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청정의 악몽
이 글을, 뒷세계에 숨어 거칠은 환경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간 악의 조직에게 바친다.
0. 전면에 나서서 난투극을 벌이기보다는 보다는 뒤에서 빈틈을 노리는 막후 공작을 즐긴다...무력도 좋지만 여러가지 계략을 써서 정의를 빙자하는 놈들을 확실하게 때려 눕히고 싶다...
세계 정복의 이유가 단순하지 않고 적을 몰아 붙이는데 능수능란한 이른바 '지성파' 악당들에게 종종 보이는 속성인데 여기에 이름을 붙이자면 "뒷세계의 실력자." 손에 직접 더러운것을 묻히지 않고 머리를 써서 일하며 무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제법 건실한 조직을 꾸려 천천히 야망을 이루어간다...
오늘은 그런 가도를 걸어간 사나이의 이야기. 그 남자의 이름은 가고일.
1. 사실 가고일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그의 정체는 망해버린 아틀란티스 왕국의 수상을 역임했던 자. 국왕이 직접 행정부의 수장에 있지 않는 입헌군주제 국가인 아틀란티스의 수상자리에 앉아있었다라고 하면 그의 능력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제대로 된 영토라고 부를만한 본거지도 없는데도 작은 섬에서 바벨탑 복제품을 만든다거나, 가피쉬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들의 건조가 가능한 공창을 만들고 운영하는것을 보면 행정면에 있어서는 달인의 경지를 넘어섰다고 봐도 될것이다.
군사적 재능도 훌륭한것이, 네모선장과 싸울때 자신 휘하의 무력만 동원하는게 아니라 일부러 거짓정보를 흘려서 각국의 해군이 노틸러스 호를 쫓게 만든다. 가고일 일당들 이외와는 싸우지 않는것을 원칙으로 하는 네모선장들의 허점을 노린 한수. 게다가 해운을 제패해 세계를 손아귀에 넣고자하는 가고일의 입장에서는 이것이야 말로 이호경식의 계! 오싹할정도로 책략에 능하지 않은가....
정치적으로도, 모든 활동에 망해버린 아틀란티스 왕국의 재흥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는 소수의 생존자라면 "인류와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네모보다 이쪽의 이야기가 훨씬 달콤하다. 야아 이자식 정치적으로도 수완가일세......이런 인간이 이끄는 조직에 일개 함선으로 덤비는 네모는 주인공 보정이 걸렸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음 단박에 Iron bottom sound행이다.
2. 그런데 이런 수완가가, 아군마저 퍽퍽 죽여도 주변에서 그 행동에 무리는 없다라고 다들 받아들이는 이런 수완가가 정작 통치구조의 정점에는 꼭두각시 황제를 앉혀놓고 있다.
그냥 스스로 정점에 올라도 되는 마당에 굳이 저런 귀찮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가고일이 내걸고 있는 기치는 어디까지나 아틀란티스 왕국의 재흥이다. 입헌군주제의 아틀란티스라면 왕의 혈통이 필요할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왕정을 포기한 신생 아틀란티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아틀란티스가 망해버린 이유는 결국 네모선장이 이끄는 왕당파와 가고일이 이끄는 수상파간의 분쟁이었다. 이점을 이용하면, "왕의 의지가 아닌 아틀란티스 유민들의 총의"라는 슬로건을 내걸어도 유민들의 지지를 얻는데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번거롭게 네오 황제까지 내세울 필요도 없단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한다는것은....첫째. 아틀란티스 인들에게는 왕정이외의 정치제도에 대한 개념이 없다거나, 아님 둘째.
.....작정하고 국민들마저도 착취할 계략이거나.
3. 피지배층이 지배층의 무리한 국정운영에 반기를 들 위험성이 있을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화살을 뭐가됐든 좋으니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다. 남미라면 축구. 북미라면 전쟁. 동북아 모국가라면 3S등, 국민의 에너지를 다른방향으로 돌릴수만 있다면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힘은 분산되어 사라진다.
가고일은 압도적인 과학력을 가지고 있어도 네오 아틀란티스를 다시 세우려면 세계 어디에서든 전쟁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디아의 배경은 한참 요란스런 제국주의 시대. 뭘하든 전쟁은 피할수 없다. 게다가 극단적으로 머릿수가 적은 가고일 입장에서는 소수의 희생이라도 큰 타격일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밀어 붙일수밖에 없고 그과정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은 네오황제의 의지라는 핑계쪽으로 돌린다....라는 계산이 서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꼭두각시 황제인 네오황제에게는 어짜피 군사적 가치는 전무한 블루워터를 달아서 전능자 역할을 하게만드는, 이른바 신정의 얼굴을 한 섭정을 꾸미고 있었던듯 하다.
바로 여기서 가고일의 계산 착오가 발생한다. 스스로는 네오황제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막판에 결정적으로 분위기를 뒤집은 것은 결국 네오황제가 가고일의 컨트롤을 벗어난게 결정적이다. 네오황제라는 패를 너무 빨리 노출시키고 써먹은것을 보면 가고일의 계산착오는 분명해 보인다.
수렴청정의 악몽은 이런데서 온다. 내가 컨트롤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컨트롤은 수렴청정 대상에 한정할 뿐이다. 일종의 터미널이랄지. 그 터미널이 통제를 벗어나 버리면 시스템의 붕괴는 손쓸새도 없이 진행되어 버린다. 건전한 조직의 수장은 그래서 위임할 부분은 위임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자기가 쥐고 있는것이다. 일견 수렴청정은 큰 힘에 업혀서 컨트롤 하는듯한 모습을 보여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 힘에 끌려가는 꼴이 되어버리고 이게 패착을 부른다.
결국 가고일의 선택지는 하나다. 왕정폐지! 수상이 아닌 대통령을 노려라! 그런 좋은 능력이 있으면 진지하게 대권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차회예고.
직원을 아끼는 따뜻한 사장.
격려와 배려를 잊지 않는 좋은 상사.
우주를 여행하며 나날이 사업을 성장시키는 건실한 사업가 프리더.
........잊지마라, 이놈은 악당이다!!
악의 조직론 다음편, 악당은 가면뒤에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