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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Nov 27. 2021

조언과 충고

[옛날이야기 ’팔러 가는 당나귀‘가 남겨준 교훈]

우리는 흔히 뜩밖의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로 갈등하며 망설이고 있을 때 가까운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종종 여러 가지 조언이나 충고를 받게 되곤 한다.      


그런 경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충고를 해주는 사람들이 구세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큰 힘이 되기도 하며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옆에서 충고를 해주는 말들은 그 모두가 그럴듯하기도 하고 솔깃하며 고맙기 이를 데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틀림없는 말이라며 그대로 들어줄 것을 극구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조언이나 충고가 나중에 가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때로는 오히려 화를 부르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기에 그 사람의 말이 솔깃해서 따른 것을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하며 원망하게 되는 일도 자주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충고를 해준 사람을 뒤늦게 원망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라 하겠다.      


차라리 내 주관대로 그 일을 처리했다면 원망할 일도 없었으며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한 정답은 없다. 다만 주변 사람들의 충고와 솔깃한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기보다는, 그리고 공연한 일로 인해 남을 원망하며 하루아침에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주관이나 뚜렷한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말아야만 하겠다.     

  

주변 사람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조언과 충고 역시 모두 틀린 말은 아니며 일리가 있는 말이라 하겠다. 다만 그런 조언이나 충고들을 아무 생각 없이 전적으로 믿고 따른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역시 항상 논리적으로 따지고 가려서 들을 줄 아는 지혜와 슬기를 길러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만 하겠다.


이 이야기를 뒷받침해주고 보충해줄 수 있는 대표적인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문득 떠오른다. 아주 오래 전 초등학교(옛날 국민학교) 교과서에 나온 '팔러가는 당나귀'가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 줄은 알겠겠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감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아주 옛날에 어느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기 위해 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당나귀 고삐를 잡고 앞에서, 그리고 아들은 그 뒤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주막 앞을 지가갈 때의 일이었다.      

주막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두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더니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저길 좀 보게나. 저 어리석은 사람들이 당나귀를 타지 않고 끌고 가고 있잖은가? 하하하…….“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로군. 아마 저 사람은 당나귀를 상전처럼 떠받드는 모양이지? 하하하…….“     

"저런 바보같은 주인을 만난 당나귀 팔자는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우리 집 당나귀는 매일 짐을 산더미처럼 싣고 다니는데 말이야. 하하하…….“     

아버지는 사람들이 비웃는 말을 듣자 몹시 창피했다.     

'맞아! 저 사람들의 말이 옳지. 당나귀란 동물은 원래 짐이나 사람을 태울 때 쓰는 동물인데 내가 잠깐 어리석었단 말이야!'     

이렇게 생각한 아버지는 곧 아들을 당나귀 등에 태우고 걷기 시작하게 되었다.      

아들을 태우고 얼마쯤 가다 보니 이번에는 정자가 있는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정자에는 노인들이 앉아 놀고 있었다. 그들은 당나귀 등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쯧쯧쯧……. 차아 저런 고약한 놈이 다 있나. 나이 먹은 애비는 힘들게 당나귀를 끌고 가고 있고 아들놈이 편안하게 당나귀를 타고 가다니! 세상이 말세가 다 되었단 말이야."   

"요즘 어린 녀석들은 버릇이 없어서 정말 큰일이야. 도무지 어른 공경을 할 줄 모른다니까. 쯧쯧쯧……."     

"허허허, 애비란 사람이 아들 버릇을 저따위로 가르쳐서야, 워언."     

노인들이 비웃는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다시 고개를 끄떡이게 되었다.   

'그래. 노인분들 말씀이 옳아, 내가 생각이 짧았던 거야!'      

아버지는 급히 아들을 당나귀 등에서 내려오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자신이 당나귀 등에 올라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얼마쯤 가다 보니 어느 개울가 빨래터에 다다르게 되었다. 빨래터에는 아낙네들 대여섯이 모여서 지금 한창 빨래를 하느라고 바빴다.    

그러다가 한 아낙네가 문득 당나귀를 타고 가는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휴, 저길 좀 봐! 저러언 가엾기도 해라. 저 어린아이는 이 더운 날씨에 뙤약볕을 견디다 못해 지친 걸음으로 걸어가고 저 못된 아버지만 편안히 타고 가고 있잖아."   

"흥, 정말 못된 아버지로군. 아들은 지쳐 쓰러지든말든, 자기 혼자만 편안하면 그만이다 이거지?”     

"저런 애비들이 나중에 늙은 뒤에는 애비랍시고 그래도 염치없이 자식이 효도하기를 바라고 있겠지? 흥.“     

아버지는 아낙네들이 지껄이는 말을 듣고는 무안해서 금방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다.      

'아낙네들 말이 백번 옳아. 어린 녀석이 이 더위에 걷느라고 얼마나 다리가 아프고 힘이 들겠어.'      

아버지가 이번에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게 되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당나귀를 타고 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얼마쯤 가다가 이번에는 다시 어느 우물가를 지나게 되었다. 우물가에는 마침 동네 처녀들이 둘러앉아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버지와 아들이 타고 가는 당나귀를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어머머, 얘들아, 저길 좀 봐, 어이구, 불쌍해라. 저렇게 조그맣고 힘이 약한 당나귀 위에 글쎄 두 사람이나 타고 가고 있잖아?"     

"그러게, 어이구 가엾어라. 저러다가 당나귀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지? 어이구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저러다간 얼마 못 가서 쓰러져 죽어버리고 말겠는걸!”     

처녀들이 비웃는 소리를 들은 앙버지는 또 다시 생각이 바뀌고 말았다.

'그래. 저 처녀들의 말이 맞아. 처녀들의 말대로 이렇게 둘이 타고 가다가는 장에 가기도 당나귀가 힘에 부쳐 쓰러지고 말 거야.'      

그러나 이제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냥 끌고 가도, 아들만 태워 가도, 아버지만 타고 가도, 그리고 둘이 함께 타도 안 된다니 말이다.     

아버지가 한참 고민을 하고 있을 그때 마침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껄껄 웃으며 이렇게 일러주게 되었다.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여보시오, 아무 걱정말고 이번에는 두 사람이 당나귀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 아니오? 딱한 사람 같으니,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괜히 고민을 하고 있구먼."     

"그래, 그거 참 좋은 방법이로군! 얘야,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이번에는 우리 둘이 당나귀를 짊어지고 가는 게 좋겠구나.“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의 다리 네 개를 굵은 막대기에 묶어서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게 되었다.    

”영차! 어영차!“

”영차! 어영차!“     

그런데 그렇게 한동안 걷다가 큰 개울의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막대기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당나귀가 물을 보고 놀랐는지 갑자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당나귀 힘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를 그만 어깨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풍덩!“     

결국 당나귀는 그만 불쌍하게도 다리 밑 물속에 풍덩 떨어진 채 둥둥 떠내려가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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