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우주선은 여러종류가 있으나, 우주에 진출하기 전의 문명사회에서 만들어진 함선의 종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로 지적 생명체의 장거리 여행을 위해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주로 설계된 여객선, 대량의 화물을 안전하고 멀리 운송하기 위한 화물선, 각종 관측 기자재와 장거리 항행에 필수적인 물자를 싣고 다니는 탐험선, 전투를 위한 군함 등 행성의 바다를 누비고 다닌 함선들은 장비와 규모만 달라졌을뿐 그 목적 그대로 우주공간을 항해한다.
이 중 가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 배는 무엇일까? 간단히 생각하면 탐험선일것이다. 하지만 탐험선은 한번 지니간 항로에 금방 돌아오지는 않는다. "탐험 진도"와 "실적"이라는 수치에 쫒기는 탐험선은 보통은 탐험목표를 향해 가장 짧은 최단거리를, 그것도 가능한 최대 속도로 항행한다. 탐험선의 목표는 "그곳에 무엇이 있는가"가 90이고 "가는길에 무엇이 있는가"는 10정도라고 보면 된다.
여객선은 어짜피 승객의 안전을 위해 가장 안정적이라 알려진 항로를 통해 이동한다. 군함 역시 말할것도 없다. 작전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바다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우주의 구석구석을 가장 깊게 누비는 것은 의외로 화물선이다. 화물선은 여객선에 항상 우선 항해권을 양보해야 한다. 그러기엔 운송일정을 맞출수가 없으니, 조금 험한 항로라고 하더라도 그로인해 항로가 한적하다면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우주의 구석구석을 가장 많이 다니는것은 화물선이다. 심지어 화물선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일마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래서인지 매년마다 우주탐사국과 항행관리국이 공동으로 민간 함선에 수여하는 공로상의 대부분은 화물선 선장과 승조원에게 돌아간다.
화물선 선장과 승조원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업적을 항상 긍지로 여기며 살아간다.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준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높은 자긍심을 불어넣어준다. 그래서인지 우주의 바다에서 이들이 발견한 미지의 것들은 함선과 승조원의 안전이 보장되는한 가급적 기록하고 수집하여 제출하는것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되어있다. 그것은 항로의 안전을 방해하는 갑작스런 항성활동일때도 있고 그들이 모르는 무언가 미지의 것일때도 있다. 그리고 가끔씩은, 우주탐사국의 프로브가 걸려들때도 있다.
그런 프로브가 실린 화물선 한척이, 마치 유령선과도 같은 모습으로 모행성으로 복귀한것은 인류가 어째서 지구를 탈출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선이 출발한 이후였다. 지구의 시간기준으로는 일주일 정도일까. 다만 이 함선이 모행성으로 복귀한 후 우주항이 격리되고 비상 방역절차가 시작되는데는 지구의 시간으로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