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바다와 소년

[ 진로지도를 돕기 위한 예화자료 ]

by 겨울나무

소년은 늘 틈만 나면 바닷가에 나가 혼자 앉아 있기를 좋아했습니다.


“끼륵, 끼르르륵…….”


소년을 반가이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바다 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갈매기들뿐이었습니다.


“통통통통……!”


이따금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고깃배들이 수평선 저 너머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하는 모습도 소년에게는 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만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쏴아아- 철썩! 쏴아아~ 철썩!”


잠시도 쉬지 않고 밀려왔다가 방파제에 부딪쳐 부서지곤 하는 파도 소리도 소년에게는 퍽 다정하게만 느껴집니다. 비록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소년에게 무슨 말인가를 전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는 소리로 들려옵니다.

은물결로 힘차게 출렁거리는 파아란 바다, 뱃고동 소리, 파도와 갈매기 소리, 그리고 눈만 뜨면 항상 볼 수 있는 바닷가의 풍경들이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 모두가 소년에게는 둘도 없는 다정한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소년은 이제 단 하루라도 바다를 바라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바다와 친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다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내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날이면 바닷가로 난 들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넋을 잃곤 하였습니다.


또 어쩌다 몸이 아파 누워있게 될 때는 바다를 잊지 못해 바다에 대한 헛소리까지 하면서 끙끙 앓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소년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날이 갈수룩 바다와 절대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맺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아! 나는 언제나 저 넓고 넓은 바다를 내 손아귀에 넣고 내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가 있을까!‘


오늘도 소년은 학교에 다녀오기가 무섭게 가방을 방바닥에 동댕이치듯 내팽개치고 바닷가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방파제 위에 앉아 턱을 괴고 앉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언제 보아도 마치 엄마의 품 속처럼 인자스럽고 포근하며 다정하게만 느껴지는 바다였습니다.


“저 바다를 언젠가는 내 손아귀에 넣고 말거야. 저 멀리 태평양까지 말이야.”


소년이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그때 마침 소년의 머리 위를 날고 있던 갈매기 한 마리가 ’끼륵끼륵' 소리를 지르고는 저 건너쪽 부둣가로 날아갑니다.


소년이 듣기에는 갈매기가 마치 소년의 꿈을 빌어주듯 잘 해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그래. 고마워.”


소년은 더욱 용기가 불끈 샘솟아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문득 얼마 전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날 사회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소년이 평소에도 늘 바다를 그리워하고 동경하던 생각을 더욱 굳히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바닷속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풍부한 수산자원이 들어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많은 물고기와 미역, 김, 그리고 조개와 다시마 같은 해산물들, 그리고 수산물 못지않게 수많은 다른 갖가지 자원들도 무궁무진하게 묻혀 있습니다.”


소년의 신경은 온통 선생님에게로 쏠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바다에 묻혀있는 수산자원에 대한 설명을 길게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좁은 땅덩어리에만 의존한 채 해마다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구는 자꾸만 늘어만 가고 있는 상황에서 좁은 땅덩이에서 농사짓는 일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러기에 이제부터 마침내 우리들의 눈은 바다를 향할 때가 온 것입니다.


무궁무진한 바다의 자원을 잘 개척하고 이용한다면 우리는 머잖아 세계에서 가장 넉넉한 부자 나라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바다는 지금도 여러분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여러분들은 이 고장에서 태어나서 바다 생활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마음만 먹으면 다른 고장에 태어난 어린이들보다 이 방면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보다도 먼저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육지보다도 더 넓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 여러분은 그 바다의 주인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그 순간 소년의 눈에서는 밝은 빛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난 기어이 바다의 주인이 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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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바다를 끔직이 좋아하던 소년은 그날부터 바다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의 부모님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소년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바다와 멀리 떨어뜨려 놓기 위해 틈만 나면 야단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바다로 고기잡이를 하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소년을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야, 이 녀석아, 넌 그래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오늘도 하루 종일 바닷가에만 나가 있었단 말이냐?”

“…….”


