. 세익스피어 >
♣ 한길 옆에서 햇빛을 쬐고 있는 거지, 그가 지니고 있는 평화감은 어떤 왕이라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A. 스미드 >
♣ 거지는 모두 없애야만 한다. 결국은 무엇인가를 준다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 F. W. 니이체 >
추운 겨울이었다.
거지 한 사람이 깡통 하나를 앞에 놓고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는 전철역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한 푼만 줍쇼! 한 푼만 줍쇼!”
거지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흘글흘금 흘겨보며 계속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가 못본 체하고 그냥 지나가기가 일쑤였다.
춥고 떨리고 배고프고 거지는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딸꾹! 딸꾹! 딸꾹……!”
저만치에서 웬 신사 한 사람이 딸꾹질을 심하게 하며 올라오고 있었다.
순간, 거지의 눈에서 불이 번쩍 일어났다. 거지는 앞에 있던 깡통을 급히 내던지더니 신사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로 신사의 멱살을 잡더니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너 이놈 마침 잘 만났다. 너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신사는 순식간에 봉변을 당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덜컥 겁이 난 표정이 된 채 거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죠? 난 죄를 진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아직도 이놈이 뻔뻔하기는……. 아니 우리 부모님을 죽여놓고도 아직도 그 죄를 뉘우치지 못한단 말이냐? 이 못된 녀석아!”
“아니 내가 당신 부모를 죽이다뇨? 난 그런 적이 절대로 없는데 사람 잘못본 것 같습니다.”
“아니, 그래도 이놈이 변병은……. 그렇다면 어디 내 주먹 맛 좀 보아라!”
거지는 곧 주먹을 불끈 쥐고 신사의 얼굴을 향해 가격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신사는 더욱 억울하고 기가 막히다는 듯 놀란 표정이 되어 거지의 주먹을 피하며 대답했다.
“아니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소. 잘 생각해 보라고요.”
신사가 놀란 표정이 되어 주먹을 피하며 이렇게 말하자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거지가 신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넙죽 절을 하며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제야 딸꾹질을 멈추셨군요. 딸꾹질을 너무 심하게 하시기에 제가 딸꾹질을 고쳐드리려고 갑자기 무례하게 생쇼을 했던 겁니다. 자, 그러니 얼마만이라도 주십시오.”
“……?”
신사는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한동안 거지를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로 손이 가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