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그 학교로 부임해 온 변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여러 가지로 다른 선생님들과는 완전히 특이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물론 학부형들까지도 그 선생님을 부를 때 '괴짜 선생님'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변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은 정말 남달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목적도 보통 선생님들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습니다.
변 선생님은 우선 학급 조회 때나 종례 때 으레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길게 늘어놓기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아니, 그것은 어찌 보면 잔소리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변 선생님의 솔직한 소망이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변 선생님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다른 반보다 학급 조회를 훨씬 더 길게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이 시간에도 여러분들이 그동안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본 적이 있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겠어요.”
아이들은 이스라엘이라는 말에 벌써 짐작이 간다는 듯, 그리고 관심이 없다는 듯 미리부터 은근히 짜증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반아이들에 누군가가 눈에 거슬리는 일이나 못마땅한 행동을 했을 때마다 으레 그 얘기를 들려주곤 하였습니다. 아마 지금 맡고 있는 4학년 학급 아이들에게도 벌써 적어도 대여섯 번은 들려주었던 이야기였으니 아이들이 짜증스럽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옛날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서 어느 학생 하나가 가방을 메고 학교를 향해 걸어가고 있어요. 그때 그 나라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랍비가 그 학생에게 다가와서 묻게 되었어요. 그런데 랍비가 뭐라고 물었다고 그랬지? 어디 반장 종만이가 일어나서 한번 대답해 봐요.”
그러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종만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였습니다.
“예, '너 지금 가방을 메고 어디를 그렇게 부지런히 가고 있지?' 하고 물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맞았어요. 잘 대답했어요. 반장 말대로 그 학생은 학교엘 가고 있는 중이라고 공손히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다시 뭐라고 물었다고 그랬지? 어디 이번에는 부반장 미영이가 대답해 볼까요?“
"예,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학교를 가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부반장인 미영이도 자신있게 대답 하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래요. 맞았어요. 그랬더니 그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서 학교에 간다고 대답했었지. 그랬더니 랍비는 다시 공부를 하려면 학교를 갈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도서관에 가라고 하지 않았겠니?
왜냐하면, 도서관에 가면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 얼마든지 많다고 말이야. 그러자 학생은 눈이 둥그래져서 다시 랍비를 향해 묻게 되었죠? 그럼 지금 많은 학생들이 학교는 왜 가는 것이냐고 되묻게 되었지. 그 물음에 랍비가 자세히 설명해 주게 되었죠?그때 뭐라고 설명했다고 했죠? 어디 이번에는 창민이가 대답해 보세요.”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을 하는 동안 지금까지 계속 선생님 눈치를 살피며 장난을 치고 있던 창민이는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벌개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저어--- 학교에 가는 목적은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그대로 모범적으로 실천해 보기 위해 가는 것이며 결국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답을 마친 창민이는 약간 민망한 표정이 되어 혀를 한 번 날름 내밀어 보이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 바람에 아이들은 일제히 까르르 하고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그러자 선생님은 갑자기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자, 자! 모두들 조용히 해요. 창민이도 그 얘기를 잘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어제 창민이의 태도는 어떠했지? 그게 도덕 시간에 배운 대로 실천한 훌륭한 태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창민이는 그만 더욱 얼굴이 벌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습니다.
“…….”
선생님의 목소리는 점점 더 엄숙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 아침 조회는 창민이 때문에 길어지고 있다는 게 틀림없었습니다.
어제 화장실 청소 당번인 창민이는 화장실 청소를 하는 척하다가 그냥 집으로 뺑소니를 쳤던 일을 아이들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요.
선생님은 다시 여러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선생님이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죠? 늘 귀가 아플 정도로 하는 말이지만, 선생님은 오직 시험성적만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비록 시험성적은 좋지 않다 해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이라도 올바로 실천에 옮기려고 애쓰는 사람을 더 좋아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험성적도 뛰어나고 또한 그 지식을 모두 올바르게 실천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안 그래요, 여러분?"