늘 그랬듯 오늘도 소년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버지의 꾸지람은 아무 말없이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답답하다는 듯 소년의 어머니도 옆에서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저 애 때문에 걱정이예요. 아무리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서 공부 좀 하라고 귀가 아플 정도로 야단을 쳐도 쇠귀에 경 읽기라니까요. 에이구, 저러다가 장차 뭐가 되려는지 워언…….“


그러는 어머니의 표정은 지금까지의 바닷의 생활이 진저리가 나고 넌덜머리가 난다는 기색이 역력하였습니다.


"이 녀석아, 그래 할 일이 그렇게 없어서 너까지 뱃놈이 되겠다는 거냐? 에미애비가 이렇게 어렵게 사는 꼴을 보고도 모르겠어? 제발 일찌감치 바다에 대한 미련만은 집어치우도록 해라. 알겠지?”


“…….”


그러나 소년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강하게 말리면 말리면 말릴수록 결코 바다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점점 더 굳어만 갔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부들이 지금까지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것은 바다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바다를 잘 개척해서 반드시 우리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고야 말겠어!’


소년의 가슴 속에서는 뜨거운 피가 불끈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그 뒤로 바닷가에 나와 앉아 무언가를 하염없이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달래보기도 하고 윽박질러 보기도 하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종아리까지 치며 집에서 내쫓아 보기도 하였지만, 소년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언제 꾸지람을 들었느냐는 듯 여전히 틈만 나면 바다로 나가곤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더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벌컥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까짓 놈 이제 나도 모르겠어. 자식 하나 잃어버린 셈 치면 될 게 아니야. 이제부터는 뱃놈을 하든 뭐를 하든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둬요.”


그러자 어머니도 너무 답답하다는 듯 덩달아 두 손으로 소년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대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으이그, 속 터져 못살겠다. 그래 너 어쩌려고 이렇게 부모의 속을 썩인단 말이냐, 응? 어디 시원스럽게 말이나 좀 해보렴.”


“…….”


그러나 한 번 굳게 다문 소년의 입은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습니다.


소년은 이제 식욕조차 잃을 정도로 자나깨나 오직 바다에 생각만이 머릿속을 꽉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의 성적도 점점 뒤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성적이 그처럼 떨어지는 것은 학년이 높아지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의 표정은 학교의 성적에는 아무런 관심이나 걱정이 없다는 듯 그렇게 태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소와는 달리 소년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는 두 눈이 둥그렇게 되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소년이 벌써 바닷가에 갔다가 돌아와서 이미 잠을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바다에도 나가지 않고 밤늦게까지 소년의 방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던 것입니다.


“여보, 저 녀석이 이제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하려는 게 아닐까?”


아버지는 반가운 마음에 환한 표정으로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글쎄요, 책장 넘기는 소리가 가끔 들리는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어머니도 덩달아 환해진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그럼 저 녀석이 뭘 하고 있나 볼 겸, 당신이 간식거리라도 좀 가지고 가서 슬쩍 보고 오구려, 이런 기회에 잘 타이르면 혹시 생각이 바뀔지 누가 알겠소?“


”그, 그게 좋겠네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어머니는 곧 간식을 준재해 가지고 소년의 방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습니다. 소년은 어머니가 들어온 것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무슨 책인가를 읽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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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공부를 하느라고 이렇게 잠도 자지 않고 책을 읽고 있니? 네가 좀 출출할 것 같아 먹을 것을 준비해 가지고 왔으니 우선 간식부터 먹고 공부는 좀 쉬었다가 하렴.”


“…….”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면서 소년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곁눈질로 읽고 있는 책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한창 기대에 부풀었던 어머니의 얼굴 표정이 다시 일그러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물론이고 책상 위에 높이 쌓여 있는 책들 모두가 온통 바다에 관한 책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선박, 석유, 잠수함, 바다의 항로, 원양어업 등 언제 어느 틈에 무슨 재주로 그렇게 많은 책들을 구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모처럼 기대를 했던 어머니가 원망의 빛이 역력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아니, 여태 이런 쓸데없는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던 거냐? 아무튼 바다에 미치기는 단단히 미친 녀석이로구나!”


“…….”


