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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Dec 21. 2021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더니

[인간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어떤 프로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언젠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멋진 성악곡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몹시 감동한 적이 있었다.   

   

‘어느 가수인지 어쩌면 저렇게 멋지게 잘 부를 수가 있을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는 앳된 젊은이었다. 성량도 풍부하고 발성도 풍부하여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었다. 기성 유명 성악가의 솜씨를 뺨치는 솜씨였다. 그야말로 불후의 명곡이라고 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평소에 성악을 몹시 좋아하는 나는 그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TV 앞에 발이 묶인 채 그 프로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꼼짝없이 묶이고 말았다.    

   

그 프로는 중간중간 그의 노래를 들어가면서 그의 지난 날을 회상해 보는 순서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의 지난 과거를 회상하는 말을 듣고 더욱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스튜디오에 참석한 방청객들 대부분이 너무 놀란 나머지 동정어린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는 는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놀랍게도 세 살이 되던 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버림을 받고 고아원에서 맡겨졌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그는 현재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고아원에 들어간 지 2년 뒤인 5살 때 고아원의 부당한 대우와 구타로 인해 고아원을 탈출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뒤 다섯 살 때부터는 껌팔이와 노숙을 하며 살아가다가 그만 너무나 힘이 들어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술과 마약 중독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먼서도 먹고 살아남기 위해 밤에는 나이트클럽이나 유흥가에서, 그리고 낮에는 지하철 등에서 계속 껌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고 하였다.    

  

그 후 운 좋게 어느 대학생을 우연히 만나 교회에도 다니고 독학으로 성악을 배우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순전히 독학으로...  그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검정고시를 준비해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 입학 시험에도 합격했지만 등록금 문제로 대학 진학은 포기했다고 하였다.     

 

그 후, 코리아 갓 탤런트에 출연하여 마침내 준우승을 하면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으며 이 입지전적인 사연은 전 세계 65개국의 주요 뉴스로 선정되어 이목을 끌기도 하면서 일약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명사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더니 그야말로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었다.    

  

이쯤이면 아마 아아, 바로 그 사람 이야기로구나! 하고 무릎을 칠 사람이 많으리라 본다.   

  

그러나 그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 뒤에는 경희사이버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개인 앨범도 발매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기도 하였으며 콘서트도 자주 열어 현재 가난한 환경 속에서 갈등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 시카고에 가서 자선 음악회를 열기도 하였으며 ‘무조건 살아라. 단 한번의 삶이니까’ 인생의 역경을 진솔하게 써서 베스트셀러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렇게 묵묵히 헌신하며,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민 행복시대에 크게 기여한 노력을 인정받아 정부 주관 2016년 국민 추천 포상'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저렇게 대단히 훌륭한 젊은이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니!’


그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감동적이며 입지전적인 인물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그 프로에 빠져들면서 추호도 망설임 없이 큰 감동과 박수를 아낌없이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란 말인가!     


어느 날 다시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니 그 젊은이가 다시 화면에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환자복 차림에 링거를 손목에 꽂은 채 화면에 나타났던 것이다.  

    

무슨 일인가 하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세히 보았더니 그렇게 건강해 보이던 젊은이가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암 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암 투병뿐만이 아니었다. 건강검진 결과 그 밖에도 우울병, 갑상선암, 대장암, 전립선암, 그리고 악성 종양은 폐와 간, 그리고 신장까지 급속도로 전이되면서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세상에 있는 병이란 병은 모두 가지고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그렇게 건강하고 건장해 보이던 젊은이가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 소식을 들은 그의 팬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려가며 그날부터 전국에서 그를 돕기 위한 구호의 손길이 쇄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심지어는 울며불며 한번 면회라도 가보겠다고 졸라대는 열성 팬들까지 그렇게까지 페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절대로 만나주지 않았다.  

    

어쨌거나 며칠 사이에 수억이나 되는 구호의 모금이 그의 통장을 통해 속속 전달되고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직도 따뜻한 인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실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 역시 솔직히 여유가 좀 있다면 얼마간이라도 돕고 싶은 심정에 가슴이 아팠지만, 그리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더욱 깜짝 놀랄만한 그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럴 리가 없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으며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 이건 뭔가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앓고 있다는 병 모두가 거짓말이라는 것이 결국은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가 입고 찍었던 환자복은 팬들의 동정을 구하기 위해 잠깐 어딘가에서 구해서 입고 연기를 한 것이며 링거도 가짜였으며 그리고 암도 각종 병에 걸렸다는 것 모두가 깡그리 가짜였다는 들통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국에서 모인 돈이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 숨어가며 몇 달, 아니 몇 년간 그럴듯하게 연기를 해서 모은 돈이 엄청나게 모였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그 사람의 사생활에서 모두 드러나고 말았다.      

 

그는 그럴듯하게 환자 행세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사생활은 너무나 놀랍고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사람의 탈을 쓰고 절대로 그럴 수는 일이었다.     


그는 전국의 팬들로부터 그리고 구원의 손길로 전국에서 속속 들어온 돈을 마치 물을 쓰듯 펑펑 제멋대로 쓰고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환자 행세를 해가면서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매일 친구들

을 데리고 수시로 유흥업소를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들며 흥청망청 탕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돈이 많았으면 으레 유흥업소에 들어갈 때마다 접대부 아가씨들에게 몇백만 원이 넘는 팁을 척척 뿌리고 거드름을 떨며 흥청망청 즐기고 다닌다는 소식이었다.      

 

그럼 그렇게 잘 나가던 성악을 하지 않고 왜 가짜 환자 행세를 하게 되었을?    

 

그것은 성악을 해서 힘들게 버는 돈보다는 환자 행세를 하며 가만히 앉아서 전국의 팬들이나 그 밖의 동정의 손길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수입(?)이 훨씬 더 편하고 쉽겠다는 머리를 굴린 끝에 그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역시 머리가 뛰어난 젊은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팬들과 전국의 동정어린 손길에 대한 완전한 배신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어느새 가정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틈만 나면 이유없이 아내를 폭행하는 폭군으로 변해 있다는 것이었다. 성악에 소질이 있어서 그렇게 멋진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그런 폭군으로 변하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엽기적인 행각이 전국으로 퍼지게 되자 그가 지금은 어느 지방 도시로 조용히 내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평생을 사죄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어느 조그만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가 평생을 사죄하며 반성을 하겠다고 눈물로 용서를 빌며 호소하긴 했지만, 그 역시 진심에서 울어난 말일까, 아니면 잠깐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런 천하에 둘도 없는 희대의 사기꾼은 벌써 감옥에 가서 벌을 받고 있어야 맞는 일일 텐데 국가에서는 왜 그냥 두고 보고만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들은 과연 한 길 사람의 속을 어디까지 믿으며 살아가야 할까?     

 

그렇지 않아도 흉흉한 세상인데 그런 사람들로 인해 점점 더 남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 사회가 더욱 두렵기만 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선량한 사람들이 더 많기에 아직도 살아볼만한 세상이라고 떠들어대고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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