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의 결혼식> 늦여름 문득 첫사랑이 떠오른다면

[리뷰] 이석근 감독, 박보영, 김영광 주연 <너의 결혼식>

by intoyourverse

<너의 결혼식>은 지독하고 열병 같았던 사랑을 경험해본 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에는 각본을 쓰고 메가폰까지 직접 잡은 이석근 감독의 경험이 많이 녹아있는 것 같다. 두 주인공 사이의 균형감을 유지하려 하지만 우연(김영광 분)의 관점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승희(박보영 분)는 이성적이고 현실감각 있는 여자로 그려진다. 우연은 그런 승희에게 첫눈에 반한다.


03e8545116748287c06f07310ba81889ed4232ef.jpg ▲ <너의 결혼식> ⓒ 오퍼스픽쳐스


학창 시절 연애는 성적 호기심, 진로, 가정과 학교에서 겪는 갈등이 있다면, 사회인의 연애는 결혼 적령기, 취업을 통한 경제적 안정이라는 사회 관념과 갈등이 있다. 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감정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후자는 어떨까. 성인이 되면서 사랑의 감정에 다른 불순물이 끼어드는 것은 아닐까? 그 불순물은 사회성의 과정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사랑의 감정이 변한 것일까?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우연의 관점으로 보는 타임라인에는 항상 어긋남이 있다. 중간에 승희의 이름을 소재로 장난을 치는 대사(주 1)가 나오는데 그 비유로 인해 승희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승희는 승희대로 인생을 산 것뿐인데.


b5bd3cb71bb98c3c0594fb677cfdb64ff0928a79.jpg ▲ <너의 결혼식> ⓒ 오퍼스픽쳐스


어느덧 두 사람에게도 젊은이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다가온다. 좋아하는 노래로는 더 이상 위로받을 수 없는 차가운 현실의 벽이다. <너의 결혼식>은 '연애의 온도', '6년째 연애 중'처럼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다. 종종 제목을 통해 이야기를 유추해보곤 한다. 이 영화는 제목이나 결말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 과정을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다.


엊저녁부터 여름 더위가 한풀 꺾였다. 사랑을 하고 있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고, 지난 사랑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늦여름 밤 선선한 바람 같은 영화이다. 한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과 후텁지근한 더위가 밉기도 하지만, 여름이 떠나갈 무렵이면 다시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아래 주석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주 1) 우연이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환승입니다."란 안내가 나와서 환승희를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는 대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메가로돈> 여름에 다 녹아버린 죠스바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