어머니는 이렇게 심하게 나무라고 있었지만, 소년은 귀가 먹었는지 여전히 아무 대꾸 한마디 없이 읽던 책만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하도 어이가 없어 더이상 뭐라고 나무라지를 못하고 그만 소년의 방을 뛰쳐나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얼마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소년은 어느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가 무섭게 선원 자격시험에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집에서는 마침내 큰 야단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야 이놈아, 이 애비와 에미는 너를 그까짓 뱃놈을 하라고 고등학교까지 보낸 게 아니란 말이야. 그러니 이젠 꼴도 보기 싫으니 어서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


“…….”


마침내 아버지는 노발대발해서 입에 거품까지 흘려가며 소년을 몰아세우며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단 한마디의 대꾸도 없이 그저 고개만을 푹 숙인 채,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지금까지 아버지 어머니의 뜻을 거슬리게 한 불효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었습니다.

‘이 불효 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좀더 두고 보십시오. 저는 언젠가는 온 세계의 바다를 주름잡는 바다의 왕이 되어 두 분의 서운함을 반드시 풀어 드릴 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년은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이대로 이 집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밤새도록 곰곰이 생각한 끝에 결국 집을 떠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튿날 새벽, 소년 아니,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된 그는 부모님께 제대로 인사 한마디 못하고 슬그머니 집을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아니 쫓겨나고야 만 것입니다.


‘자, 이제 어디로 간다?’


청년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우선 부둣가로 발걸음을 옮겨놓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집을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청년은 마침내 어려서부터 지금가지 그처럼 바라고 원하던 선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선배 선원들은 처음부터 청년을 노골적으로 비웃으며 빈정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아, 이런 일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인 줄 아나? 우리처럼 못 배운 놈들이나 하는 막노동이란 말이야. 그래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면서 미쳤다고 이런 막노동 판엘 들어왔나?”


"누가 아니라나. 오죽하면 뱃놈이란 말이 생겼겠나? 이 일에 한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자칫하다가는 바닷귀신이 되거나 평생을 가난을 면치 못하고 고생하다가 죽게 된다 이 말일세.”


그러나 청년은 그런 잔소리들은 귓등에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늘 이렇게 중얼거리곤 하였습니다.


‘흥! 모르는 소리. 이제 우리는 고등학교 학력은커녕 수산대학이나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들이 모두 발 벗고 앞장서서 바다 개척에 힘써야 할 때가 왔다 이 말입니다. 두고 보시오. 바닷일이 얼마나 희망적이며 우러러보이는 직업인가를 보여 줄 때가 반드시 오고야 말 테니까’


청년의 눈에서는 더욱 비장한 결심의 빛이 무섭게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년의 연속되는 일과는 그야말로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고되고 힘겨운 나날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미리 짐작을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번 부둣가를 떠나면 보통 1주일이 넘어야 다시 육지 구경을 할 수가 있을 정도로 망망대해만 바라보며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또 어떤 때는 보름이 걸리기도 하고 한 달이 넘기도 하는 지루하고도 외로운 항해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늘 예기치 못했던 거센 파도와 비바람, 그리고 항상 암초에 부딪칠 위험을 무릅쓰고 항해해야 하는 위험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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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언제나 태풍 못지 않은 바람이 금방이라도 배를 통채로 삼켜버릴 것만 같은 위험과 자주 맞서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년의 마음은 항상 담담하였으며 겁을 내지 않았습니다. 바다에서 늘 벌어지고 있는 그런 험한 일들 모두가 자신의 굳은 의지를 시험해 보는 다정한 친구요, 스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먼서 그런 위험한 일이 닥칠 때마다 자기 자신을 격려하며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들과 맞서 싸워 나가며 이겨내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해 동안 갖은 고생을 이겨내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청년을 모습을 보자, 동료들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저 사람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난 처음부터 며칠을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칠 줄 알았는데 보기와는 아주 딴판이거든.”


"누가 아니래. 난 바다를 저 사람처럼 무서워하지 않고 저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은 보다보다 처음 보겠다니까.”


청년은 곁에서 누가 뭐라고 떠들든 말든 입을 굳게 다문 채, 늘 자신이 맡은 임무와 책임을 성실히 다하기에 온갖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선원들의 대부분은 어쩌다 고기를 많이 잡아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 날이면 으레 오늘만 살고 내일은 곧 죽을 사람들처럼 마음껏 마시고 노는 일이 습관해 되곤 하였습니다.


