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괴짜 선생님(3/3)

[진로지도를 위한 예화자료]

by 겨울나무

'옳지,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한 번 좋은 경험을 한가지라도 쌓게 해 주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변 선생님은 나름대로 큰 기대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자연학습장으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영릉에 도착하자 부모님이 싸준 맛있는 점심도 먹고, 옛날 소풍때처럼 보물찾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즐겁고 재미있는 오락시간도 가졌습니다. 오락이 모두 끝나자 변 선생님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반 아이들을 이끌고 조금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옯겼습니다.


그리고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크게 한숨을 쉬고 나서 아이들을 향해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고적지의 견학, 그리고 자연 관찰 등, 즐겁고 뜻깊은 자연학습을 체험했으리라 믿어요. 자연학습이란 학교에서는 미처 경험할 수 없는 여려분의 인내력, 그리고 그 밖의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 자연학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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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조금 엄숙한 표정으로, 그리고 조금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를 몰라 선생님의 얼굴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자연학습을 갈 때마다 으레 그래왔듯이 다른 반들은 오늘도 모두 담임 선생님들이 직접 인솔해서 학교로 가기로 되어 있어요. 그러나 우리 반은 선생님의 인솔이 없이 각자 흩어져서 학교를 찾아가도록 하겠어요. 물론 선생님도 여러분들과 헤어져서 따로 걸어가겠어요. 그리고 함께 따라오신 부모님과 같이 절대로 승용차를 타고 가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합니다. 알겠어요? 자, 그럼 각자 헤어지도록 해요.”


“……?”


아이들은 무슨 영문인 줄을 모른 채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선생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결국 하나 둘씩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왜 인솔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영문을 모른 채 각자가 두서너 명씩 짝을 지어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맞아. 다 자란 아이들이 고작 20여 리 떨어진 학교를 혼자 찾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아암, 말도 안 되고말고!‘


아이들이 각자 흩어져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변 선생님의 표정은 마냥 흐뭇하기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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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학교로 돌아오자마자 학교에서는 그야말로 뜻밖의 큰 난리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무 사고 없이 아이들 모두가 학교로 돌아오긴 했으나 그 소문을 들은 학부모들로부터 빗발 같은 항의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 미쳤어? 소위 선생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왜 그래?”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런 엉터리 같은 선생은 보다보다 처음 보겠네.”


변 선생님이 학교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교장실로 달려온 몇몇 학부모들이 눈에 불을 켜고 벌떼처럼 덤벼들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선생님! 그래 어쩌자고 아이들을 선생님 마음대로 돌려보냅니까?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선생님이 책임지실 겁니까?”


"누가 아니래요.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왔기에 망정이지 그러다가 사고라도 당했다면 어쩔 뻔했어요? 흥, 집에 벌어 놓은 돈이 많아서 배짱을 부려 본 겁니까?"


“교장 선생님! 지금 이 시간부터 저렇게 미친 짓을 하고 있는 선생한테는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당장 다른 반으로 옮겨 주시든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당장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든지 하겠습니다.”


학부모들의 항의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마치 벌집이라도 쑤셔놓은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무섭게 야단법석들이었습니다.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변 선생님은 한참만 에야 고개를 들더니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힘을 주어 자신있게 입을 열었습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그렇게 노하셔서 꾸지람을 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오늘 저의 짧은 생각으로 인한 잘못에 대해서는 무슨 꾸지람을 하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외람되지만 꼭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자식이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은 가정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계속 어제처럼 좀 먼 곳을 갈 때마다 항상 손목을 잡고 데리고 다니실 생각이신지요?


그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자서는 어디나 마음대로 다닐 줄 모르는 소극적이며 무능한 아이로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의 자녀분들이 그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지신다면 내일부터는 아예 학교에도 보내지 말고 집에서 여러분들의 뜻대로 가르치도록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변 선생님은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몹시 감정이 치밀어오른 듯 이렇게 힘주어 말하고는 교장실 밖으로 휙 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아니 뭐가 어쩌구 어째?"


"아니, 세상에 무슨 저런 못된 사람이 하필이면 우리 학교로 굴러들어왔어?“


학부모들은 그만 너무나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사과를 받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변 선생님은 출근하기가 무섭게 급히 교장실을 찾아갔습니다.


교장실에는 이미 어제의 그 일로 인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몇몇 학부모들이 와서 변 선생님의 일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변 선생님은 우선 학부모들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인 다음 교장 선생님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교장 선생님,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동안 저 때문에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었던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그리고 변 선생님은 곧 들고 온 봉투 하나를 교장 선생님 앞에 공손히 내밀었습니다.


"아니, 이게 뭐죠?“


“교장 선생님, 전 어젯밤에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생각한 끝에 결국 학교를 떠나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학교에 불미스러운 일만 남겨드리고 이렇게 떠나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 그지 없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뜻밖의 일이 벌어지자 깜짝 놀란 표정이 되어 변 선생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표를 낸다는 말에 지금까지 무섭게 일그러져 있던 학부모들의 표정도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변 선생님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교직을 택했을 때는 그 어느 교사 못지 않게 아이들을 잘 가르쳐 보겠다는 큰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올바르게 잘 가르쳐보라고 여러모로 애써 보았지만 아직 단 한 가지도 제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었습니다.


어제 자연학습만 해도 그랬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아이들을 각자 돌려보낸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위험하긴 하지만 지나친 시도를 해 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그 뜻을 이해해 주는 분은 지금까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일이야 어찌됐든 저의 잘못을 용서바라면서 부디 저의 사직서를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변 선생님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듣고난 교장 선생님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내 말을 잘 들어봐요.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그렇게 선생님이 마음 먹은 대로 쉽다면 학교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러니까 쓸 데 없는 생각 은 그만하고 어서 사표만큼은 도로 집어 넣도록 해요.”


그러자 학부모들 중의 한 사람이 변 선생님을 향해 매우 겸연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희들이 공연히 선생님의 뜻도 모르고 호들갑을 떤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저희들의 극성으로 인해 사표를 내시게 되었다면 선생님의 깊은 뜻을 제대로 몰랐던 저희들이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한 학부모의 태도가 이렇게 갑자기 돌변하자 다른 사람들도 한 사람씩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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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제와서 말인데 우리 아이는 선생님께서 맡고 나신 뒤부터 행동이 차츰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거든요.“


“우리 아이는 선생님이 맡고 난 뒤부터 공부에 흥미를 붙이게 되었고 평소에 태도도 훨씬 더 의젓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교장 선생님은 그제야 크게 소리내어 웃으면서 흐뭇한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습니다.


“허허허……. 자아, 변 선생 잘 들었죠? 그러니까 다른 생각은 그만하고 지금 바로 교실로 가도록 해요. 교사와 학부형 사이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야 점점 더 가까워진다니까, 허허허…….”


교장 선생님은 갑자기 너털웃음을 웃으며 변 선생님의 등을 몇 번 가볍게 두드리더니 벌떡 일어나더니 교장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마침 스피커에서는 첫째 시간을 알리는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변 선생님, 아니 괴짜 선생님은 몹시 무안을 당한 듯 학부모들에게 공손히 목례를 하고는 민망해진 얼굴로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교실을 향해 한 걸음 두 걸음 힙찬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습니다. ( * )


< 마지막 회 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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