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시의 인력충원
이 글을, 업무과다로 지쳐 쓰러져 죽을 지경에 이르러도 그 길을 이를 악물고 걸어간 악의 조직에 바친다.
0. 악의 조직의 수장이라 하면 대개는 젊은 독재자, 하다못해 중년의 때에 접어든 사람들이 그 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헬박사는 노년 중에서도 초 노년. 설정상 과거 나치독일에 협력한 이력이 있다는데 마징가의 방영시기를 생각해보면 못해도 진갑은 넘은 나이라고 생각된다. 외모만 봐도 허옇게 세어버린 머리칼, 움푹 패어버린 볼, 영 좋지못한 피부색 등 세상의 고락을 모두 겪어낸 노년 오브 노년의 모습. 이 나이라면 동네 약수터를 오가며 손주들의 재롱을 즐길 나이건만 되려 세계정복을 위한 고군분투라니, 황충도 울고갈 노익장이다! 게다가 밑에서 부리는 수하들에게는 때론 엄해도 배려를 잊지않는 좋은 상사. 실패해도 징계보단 그 실패를 통해 배우라는 스승과도 같은 상사이시다. 아아 헬박사님.....저마저도 감화가 되는군요...
이런 인망있는 우두머리와 미케네제국의 유산이라는 강력한 무력! 이거라면 질 리가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매번 마징가팀에게 털려나가는 헬박사. 대체 이놈의 조직은 뭐가 문제인가....
1. 일단 헬박사 팀의 조직구성원을 살펴보자. 끝없이 깨져도 다시 도전하는 근성이라면 내일의 죠도 울고갈 아수라남작. 정보공작에 능통한 피그미 자작. 전직 군인으로써 지휘능력을 갖춘 브로켄 백작등, 전투를 지휘할수 있을만한 중간 간부의 수는 충분하다. 게다가 미케네 제국의 고오곤 대공도 협력하고 있으며 이들의 휘하에 철가면 군단이라거나 철십자 군단등의 병사조직도 거느린, 무력집단으로써는 꽤나 규모와 조직이 갖추어진 집단이다. 최소한 중간간부의 부재로 허덕이는 이전의 갤랙터보다는 상황이 좋다.
그런데...전부 전투병력들 뿐인가?
2. 잠깐 눈을 돌려 마징가팀을 보자. 마징가를 전담하는 유미박사 외에, 지원메카들을 정비하면서 유미박사의 손이 부족할때 항상 도울준비가 되어있는 놋소리,세와시,모리모리 세 박사가 있다. 가끔 나오는 마징가의 정비씬에도 머리에 안전모를 쓴 기술요원들이 곳곳에서 마징가를 수리한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헬박사 쪽의 사정은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열악하기 짝이 없다. 헬박사가 기계수를 만드는것은 아니지만 미케네제국의 유적지에서 발굴해내야하는 수고를 하지않으면 안된다. 파낸다고 끝이아닌게, 이미 몇천년이나 파묻혀 있던 장비니까 필수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게다가 바도스의 지팡이로 조작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투사병기등의 장착작업도 해야한다....만들지만 않을뿐이지 오버홀과 커스터마이징 작업량은 어쩌면 마징가 이상일지도. 게다가 모처럼 파낸 기계수가 부품이 망가져 있기라도 하면 어떻게든 대체품을 조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폐허나 다름없는 유적지에서 파내야 한다면 그야말로 끝을 알수 없는 삽질의 시작이고 만들어야 한다면 설계도도 없는 마당에 뭐가 맞는 부품인지도 모르는 끝모를 시행착오의 시작......
이정도면 차라리 비어있는 작업대에서 시작하는 마징가쪽이 훨씬 상황이 좋다! 게다가 발굴작업은 어찌어찌 병사들의 노동력으로 해결할수 있다 하더라도 기계수의 정비와 개조는 전부 전투병력들인 조직 내에서라면 어쩔수 없이 결국 헬박사의 업무...이쯤되면 업무과다를 넘어 노인학대다. 부하들 앞에서는 언제나 정정한 모습이지만 홀로있을때는 시름시름 앓고 계실지도...
