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eHyun Kim Jan 04. 2023

제목 없는 소설(4)

달은 지구와는 달리 중력이 약하다. 그러므로, 빨대가 달린 물주머니를 쥐어짜면 물의 궤적이 거의 직선으로 날아간다. 위다야가 낚아챈 내 물주머니에 들어있는 물의 거의 대부분이 앙리와 니콜라이의 얼굴을 적셨고 씩씩대며 달려들다 순식간에 물벼락을 뒤집어쓴 두사람은 약간은 얼빠진 얼굴로 그자리에 멈췄다.

아니, 멈춘것은 동작뿐이고, 낮은 중력권에서는 몸의 제동도 바로 걸리지 않는다. 캠프 내에서 사용하는 신발의 아래에는 자석이 붙어있지만 그 자석의 자력은 어디까지나 몸을 급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설계되어 있다. 한바탕 붙어보려 달려드는 성인의 운동량을 감속시키기엔 어림도 없지.


따라서, 얼굴에 물벼락을 뒤집어쓴 두사람은 몸이 멈춘상태에서 대단히 우스꽝스럽게 허우적대며 정면으로 충돌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앙리쪽이 체중이 약간 무겁고, 게다가 달려들던 상황이었으므로 앙리의 진행방향으로 두사람을 얽혀 나동그라졌다. 아주 우스운 꼴로. 우주에서나 볼수 있는 슬랩스틱 코메디라면 이런걸까.

자신들의 보스인 니콜라이가 험한꼴을 보이자, 니콜라이 패거리쪽에서 웬 녀석이 큰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왔다.

이 영감이 대체 우리를 뭘로 ㅂ…”

큰소리는 딱 거기까지. 위다야는 튀어나오는 녀석의 옷깃을 붙잡아 그대로 수직으로 들어올렸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위다야의 몸은 바닥에 더욱 밀착되었고 튀어나오던 녀석은 그대로 수직으로 상승하여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얼굴을 보니 좀 앳되보이는 녀석인데 아마도 다른팀에 있다가 여기로 배치된 녀석이겠지. 그럼 위다야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가엾고 딱한 자로다.


전부 자리에 앉게. 이 문제를 제대로 논해보도록 하지”

실내에 뭉쳐있던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떤사람은 바닥에 고정된 의자로. 어떤 사람은 벽면으로. 어떤사람은 있던 그자리에서 정면을 향해 몸을 돌리며.

앙리. 말해봐. 현재 상황은 어떤가?”

자….잠시만요……어…그러니까…일단 당장의 에너지 수급은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에너지의 여유분은 확실히 없는 수준입니다. 작업을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와 캠프 유지를 위한 에너지의 합계는 우리가 공급받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과 거의 일치합니다. 다시말해, 조금만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면 바로 차단기가 떨어질겁니다”

어깨를 문지르며 앙리가 대답했다. 낙법이 신통치 않았나보구만.

좋아. 이렇게 하지. 니콜라이. 자네 팀은 당장 내일부터 지금 있는 자원을 가지고 에너지 셀과 압축공기탱크를 만들게. 그것을 다 만들면 캠프의 환경유지 모듈중 하나를 제거한다. 어짜피 작업시간에 캠프는 거의 비어있으니까, 관제센터쪽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에너지 공급을 지금의 절반으로 내리고 에너지 셀과 공기탱크를 충전하도록 하지. 그러면 발전소를 만들지 않고도 버틸수 있으리라 본다. 어떤가?”

니콜라이가 정수리를 문지르며 손을 들어올린다. 너는 머리를 박았나 보구나.

저…에너지 셀과 공기탱크를 만드는데 자원은 문제가 없지만 정비인력을 빼서 제조작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좋아. 그러면 채굴팀에서 두명정도 지원해주도록 하지. 채굴팀! 여기 혹시 정비나 3D 프린터 다룰줄 아는 친구 있나?”

이틀동안 캠프에서 꿀을 빨수 있는 기회다. 나를 포함해 네명정도가 손을 들었다.

좋아. 저 넷중 둘을 지원해주도록하지. 그럼 됐지?”

니콜라이가 정수리를 문지르던 손을 멈추는것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남은 안건을 이야기 하지”

그 이후 30분정도, 각 팀에서의 크고작은 보고가 이어졌다. 보고가 끝나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흩어졌다.

딱 한명, 위다야에게 달려든 신입은 빼고. 그 신입에게는 니콜라이가 바닥에 떨어진 물기를 닦아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두번다시 위다야에게 대들지 마라는 말과 함께.

작가의 이전글 제목 없는 소설(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