오늘도 지긋지긋한 선생님의 아침 훈화는 짜증이 날 정도로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째 수업시간이 이미 중간쯤 지나갔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잔뜩 오만상을 찡그린 채 선생님의 잔소리를 듣다 못한 현정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매우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짜증스럽게 말했습니다. 현정이는 항상 바른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아이였습니다.
“선생님,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매일 이렇게 조회 때마다 오랫동안 다른 이야기만 하시면 공부는 언제 합니까? 교과서 진도가 뒤떨어지지 않게 수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헛허, 저 애좀 봐.“
현정이의 느닷없는 제안에 선생님은 어이가 없어 입이 딱 벌어지진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현정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이번에는 현정이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현정이는 그럼 지금까지 선생님이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가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니? 교과서는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여러분들의 마음가짐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 말이야. 현정이 너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래도 못 알아듣겠어요?”
“…….”
선생님의 물음에 현정이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아무 대꾸도 없이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야, 저게 뭐지?“
"글쎄 말이야.“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교실 뒷벽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듯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교실 뒷벽에는'착한 어린이 미운 어린이‘란 제목이 쓰인 큼직한 종이 한 장이 새로 붙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종이 중간에는 반 아이들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었습니다. 그 이름을 중심으로 위와 아래로는 막대 그래프를 그릴 수 있도록 정확하게 빈칸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고개를 갸웃거리며 웅성거리고 있을 그때 마침 선생님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그리고는 궁금해 하는 아이들을 향해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저 뒤에 있는 벽을 좀 보도록 해요. 저 뒤에 새로 마련된 '착한 어린이, 미운 어린이'는 오늘부터 여러분의 행동을 여러분 자신이 직접 솔직하게 그래프로 그리도록 되어 있어요. 그날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자신이 착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자기 이름 위에 파란 줄 한 칸, 그리고 바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이름 아래로 빨간 줄 한 칸씩을 그려나가도록 하겠어요.”
그러자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창민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성급하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어서 말해 봐요.”
“만일, 나쁜 행동을 했으면서도 파란 줄을 그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때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창민이의 질문에 아이들은 모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 궁금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맞아요. 아주 좋은 질문을 했어요. 그러나 자신이 나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파란 줄을 그려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며 두 번 잘못을 저지르는 결과가 되지 않겠어요? 만일 그런 어린이가 있다면 그 어린이는 장차 훌륭한 사람이 절대로 될 수 없으며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나쁜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부반장인 미영이가 매우 궁금한 표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그래프를 끝까지 그려나간 뒤에는 어떻게 하실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거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미영이의 질문대로 선생님이 저걸 그려 붙이게 된 것은 선생님 나름대로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것은 바로 여러분을 훌륭한 인물로 자라게 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어요.
선생님이 말하는 착한 어린이란 쉽게 예를 들자면, 늘 귀가 아프도록 말했지만, 학교 시험성적은 아주 우수하면서도 행동은 아주 나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기에 성적만 좋은 학생이 아니라 여러분의 평소 수업 태도, 정리정돈, 청소 잘하기, 복도 통행 질서, 화장실 출입 예절, 숙제 잘해오기, 교실에서 떠들지 않기, 어려운 친구 도와주기, 바른 말 고운 말 쓰기 등, 학교와 가정생활의 모든 것을 올바로 지키기 위해 힘쓰는 어린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앞으로 1학기 동안 저 그래프를 계속 그려나가게 한 뒤, 그 결과를 특히 도덕이나 국어, 그리고 실과 성적에 크게 반영시킬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아무리 시험 성적이 우수하다 해도 저 그래프에 빨간 줄이 길게 그려졌다면 훌륭한 학생이라고 볼 수 없거든요. 다시 말해서 시험성적은 좀 안 좋다 해도 파란 줄이 길게 나간 학생은 자연히 통지표의 성적이 올라가게 될 테니 그 점을 명심하고 지금 이 시간부터 바른 행동과 착한 일을 많이 해 주기 바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