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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Jan 09. 2023

제목 없는 소설(5)

"인류"라 불리던 지구의 종족을 관찰한지 모행성의 시간단위 기준으로 이제 막 이틀이 지났을뿐인데, 그가 관찰대상으로 삼았던 "인류 중 하나"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다. 바위틈 사이에서 뭔가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길래 이들의 생활을 관찰할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뭔가를 남겨두고 사라져 돌아오고 있지 않는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때, 뭔가를 남겨놨다는것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것이다. 표식을 회수하던, 아님 표식에서 더 나아가던 뭔가를 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돌아온다. 그가 관찰중인 "인류"가 어느정도의 "문명"과 "상식"이 있다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당연한 일이 언제 벌어질지 예측할수 없다는것이다.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돌아온다는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알수가 없다. 미래를 예측하는 기계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인류보다 우월한 문명을 가진 우리들 조차도 미래예측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미래를 관측하는 순간 결과값이 결정되지만 그 결과값은 어디까지나 관측을 시작한 시점 직전의 상황까지를 반영한 결과값이다. 고로 그 결과값이 그대로 이뤄지려면 관측시점의 우주를 예측한 시점까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온 우주를 관할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모를까, 미래예측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밀어 넣어 버린지 오래다.

예측을 못하는 이상, 결국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어제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늘도 나타나지 않았다. 언젠가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류"가 다시 나타날 확률은 증가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사라지면서 최소한 저 바위틈에 박아놓고 간 "무언가"는 최단시간 내에 조사해야 한다. 특히나 "무언가"가 어떤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이라면 가끔가다 잡히는 전파신호를 해석할수 있는 기초정보가 되어줄 것이다.

독립탐사자에게 주어지는 다목적 우주선의 계기판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저 앞에 보이는 바위틈. 가급적 빠른시간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나온다. 이동하면서 그는 우주선외부의 스캐너를 미리 켜는것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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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위다야 영감님 성격을 모르는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우리 팀원녀석의 머리통을 그꼴로 만들어놓으면 누구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겠습니까"

월면차의 조종간을 잡고 있는 안톤은 캠프를 출발하고 나서 부터 계속 떠들어댔다. 기계팀에서 이녀석의 위치는 중간서열쯤 될까. 그런 녀석의 심경을 모르는것은 아니지만 캠프부터 여기까지 계속 투덜대는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그녀석 머리통은 뭐 내가 그랬냐 니콜라이도 두번다시 대들지 말라고 했는데 왜 너가 그것도 나에게 그래...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이런 하소연 들어주는 사람도 있어야지. 

"여튼간 니콜라이 형님 말씀도 있지만 말입니다...."

월면차를 세우면서 벨트를 풀려는 안톤의 어깨를 나는 잡았다. 순간 어리둥절해진 안톤은 나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사실 안톤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가 입을 다물은것 만으로도 내가 원하던 것은 다했다. 안톤의 어깨를 잡은 손의 반대쪽 손을 들어 2시 방향을 가리켰다. 내가 드릴비트를 박아놓은 그곳, 그곳에 거대한 개미, 아니 개미 모양의 무언가가 있었다. 바위 틈을 향하여.

"카메라 켜 안톤, 그리고 기지에 연락해"

"네? 형님은요?"

"저기 박혀있는건 내가 놓고온 드릴비트야. 그러니까 내가간다"

"위험합니다 형님. 그냥 여기서 지켜보시죠..."

"여기서 지켜보면, 위험이 사라지나? 차라리 먼저 접근해보는게 나아"

나는 벨트를 풀고 월면차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처음보는 개미 모양의 무언가로 접근했다. 

30m....25m....보폭으로 거리를 계산하면서 천천히....좀더 천천히 접근하다가 어림짐작으로 5m쯤 되었을때. 갑자기 개미모양의 그것은 그자리에서 내쪽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기계처럼 정확한 동작으로 내 양 어깨를 붙잡고 그자리에서 수직상승했다. 엄청난 속도로. 정신을 읽기전에 기억나는것은 무전을 통해 들려오던 안톤의 비명소리와, 헬멧의 HUD에 경고메시지와 함께 출력된 9.5G라는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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