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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로돈> 여름에 다 녹아버린 죠스바 같은

메가로돈 스크린X 후기

by intoyourverse


스크린X는 별도의 장비 없이 입체감을 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안에 있다고 느끼게 한다. '메가로돈에서 그런 효과가 많았나?' 생각해보면, 글쎄... 메가로돈은 그런 입체감이 필요치 않은 영화라 생각한다. 예컨대 메가로돈과 바다 한가운데에서 대치하는 상황에 정면과 좌, 우 어디서 다가올지 알 수 없다면 모를까. 메가로돈은 너무나 당연하게 정면에서 등장하므로 긴장감이 결여된다.


잠수정과 마나 1 기지에서 나오는 스크린X 효과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실내를 아무리 파노라마로 담아봐야 답답할 뿐이고, 시각적인 쾌감을 주지는 못 한다. 입체감을 강조해서 한쪽 벽면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면도 없었다.


스크린이 하나인 일반 영화의 경우, 관객은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몰입한다. 스크린X는 벽면까지 확장하면서 그만큼의 정보량을 더 띄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관객의 시선 또한 양쪽으로 분산되면서 집중을 해치는 것은 단점이다. 안이하게 넣은 스크린X 효과는 오히려 몰입만 방해할 뿐이다.


2fb606420dc03fd01411035438545fabb85b113a.jpg ▲ <메가로돈>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메가로돈>은 괴수 영화이며 동시에 재난 영화이다. 지구 최대의 상어와 제이슨 스타뎀이 대결 구도를 이룬다. 근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주인공은 공룡도 상대하고 외계의 압도적인 존재도 상대하는 터라, 거대 상어라는 명제는 별로 두렵지 않다. 거대 상어보다 같은 사람끼리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동족을 살해하는 일이 더 무섭고 잔혹하다.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메가로돈은 더 이상 재난이 아니게 되고, 괴수에서 학술 연구가 필요한 심해 생명체로 격하될 것이다.


스필버그는 <죠스> 1차 편집본 시사회 이후, 상어가 너무 가짜처럼 보이는 것 때문에 고민이 깊었다. 당시 그런 가짜 티가 풀풀 나는 상어의 분량이 50% 정도는 되었다고 한다. 고심 끝에 상어의 비중을 현저하게 줄이고, 스릴러 장르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편집 방향과 존 윌리엄스의 유명한 테마 음악이 더해지면서 걸작이 됐다.


이제는 더 이상 특수효과를 보며 얼마나 실제 같았냐를 놓고 논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메가로돈이 실제처럼 보이지 않아서 그저 그런 영화가 된 것은 아니다. 자본은 영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지만, 자본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영화는 각본과 감독이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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