독한 소주를 큰 대접에 따라 마시고 몹시 취한 나머지 목청을 드높여 노래를 제멋대로 부르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노름판이 벌어지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으례 부둣가가 온통 시끌벅쩍하고 소란스러워 동네가 떠나갈 것처럼 시끄럽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그렇게 술을 마시고 노는 일에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전혀 흥미를 붙일 줄을 몰랐습니다. 그렇게 마음껏 놀고 즐기는 일과는 아예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동료들이 그렇게 즐기며 노는 시간이면 으레 조용한 곳으로 혼자 가서 책 읽기에 몰두하곤 하였습니다.


청년은 그동안에도 틈이 날 때마다 그 시간을 이용하여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바다에 관한 책들이었습니다. 오직 바다를 개척하여 그 어느 나라 못지 않은 부유한 나라를 반드시 이룩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각오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바다를 개척하여 석유를 캐내는 일, 양식업을 더욱 발전시켜 해산물의 수확을 올리는 일,


유조선이나 어선을 더욱 현대화 하는 일, 그리고 바닷속에 빌딩이나 아파트를 건설하여 좁은 육지에서 사는 사람들을 용궁과 같은 바다로 이룩하는 일,


바다에 목장을 만들어 양식하는 일 등, 청년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고 설레는 일들이었습니다.

'아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앞으로 해야 할 할들이 너무나 많구나!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이 꿈만큼은 반드시 이루어내고야 말 거야!‘


그로부터 다시 10년이란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각 방송국이나 신문으로부터 회한한 소식을 듣게 된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세상이 온통 떠들썩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뭐라구?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이 갑자기 늘어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몇 년만 지나면 바닷속에도 빌딩을 지어 놓고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 들어가서 생활활 수 있게 된다니 땅덩이가 늘어난 거나 다름 없지 뭔가.”


“아니, 바닷속에 집만 지어 놓고 그 속에 들어가서 살다니? 그럼 밥은 어떻게 얻어먹고?”


“그걸 난들 어떻게 알겠나? 어쨌든 지금까지 바닷속에 엄청나게 많이 묻혀 있던 수많은 자원들을 모두 발굴하게 되어 이제부터는 먹고 사는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누구나 넉넉하고도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에이,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렇다면 이제 육지는 별로 쓸모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 셈이 아니야? 오래 살다 보니 별 소릴 다 듣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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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일이 잘 풀리게 되면 지금까지 우리가 살던 육지는 온통 공원을 아름답게 조셩해 놓고 바닷속의 생활이 너무 갑갑할 때마다 가끔 바람이나 쐬러 나가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라더군. 그리고 그렇게 되면 공원에는 저절로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몰려 외화도 힘들이지 않고 벌 수 있다는 거지 뭔가.”


“그거참,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신이 나는 얘기로군.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공연히 좁은 땅덩이에만 의존하고 여테까지 고생을 하며 가난하게 살아온 게 아닌가?”


“누가 아니라나. 그렇게만 된다면 먼저 죽은 사람들만 억울학 된 거지."


이제 나라는 온통 만나는 사람들마다 신바람이 나서 떠드는 소리가 한도 없고 끝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부풀고 신바람이 저절로 날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정부에서도 발 빠르게 벌써부터 이 감격적인 일을 하나씩 추진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부가 이 일을 추진하게 된 것은 청년이 그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 내용을 정부에 건의한 후부터의 일이었습니다.


바다에 대한 원대한 꿈을 품고 선원 생활을 시작한 지 어언 15년, 청년은 이제 정부의 부름을 받아 해양 개발을 위한 어엿한 연구관으로서 바다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빈틈 없는 계획을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아, 이제야 말로 드디어 내가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꿈이 이루어질 날이 오고냐 말았구나?’


청년의 눈에서는 꿈을 이룬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소년 시절부터 바다를 좋아하며 온갖 어려움을 물리치며 끝까지 자신의 뜻과 고집을 굽히지 않았던 청년,


그는 마침내 평생 소망하던 바다의 왕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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