3. 어쩌면 이런 일손부족이 헬박사팀의 패인일지도 모른다. 기계수에 비하면 마징가쪽이 확실히 강하다. 화력이나 장갑면에서 분명 마징가가 우위다.
하지만 그래봤자 저쪽은 단 한기뿐이다. 보스보롯트같은 동료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짜피 쩌리수준이다. 마징가 vs 그레이트 마징가를 봐도 자기가 날린 로켓펀치를 직접 회수하러 가는게 마징가다. 전투상황시 마징가 혼자 스스로의 뒤치닥꺼리까지 담당해야 한다는것이다. 이정도의 지원도 기대할수 없는 팀을 상대할땐 인해전술 만한게 없다. 돌이켜보면 제트 스크랜더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변변찮은 대공지원이 없는 마징가는 비행유닛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광자력빔이 아무리 강하고 브레스트 파이어가 불을 뿜어도, 마징가 vs 그레이트 마징가에서 보듯이 결국 집단 다구리에 초합금 Z도 여기저기 크랙과 구멍투성이. 밀어붙이면 헬박사가 이길수 있다!
하지만 이쪽은 일손부족. 겨우겨우 정비를 마친 기계수를 기껏해야 10기 미만으로 내보내는게 한계다. 조금 시간을 두고 대량으로 정비해서 내보내면 되지 않겠는가...싶다가도, 이쪽이 그런 빈틈을 보이면 마징가가 급습한다. 이런 급박한 상황이 있나....역시 사람을 더 뽑지 않으면!
5. 생각해보면 헬박사의 조직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직장이다. 외모야 험상궂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헬박사의 인품은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한쪽으로는 유적지 탐사, 다른쪽으로 기계수 운영이라는 문과와 이과 양쪽다 수용할수 있는 조직인 것이다. 규모상으로도 로봇 3기정도만 주구장창 운영하는 광자력 연구소에 비해 매번 새로운 기계수가 발굴될때마다 그 기계수를 준비해야하는 헬박사쪽이 구인규모도 크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오픈될 일이 잦다. 커리어를 키우고 싶은 그야말로 공돌이에겐 꿈의직장.....로봇 공학에 뜻을 품은 젊은이라면 장고할것도 없이 헬박사쪽에 이력서를 보낼것이다. 근무지의 복지가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헬박사의 인품이라면 충분히 지원해 주실터.
좀더 망상을 전개해 나가자면 충원된 인력으로 기계수만 정비할게 아니라, 미케네의 과학력을 이용한 가전이나 중장비들을 생산하는것도 가능할터. 저쪽은 광자력과 초합금의 기술력을 인류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독점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이쪽이 좀더 대중의 피부에 와닿는 기술로 접근이 가능하다! 거기에 미케네제국 유적지의 발굴노하우로 토목사업에 진출하는것도 할수 있고 유적지 관광사업을 전개하는것도 가능하다. 발굴성과는 논문을 내고 기계수를 제외한 유물들로는 박물관을 개장! 이정도면 광자력 연구소보다 오히려 헬박사쪽의 평판이 좋아질것이다. 아아 기뻐해주십시오 닥터헬! 마징가놈들을 쓰러트릴수 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 했던가. 좋은 사람을 뽑는 일은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수의 사람을 뽑는일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헬박사님! 어서 구인광고를!!
차회예고
카리스마와 실행력을 갖춘 실력자 중의 실력자.
그 이름마저 세계정복에 어울리도록 흉흉한 남자 가고일.
세계의 바다를 손아귀에 넣고 아틀란티스의 재흥을 위해 싸운다.
그의 불타는 야망 앞에서는 옛 친우조차 일개 함장일뿐.
.....그럼 뭐해 막판에 다 말아먹는데.
다음회. 푸른바다의 나디아, 수렴청정의 악몽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