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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Dec 01. 2015

악의 조직론 #4 - 프리더 편

악당은 가면 뒤에서 웃는다

0. 얼마전에 "프리더의 리더쉽"이라며 그의 리더쉽을 높이 평가하는 글이 나돌던 일이 있었다. 나도 처음 그 글을 접했을땐 꽤나 혹해서 '악당치곤 부하들을 다루고 조직을 이끄는 자세가 좋지않은가...'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의아함이 앞서는게, 좋은 리더쉽과 많은 인력, 빵빵한 후방지원이 있음에도 손오공팀에 글자그대로 와해가 됐다...탱커에 딜러에 있을거 다있는 팀이 어째서인지 딜러 꼴랑 둘 있는 팀에 작살이 난거다.

그런 이유에서 다시금 돌아보는 프리더의 리더쉽. 과연 그는 좋은 리더인가?


1. 일단 프리더의 조직이 복지가 좋다면서 타고 다니는 우주선에 의료장비가 있는것을 증거로 들었는데, 프리더 일행이 그 우주선을 타고 돌아다닐때는 보통은 남의 행성을 공격할때다. 다시말해 업무중이라는 건데, 업무중에 피고용인이 부상 혹은 사망등의 재해를 당했을땐 고용인이 치료 혹은 보상에 대한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그러니까 다친 부하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시설이 있는건 복지가 좋은게 아니라 없으면 노동법 위반인것.

또 있다고 해서 장땡이 아닌게 산재처리를 피하기 위해 허가받지 않은 사설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그곳에만 노동자를 보내 치료하려 하는것 역시 위법이다. 자아 프리더씨. 의료법인 허가증을 제시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고용한 의사의 의사면허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2. 또한 프리더의 조직은 다들 스카우터를 시용하는데, 조직원중 하나가 "프리더님에게 신형 을 받았다"라며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유추할수 있는것은 누구는 구형을 쓰고 누구는 신형을, 그것도 업무 도구를 사용함에 있어 조직내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뭐, 조직엔 예산이라는게 있는거니까 모든 조직원들에게 매번 신형을 보급하는것도 무리인 이야기일수 있다. 하지만 성능이 살짝 떨어지는게 아니라 아예 작동을 안하는 물건이라니....일하는 도구가 이래서야 업무의욕이 샘솟을리 없다. 행성단위로 장사하는 프리더씨 치고는 업무 비품에  너무 짜게 구는군.


3. 기뉴특전대를 불렀을때도 좀 미심쩍은게  프리더팀 입장에서 기뉴특전대는 계약직, 비정규직이다. 이 팀을 소환해서 일을 맡기는데 오로지 구두계약만으로 일을 시작한다. 아무리 비정규직이라 해도 고용 이후에는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것이 원칙. 하지만.....야아 프리더 이자식 상습범일세.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은 수준이다. 사람이나 외계인이나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할수는 없으니까. 프리더의 리더쉽에 대한 분석 포스팅을 보더라도, 어쨌던 자신의 부하에게 관심을 갖고 개개인을 존중해주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기뉴특전대를 대하는 태도를 봐도 갑을관계긴 하지만 나름 기뉴팀의 특성을 존중해주고 있으며 기뉴 대장과도 계약관계를 넘어선 막역한 사이로 보인다. 뭐 이정도 품성이라면야 구두계약만으로 일을 처리해도 기뉴입장에선 "프리더 사장님이 그럴리없지"라 믿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대체 이놈의 조직은 뭐가 문제인가.

드래곤볼 프리더 편을 보면, 프리더는 계속 허공을 떠다니는 소형 비행체에 앉아서 활동한다. 직접 싸워야 하는 순간이 아닌 이상, 거기에서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설마 이자식, 땅에 발을 디디는걸 싫어하는건가....바로 여기에 프리더 리더쉽의 함정이 있다.

프리더편 전체를 볼때 프리더의 스탠스는 글자 그대로 "우월한 나님"이다. 전투민족 사이어인의 전설은 믿을수 없고, 결국 전 우주에 프리더 일족이 최강이라는 신념에 근거한 스탠스다. 부하들에게 존경을 이끌어 내는것도 '우월한 이몸께서 너희들을 존중해준다'라는 부분에서 출발한다. 이양반이 괜히 부하들에게 말을 안놓고 있는게 아니다.

자존심은 쎄고~ 계산은 틀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더는 "우월한 나님"께서 어째서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있는가라는 불만에 잠겨있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예측을 빗나간 상황 발생시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하에게 그것을 위임하는 우를 범했다. 그리고 그 우를 범한게 하필이면 손오공....딜러중에서도 하필이면 최강딜러에 대한 계산이 완전히 글러먹어서 결국 이 조직은 망한다.


역사적으로 최전방에서 굴러 전설을 쌓은 명장들은 현장에 동화되기위해 갖은 애를 썼다. 에르빈 롬멜은 직접 정찰기를 타고 전선위를 날아다니며 지휘하기도 했다. 패튼은 철모에 번쩍이는 3성계급장을 달고 군용차량이 뒤얽혀버린 진흙탕의 교차로에서 직접 교통정리를 했다. 몽고메리는 최전방을 순회하며 부사관이 챙겨야 하는 부분까지 병사들을 달달 볶았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장수들 스스로가 최전방을 무시하고서는 전쟁에서 이길수 없다고 판단해서이다. 1차대전만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빌어먹을 슐리펜계획에만 의존해 전쟁을 치룬 독일쪽이 망했다. 그나마, 전선을 읽어낸 루덴도르프나 힌덴부르크가 있어서 망정이지.

최소한 전선에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계획에는 현장의 상황이 완벽하게 녹아 있어야 한다. 프리더는 현장에 있는 자신이 못마땅하여 그걸 해내지 못했고 결국 패배했다.


자아 프리더씨. 하나부터 시작합시다. 일단 그 빌어먹을 휠체어에서 내려와 두발로 서는겁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시작합시다!


차회예고.

제군! 제군들이 사랑하던 자비가는 망했다!

왜냐! 어째서냐!

그것은 자비가의 지배방식이 글러먹었기 때문이다!

다음회, 지온공국편. 집안싸움의 말로.

당신은 살아남을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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