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_가능성과 시간 위를 걷는 의식
나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믿는다.
또한,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며,
가능성이라는 다발 위에서
우리가 하나의 삶을 선택하며 걸어간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그 시간도, 그 운명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때때로 내 안에
두 개의 내가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ㆍ하나는 '살아가는 나'
ㆍ하나는 '그것을 지켜보는 나'
생각하고, 말하고, 감정에 휩싸이고, 결정하는 나와
그 모든 장면을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나.
나는 분명히
'살아가는 주체'인 동시에
'의식의 관찰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종종 '나'라는 존재를
기억과 경험, 성격, 신체와 감정의 총합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내려놓았을 때
아직 남아 있는 '무언가'가 있다.
ㆍ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ㆍ이름도, 직업도, 관계도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느끼는 주체', '지켜노는 자리'로 존재한다.
그건 어쩌면
모든 시간과 가능성 위에 깃든
'의식 자체'일지도 모른다.
앞선 이야기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고,
운명은 가능성의 정지된 구조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정지된 세계를 '지나가는 것',
즉, 움직이는 유일한 것은 나의 의식이다.
나는 정해진 시간 위를
살아내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고 삶을 써 내려가는 불꽃이다.
깊은 밤,
생각과 감정이 잠잠해진 순간
나는 '나'라는 감각에서조차 멀어질 때가 있다.
ㆍ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이름이 아니라,
ㆍ역할도 아니며,
ㆍ단지 존재 그 자체의 파동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면
나는 '나'이기 이전에
우주적인 흐름을 통과하고 있는 한 점의 의식이라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지금의 나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택한 결과이지만,
그 선택은 단지 우연이 아니라
의식이 던진 질문과 응답의 연속이다.
ㆍ나는 누군가를 사랑했고,
ㆍ누군가를 놓쳤고,
ㆍ한 문장을 썼으며,
ㆍ그 문장이 나를 바꾸었다.
이 모든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단지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의 궤적이자, 흐름의 증명이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시간 위를 걸어가는
의식의 궤적이며,
운명의 숲에서 매 순간 길을 정하는
존재의 빛이다.
나는 선택을 할 때마다
'실제'가 아닌 수많은 가능성을 접고,
지금이라는 현실을 새겨 넣는다.
그렇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