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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Dec 27. 2021

장편 실화 소설 ‘잃어버린 너’

[이렇게 진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랑이 또 어디에 있을까!]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유난히 슬픈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고 또 그런 이야기가 정서에 맞는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비극을 차마 그냥 두고 넘어가지 못하는 따뜻한 온정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리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거 우리나라의 영화나 연속극들 대부분이 슬픈 줄거리들이었던 것도 이에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대중가요들 역시 마찬가지로 울고 짜고 하는 가사와 곡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과거에는 실제로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는 으레 손수건부터 미리 챙겨 가지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도 실제로 적지 않았다.     

       

2002년도에 재판된 잃어버린 너라는 주인공 김윤희의 장편 체험소설 역시 몹시 비극적이며 슬픈 실화이다.


허구가 아닌 논픽션이기애 더욱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보았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김윤희(金潤姬)는 1947년 서울 마포에서 출생했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그는 1970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충주여상에서 무용 교사로 근무하였으며

1971년 3월부터 76년 7월까지 서울 상명여자대학 부속고등학교에서 무용교사를 재직하였다. 1978년 2월부터 4년간 실습생 무용작품을 지도하기도 하였다.           




마포에서 태어난 김윤희(金潤姬)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 그리고 기계 공장을 경영하던 부모님, 그리고 세 명의 여동생과 막내 남동생, 이렇게 여덟 식구의 대가족과 어울리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가정 형편도 매우 넉넉한 편이었다.   

       

주인공인 김윤희가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되게 된 것은 이대 무용학과 1학년에 갓 입학한 4월의 어느 날이었다.       


"야, 너 어느 틈에 여대생이 됐구나!“     


갑자기 장난끼가 가득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말을 걸어온 그 남자, 그는 김윤희가 고3 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마포의 어느 무용 연구소에서 교습을 받던 중에 처음 만난 적이 있었던 바로 그 남자 대학생이었다.      

 

가만히 생갹해 보니 그는 무용 연구소에서는 단 한 명뿐인 남자 연습생이었던 친구를 만나러 왔던 그 학생이었다.        


"야, 너 아직도 나, 기억 안 나? 난 엄충식이고 너는 김윤희이고. 그래도 날 못 알아보겠어?”


"아아! 네, 이제야 기억나네요. 안녕하세요?“     


그날이 엄충식과 김윤희의 역사적인 일이 벌어질 시작의 날이었다.     


"야, 윤희야, 너 내 색시 될래?”     


어느새 그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졸업을 눈앞에 둔 그 남자에게서 갑자기 미국 유학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엄충식이 김윤희에게 뜻밖의 이별을 고하게 된다. 미국 유학을 가게 되니 그때까지만 잠깐 헤어져 있자는 것이었다. 윤희가 대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그 뒤 얼마후 엄충식은 김윤희를 남겨둔 채 유학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비록 몸은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의 그리움과 격려가 가득 담긴 편지를 주고받으며 애틋한 사랑이 풍선처럼 부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들려오면서 무지갯빛 미래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가 교통사고로 그만 중태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그런지 열흘 뒤, 이번에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마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엄청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토록 사랑하던 엄충식이 마침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던 것이다.  

    

윤희는 그때부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극심한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면서 실신 상태에 빠지게 된다.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의미를 잃어버리고 절망한 나머지 방황하게 된다.    

 

그러던 그에게 이번에는 다시 꿈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오래전에 죽었다던 엄충식이 현재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엄충식의 친구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그의 소식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중에도 그의 친구는 계속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그때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충식이 아버님께서 미국으로 급히 가셨습니다. 그리고 충식일 보니까 몸이 너무 엉망이어서 그 녀석 같지가 않더랍니다. 특히 얼굴 모습은 사람이 아니라 흡사 괴물이나 다름없더랍니다. 그 뒤로 계속되는 수술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기능은 겨우 오른손 하나만 남기고 반신불수가 되고 말았으니 그때 아버님의 심경이 오죽했겠습니까. 그래서 윤희 씨가 아예 충식일 단념하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드려야 하겠다고 결심을 하셨던 겁니다.“     


소식을 전해 준 엄충식의 친구인 종환 씨, 그는 이 일에 대해 끝까지 비밀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졸지에 충식일 잃고 매일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그녀, 그리고 충식이는 몸을 움직이지조차 못하는 데다 엄충식의 집안이 모두 풍비박산이 되어버린 그가 너무나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오랫동안 망설이던 끝에 그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되었던 것이다.    

