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의 만남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는 개정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책장 한구석에서 꺼내든 책입니다. 예전에는 중도에 읽기를 포기했던 이 책이 이번에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를 이야기할 때 눈빛이 반짝이듯, 유시민 작가는 책을 이야기할 때 글이 가장 생명력을 얻어 춤추는 느낌입니다. 사실 영상이나 강의를 통해 유시민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때는 항상 매료되었지만, 책을 통해서는 종종 어렵게 느껴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유럽여행기행』 시리즈는 겨우 완독하거나 중간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청춘의 독서』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마치 인생의 다른 지점에 서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듯,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이제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젊은 시절에는 사회 변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이상이 있어 작가의 차분한 통찰이 물러섬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강물이 흐른 지금, 세상이 생각보다 천천히 변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니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책 속으로의 여행
『청춘의 독서』에서 유시민 작가는 우리를 인류 지성사의 풍요로운 정원으로 안내합니다. 그중에서도 리영희 선생의 "지식인은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인식과 삶의 일치, 진리를 위한 용기와 함께 산다"는 말은 오늘날 지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맹자의 "측은지심은 인의 시작이며, 수오지심은 의의 시작이며, 사양지심은 예의 시작이며, 시비지심은 지의 시작이다"라는 구절을 읽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의 나침반을 점검하게 됩니다. 유시민 작가의 "인간은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기적 동물이다"라는 문장은 단 한 줄로 인간 본성의 복잡한 이중성을 명쾌하게 드러내는 마법 같은 문장입니다. 그의 글은 때로는 차가운 지성의 빛으로, 때로는 따뜻한 감성의 손길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유시민 작가의 러시아 문학에 대한 애정이 마치 봄날의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푸시킨의 『대위의 딸』을 이야기할 때면, 그의 문장은 더욱 생생하게 물들어갑니다. "혹시 유시민 작가는 한국의 푸시킨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설명하며 "극도로 절제된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이라고 표현한 문장에서는 작가의 문학적 심미안과 깊은 통찰이 보석처럼 빛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는 마치 가을 숲속을 걷는 듯한 감각적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푸시킨의 문장이 지닌 발랄함과 낙관, 톨스토이의 작품과 삶이 풍기는 농염한 휴머니즘"을 언급하며 러시아 문학의 거대한 숲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냅니다.
사상가들의 향연
이 책에서 유시민 작가는 19세기의 거인들인 마르크스, 프로이트, 다윈을 비교하며 인류 사상의 큰 물줄기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마치 세 개의 별이 하나의 은하를 이루듯, 이들은 각각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라는 근본적 질문을 탐구했습니다. 이런 비교는 인문학적 지식을 가로지르는 유시민 작가의 지적 여행에 우리도 함께 초대받는 순간입니다.
『청춘의 독서』는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마음의 풍경을 바꾸는 여정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언어가 있다는 것, 문자를 쓴다는 것,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있다는 것, 솔제니친과 같은 작가가 있다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축복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유시민이라는 작가가 있다는 것 역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같은 책도 인생의 다른 시간에 읽으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석양이 드리운 강물과 아침 햇살이 비치는 강물이 다르듯이, 책과 독자의 만남은 매번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는 우리의 독서 여정에 깊이와 아름다움을 더하는, 가끔은 멈추어 돌아볼 가치가 있는 소중한 이정표입니다. 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 헤엄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의 기쁨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