 

윤희는 결국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친구의 안내를 받아 엄충식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약수동 산비탈 허름한 집에 갇힌 채 돌보는 이조차 없이 홀로 쓸쓸히 지내고 있는 그를 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험한 모습을 보이길 거부하는 충식의 뜻이 너무도 완강하여 그의 가족들의 면회도 일체 거부하고 오직 친구인 종환이의 보살핌과 도움만 받으며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목숨만 유지해 나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더구나 친구인 종환 씨는 직장에도 나가야 하기에 하루종일 충식이 곁에서 돌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뒤부터 윤희는 부모님에게도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반신불수인 그와의 사랑을 이어나가기 위한 그녀의 하루하루는 실로 피곤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피곤하고 힘은 들었지만 그와 같이 지내는 시간은 늘 더 없이 행복했다. 그러던 중에서 설상가상으로 또다시 어려운 일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부모님들은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재촉하게 되었던 것이다.


윤희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자 이를 무시하고 부모들끼리 혼담이 오가다가 결국 전혀 생각에도 없는 한 남자에게 강제 결혼을 하게 된다. 그때 그녀는 무학여고 무용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부모님들은 교사직마저 강제로 그만두게 하였다.    

  

사랑하는 남자를 두고 강제로 결혼식을 올리긴 했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결혼이었던 것이다. 남자는 이미 한번 결혼한 적이 있었으며 어린 딸까지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를 까맣게 모르고 속아서 결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속이면서 서둘러 사기 결혼을 하고 말았지만, 그 사실이 들통아 난 뒤에도 그 남자나 남자의 부모는 사과조차 한마디 하지 않는 철면피였다.      


그러나 윤희는 그 사실이 오히려 몹시 반가웠다. 이제 다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엄충식에게 되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다시 돌아갈 날만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어렵게 지내던 어느 날, 김윤희는  뜻밖의 교통 사고로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러자 남편이라는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이에 그녀의 예금 통장에 있는 돈과 패물들을 모두 챙겨 미국으로 도피 이민을 떠났다. 말이 이민이지 야반도주를 한 셈이었다.        


그제야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들은 잘못된 사기 결혼임을 확실히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시기 결혼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청산한 그녀는 다시 꿈에도 그리던 엄충식을 찾아간다. 그리고 모든 것을 고백한다. 용서해 달라고…….     


그러나 운명적으로 엮어진 두 사람은 용서하고말고가 팰요없었다. 다시 예전처럼  서로에게 동정어린 마음으로 가슴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와 좀더 오래 같이 있기 위해서는 생활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용케도 충주에 있는 어느 작은 고등학교에 무용 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과 가족들을 모두 단절한 채 오직 그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렵고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이제부터는 더이상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더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충식의 얼굴과 몸이 전과 달리 눈에 띄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입버릇처럼 어디 아픈 곳은 없느냐는 그녀의 물음에 충식은 늘 '난 괜찮다‘고 대답하는 그의 말만 믿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날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어쩔 수 없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갖가지 검사 결과 담당 의사의 입에서 충격적인 선고가 내려진다.    

 

"앞으로 3개월 내지 5개월로 잡고 있습니다.“     


의사의 말에 윤희는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만다.     


그리고 2개월 동안의 병실 생활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침묵 속에서 그녀에게 줄 최후의 선물을 꿈꾸고 있었지만, 그녀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모든 것의 마침표를 찍기 바로 전날 그는 며칠째 병실을 지키고 있는 그녀에게 그날 저녁에는 제발 집에 가서 푹 쉬고 오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윤희야, 미안하다'는 말을 자꾸자꾸 그녀에게 되뇌고 있었다.

    

잠깐 약수동 집으로 갔다가 돌아온 그다음 날 병실을 둘러보니 어쩐 일인지 그가 보이지 않았다.     

 

”안치실로 가 보세요.“     


간호사가 전해주는 말에 급히 병실이 아닌 안치실로 달려가 보니 그는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녀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링거 주사기를 뽑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충식은 윤희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끝가지 친구를 위해 돌보는 종환의 고마운 우정을 끝내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녀와 친구에게 자신에게 매달렸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마지막으로 자유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보내지 않았다.     


그가 떠나던 날 관속에는 평소에 그와 함께 즐겨 들었던 그리그의 페르퀸트와 벤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5번 황제 음악 테입을 넣어 준다.     


1984년 그해 여름 김윤희 그녀 나이 38살에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게 된다.     


그녀는 그날따라 짙은 화장에 밝은 옷을 입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특이한 상주가 되어 그와 작별을 하게 된다.     


하객은 단 두 명뿐이었다고 한다. 다 쓰러져가던 집에서 투병을 하면서 가끔 그를 돌봐주던 할머니와 이 세상에 단 한 명의 단짝 친구였던 종환 씨였다.  



    

그 후 그녀는 매일처럼 사랑하던 충식의 무덤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비오는 날이면 무덤을 덮어주고 눈이 오는 날이면 눈을 쓸어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러면서 금호동 언덕의 작은 집을 얻어 혼자 외롭게 살며 글을 쓰기도 하고 지병으로 인해 투병하다가 60세를 일기로 쓸쓸한 생을 마감하였다.     


정식 작가도 아닌 그가 쓴 소설 ’잃어버린 너‘는 220만부라는 엄청난 판매기록을 세웠으며 1991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의 슬픔을 자아내게 하기도 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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